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의사가 제왕절개 집도하다 아기 숨져” 靑 청원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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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당시 집도의 음주운전 확인…의료사고 조사 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본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병원 측의 안이한 대응과 만취한 의사의 제왕절개 수술 집도로 결국 아기가 숨지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청주 흥덕경찰서는 음주 상태로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 지목된 A씨의 의료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아기의 친모 B씨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열 달 품은 제 아들을 죽인 살인자 의사와 병원을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 의료사고 논란은 커졌다. B씨는 청원글에서 "저는 5개월 된 딸아이를 둔 엄마다. 앞으로 말씀드릴 이런 일이 없었다면 5개월 된 딸과 아들을 둔 쌍둥이 엄마였을 것"이라면서 한 아이를 잃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B씨는 "갑자기 양수가 터져 병원을 찾았지만, 주치의 A씨는 휴진이었고, 당직 의사는 '아이 상태가 좋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저녁 무렵 갑자기 간호사들이 분주해지더니 뱃속 아이의 심장박동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이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A씨가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하러 급하게 들어왔지만, 코를 찌르는 정도의 술 냄새가 느껴졌다고 B씨는 주장했다. B씨는 "수술이 끝난 후 비틀거리며 나오는 A씨에게 B씨 가족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해보니 만취상태였다"며 "B씨가 경찰관에게 '멀리 지방에서 라이딩을 하고 여흥으로 술을 먹었다'고 하며 '그래요, 한잔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B씨는 술에 취한 A씨가 오기 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병원과 만취 상태로 제왕절개를 집도해 결국 아이 1명을 사망케 한 의사 모두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B씨는 "술에 취해 수술실에 들어온 A씨와 그가 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당직 의사를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병원 측은 "청원인의 주장이 사실이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경찰은 A씨의 술을 마신 것과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였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사고 당시 음주상태를 추정하는 방법)을 적용해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38% 상태에서 직접 차를 몰고 병원까지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고, A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의료사고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등에 감정을 요청한 상태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술을 마신 채 직접 차를 몰고 병원에 간 사실은 확인했으나 의료사고 여부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음주 수술에 대한 처벌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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