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선거 어려운데…여권 인사들의 ‘돌출 발언’ 왜?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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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들의 발언, 약일까 독일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에서 열린민주당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에서 열린민주당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가 성공적으로 성사되면서 국민의힘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LH사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위기감을 느낀 여권 중진들이 대거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돌출 행동이 침체된 여권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 남북교류협력 포럼 창립총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 남북교류협력 포럼 창립총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예찬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지만, 임 전 실장은 재차 박 전 시장의 공적을 밝히는 글을 게재했다.

임 전 실장은 24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박원순 시장의 행정에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당선은 서울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방증이었다”며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난색을 보였다.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 후보는 “피해 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임 전 실장은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에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맹비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모습이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이 피해 여성과 서울시를 어떻게 몰아붙일지 섬뜩함마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종호진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이다. 참 몹쓸 사람”이라며 “민주당은 즉각 임종석씨에 대한 당 차원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가덕신공항특위 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술자문단 공청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가덕신공항특위 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술자문단 공청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박 후보를 두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대위 회의에서 “(박 후보에 대해)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피고 기르고, 딸의 심정으로 어르신을 돕는 자세를 갖춘 후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점잖은 막말”이라고 질타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서울시장으로 적합한 이유를 고작 성역할 프레임을 씌우는 것밖에 없었느냐”며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출생과 육아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일삼고 사과했다. 당시에도 ‘점잖은 막말’을 하더니 지금도 별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행도 도마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니까 거의 이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에는 또 다른 친여 성향 유뷰브에 출연해 LH사태에 대해 “윗물이 맑았는데, 아랫물이 맑지 않다. LH에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LH 사태는 이 전 대표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 선거의 원인인 서울·부산시장의 성추행도 이 전 대표의 임기 때 발생한 일”이라며 “이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를 안 다면 국민을 위해 부디 자중하시라”고 비판했다.

선거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정권심판’ 성격이 강해지자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여권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대중적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4일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분명 이들도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알았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효과는 있겠지만, 한 번이면 충분하다. 만일 또다시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면 그건 전략의 문제다. 세 번째가 됐을 때는 의도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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