[대선 D-1년 지지율 분석] 1년 만에 ‘어대낙’ 뒤집은 ‘사이다 행정’ 이재명의 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2 10: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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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보수 응답층의 18%가 지지

이재명과 윤석열.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현재 가장 근접한 여야 대표주자다. 두 사람은 현재 여권과 야권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차지하며 정치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꾸준히 지지율을 올리며 이제 다른 후보들을 멀찍이 따돌린 여권 내 압도적 주자로 떠올랐다. 과연 지금 두 사람의 지지율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지지율의 밑동은 얼마나 넓고 단단할까. 향후 핵심 변수는 무엇일까. ‘대선 D-1년’을 맞아 시사저널이 두 사람 지지율의 밀도와 확장성을 심층 분석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1년 새 3%→27%…이재명 지지율 마법의 비결

3%. 불과 1년여 전 이재명 지사의 대선후보 지지율이다(한국갤럽 2020년 2월 2주 차).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이란 수식어를 자랑하던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25%. 격차는 아득했고, 추월은 더 아득해 보였다. 황교안·안철수 등 야권 주자들에게도 밀리던 시절이다. 더 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지사를 선택한 응답이 단 4%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이 지사는 판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재명 27%와 이낙연 10%. 지난달(한국갤럽 2021년 2월 1주 차) 두 주자는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이 지사를 선택한 비율은 45%다.

대체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지사 지지율 상승세의 원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재명스러움’을 제1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의 순간, 특유의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사이다 행정’이 빛을 발했다. 전쟁 같은 위기 상황에서 야전사령관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지사를 ‘위기에 강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순간 ‘이낙연 리더십’과 ‘이재명 리더십’의 차이가 지지율 역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이낙연 리더십은 느리고, 이재명 리더십은 빠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답답한 시기에 주요 현안에 신속하고 시원시원하게 대처하는 이재명 리더십이 국민적 요구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지지율 골든크로스의 이유

이 지사의 ‘여당 내 야당’ 역할도 도움이 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총리 전후 이 전 대표는 대통령과 모든 운명을 같이했다. 뒤집어서 말하면 눈에 띄는 자신만의 메시지가 없다. 이런 점은 필요할 때 명료한 메시지로 정부와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경쟁자 이 지사를 더 돋보이게 했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때마침 핵심 경쟁 주자가 사라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지방정부의 행정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하면서 이 지사가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누리게 된 점도 지지율 급등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두 사람 지지율의 골든크로스는 지난해 8월 발생했다. 지난해 8월 2주 차 갤럽 조사에서 이 지사는 이 전 대표를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역전했다. 한 달 전인 7월만 해도 이 지사의 지지율은 13%로 이 전 대표의 24%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불확실성이란 변수가 서로 다르게 작용했다. 이 지사는 대법원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 족쇄를 벗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취임을 앞두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당 대표란 독이 든 성배다. 모든 문제에 입장을 밝혀야 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 ‘어대낙’이란 공고하던 성은 그렇게 조금씩 허물어졌다.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에서도 발생했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자산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총리’에서 나왔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이 지사에게 역전당했던 시기는 부동산 실정에 대한 민심의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다. 문 대통령과 2인3각 공조체제를 유지하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 지사는 여권 내 대표적인 ‘비문(非文)’ 주자다. 여기에 이 지사는 특유의 정치력을 선보였다. 경기도 내 다주택 공무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이런 모습은 국민에게는 ‘고구마 문재인·이낙연’과 ‘사이다 이재명’처럼 보였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이 지사는 국민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한 박자 빠르게 포착해 내는 공감력과 이를 신속히 해결하는 실행력, 그리고 이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전달력을 갖추고 있다. 이 지사가 변방에서도 계속 주목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재명스러움’이라는 양날의 검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 지사의 지지율은 얼마나 견고할까. 이 질문은 이 지사의 지지율을 쪼개 보면 쉽게 대답이 가능하다. 이 지사 지지율 급등은 3040세대를 잡은 게 주효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실제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을 추월할 때 3040의 민심 이동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3040을 뺏고 뺏기는 문제는 민주당 최종 대선주자를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1년 전 3~4%에 머무르던 이 지사의 3040 지지율은 지난달 30%대(30대 33%, 40대 38%)로 치솟았다.

이 지사의 힘은 확장성에서 분명해진다. 그의 사이다 행정과 선명성 짙은 행보는 중도층은 물론 일부 보수 지지자에게도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달 갤럽 조사를 보면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18%,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의 28%가 이 지시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놀라운 수치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등판함에 따라 이 지사의 중도층 마음 사로잡기는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스윙보터’라고 불리는 30%에 이르는 무당층을 두고 두 사람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지사의 경쟁력은 ‘이재명 정체성’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대로 정부나 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력을 발휘해 나간다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지지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세론’이 당내는 물론 전체 판도에서도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관건은 그를 향한 당 안팎의 견제 공세다. 이미 그가 다음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건 기본소득에 대한 견제구가 날카롭게 날아들고 있다. 결국엔 실력과 비전의 싸움이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이재명의 정체성’과 ‘이재명의 브랜드’는 이 지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리스크”라면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도지사와는 다르다. 그의 정체성과 브랜드가 국민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면 지지율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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