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첩’ 운명의 2주…野 연타석 흥행에 속타는 與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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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오세훈 상승세’에 내부 리스크까지 이중고
野, 속도내는 화학적 결합…‘호남·중도’ 집중 공략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 포옹하고 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 포옹하고 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막강한 조직력과 세를 갖춘 '여당 vs 제1야당' 판이 짜여지면서 지지층 결집과 중도·무당층 흡수를 향한 여야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여당은 단일화 마무리 후 빠른 속도로 연대를 이룬 야권의 연타석 흥행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물론' 총공세에 나섰다. 야당은 오 후보의 상승세를 기폭제로 '빅텐트'를 재빨리 구축하고, 지도부의 광주 방문으로 극적 효과를 더하고 있다.

 

朴, 인물론 부각하며 총공세…"피말리는 1% 싸움"

더불어민주당은 24일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밀린다는 여론조사가 잇달아 나오자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여기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면서 역풍 차단에도 주력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일단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미래와 과거의 대결' 구도로 잡고 인물론에 집중하고 있다. 오 후보가 10년 전 무상급식에 반대하다 중도 사퇴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하며 '아이들 밥그릇 차별'에 나선 낡은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또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LH사태로 부동산에 민감해진 민심을 한껏 자극했다. 박 후보나 여권은 오 후보를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우며 셀프보상 의혹과 관련한 판을 본격적으로 키워갈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당 야당 후보 검증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과 관련해 '오 시장에게 한차례도 보고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언급한 전직 서울시 주택국장을 고발하며 사건을 법정 공방으로까지 끌고갈 태세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때 내곡지구를 사찰했다는 내용이 담긴 서초구의회 운영위 심사보고서와 오 후보가 내곡동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회의록 등을 주요 증거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24일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서울시 노인복지 정책 간담회에 참석, 온라인으로 연결된 서울지역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24일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서울시 노인복지 정책 간담회에 참석, 온라인으로 연결된 서울지역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오 후보의 셀프보상 의혹을 거론하며 "내곡동 문제는 지금 LH사태의 원조 격"이라며 "이 문제는 이해충돌 문제이고, 이해충돌은 공직자로서는 굉장히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으로서 '이 그린벨트를 푸는데 거기에 내 땅이 있고, 이런 절차를 거쳤다'고 시민의 동의를 얻었어야 한다"며 "압력을 가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는 추후의 문제"라고 했다. 박 후보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데 대해서는 "그런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박 후보 캠프 측은 전날 확정된 야권 단일화의 파급력을 경계한 듯 "'사퇴왕' 대 '철수왕'의 대결에서 사퇴왕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평가절하했다. 오 후보 캠프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것을 두고 '정체성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를 마친 후 "서울은 미래 상징인 박영선 후보와 무능 거짓말 시장 후보인 오세훈의 피말리는 1% 싸움이 될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려 벗은 '야권 연대'…광주 찾은 김종인

단일화 족쇄에서 벗어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직접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맹폭하며 표 결집에 나서는 양상이다. 여기에 오 후보 승리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도 수도권 민심을 움직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은 보란듯이 '빅텐트'를 치고 나오며 세 몰이에 극적 효과를 더했다.  

오 후보는 24일 박 후보가 자신을 'MB아바타'라고 공격한 데 대해 "실정과 무능의 대명사 문재인의 아바타가 아닌가, 박영선 후보에게 묻고 싶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며, '정권 심판론'과 보수층 유권자를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세번째 광주행으로 '수도권 호남' 표심 잡기에 힘을 보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에서 오전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 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오 후보의 승리를 예견한 듯 단일화 이후 첫 행보로 일찌감치 광주를 낙점해뒀다. 

지난해 8월과 11월, 그리고 단일화 결과가 나온 직후 광주를 찾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호남 표심을 노린 전략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앞서 "서울시 인구 구성 비율을 보면 호남 지역 사람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야권의 선거 참패 고리를 끊기 위해선 호남 민심의 지지가 절대적임을 강조했다. 오 후보가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서울 호남향우회를 찾은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5·18 추모탑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며 국민 통합에 진정성을 강조했고, 이후 당 정강·정책에도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포함하는 등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보선은 물론 차기 대선을 승리로 이끌려면 호남 구애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오 후보와 단일화 대전을 벌였던 안 대표가 재빨리 오 후보 측 지원에 나서면서 컨벤션 효과를 더욱 극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깜짝' 등장했다.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환한 표정으로 나타난 안 대표는 "저 안철수는 오세훈 후보를 도와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이고, 서울시민들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분과 함께 정권 교체를 이루고 한국 정치를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을 찾은 안 대표를 추켜세우며 두 후보 간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 후보는 "방금 안 후보가 연설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10번 정도 박수를 받았다. 이런 따듯한 환영의 분위기를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저와 안 후보의 정치적 책무"라고 호응했다. 

광주를 찾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24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의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를 찾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24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의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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