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잡아라” 野 통합 주도권 둘러싼 정치방정식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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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신 각자도생으로 선회하는 野…윤석열 ‘모시기’ 경쟁 탓?

보수야권이 대통합 문제를 놓고 세 쪽으로 갈라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강론’과 ‘통합파’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데 이어,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창당론도 고개를 들어서다. 4·7 재보궐선거 완승 이후 간만에 보수야권이 쇄신의 바람을 맞는가 했더니, 때 아닌 ‘각자도생’으로 혁신 동력을 잃어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통합을 둘러싼 야권 신경전의 중심엔 ‘윤석열 쟁탈전’이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윤 전 총장을 먼저 포섭해야 야권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셈법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공개적인 정치 행보를 자제하면서도 등판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진 않고 있다. 때문에 범야권 진영 간 윤 전 총장 ‘모시기’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 연합뉴스
1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 연합뉴스

‘통합’ 약속 어디가고 ‘각자도생’하는 野

14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과 방법을 두고 저마다의 손익계산서가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를 시작하기 앞서 당 대표부터 먼저 선출하자는 ‘선(先) 전당대회 후(後) 통합’ 논의와 그 반대의 ‘선 통합 후 전대론’이 맞붙었다.

당 대표를 뽑고 통합 논의에 임하자는 이른바 ‘자강론’에는 4선의 홍문표, 5선의 조경태 의원 등이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우리 당은 지금 자강 시스템이 되어있지 못하다. 바람이 어느 한쪽에서 세게 불면 흔들린다”며 “당 지도부부터 빨리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도 “현 지도부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 일정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미적거리다 보면 국민 시선에선 자중지란으로 비추어질 수밖에 없다”며 힘을 보탰다.

이와 달리 통합을 우선시하는 국민의힘 내부 기류도 상당하다. 5선 정진석 의원은 “통합이 곧 자강”이라며 “단일대오로 더 큰 제1야당을 만드는 것이 어떻게 자강이 아닐 수 있겠는가. 야권이 통합하라는 국민들의 명령이 순서이고 순리”라고 주장했다. 3선 조해진 의원도 “자강이 국민의당과 약속한 합당과 범야권 대통합, 야권후보단일화 작업을 부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제3지대 신당 창당론도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당 점퍼를 입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합동 유세에 나섰던 금태섭 전 의원이 ‘마이웨이’ 행보를 공식화하면서다. 그는 지난 12일 “윤석열 전 총장 같은 분도 정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지금의 국민의힘으로는 야권 대선 승리가 어렵다. 창당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같이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창당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면 움직여 볼 생각”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등판 타이밍 재는 尹, 비호감도 1위 ‘딜레마’

이처럼 보수 야권이 통합 논의에서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는 데에는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셈법은 달라도, 궁극적인 목적은 당 밖에 있는 대권후보까지 포섭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이 있다. 

정치권에선 결국 윤 전 총장을 데리고 오는 쪽이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관측한다. 야권 재편은 1년 뒤 치러지는 대선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 내에는 마땅한 후보가 없는 만큼 윤 전 총장을 영입해야 세력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여전히 등판 타이밍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JTBC와의 통화에서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닌가”라며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정치권 인사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권 정계개편이 어떤 식으로든 가닥이 잡힌 이후에 정계진출을 할 것이란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다만 야권이 윤 전 총장 ‘쟁탈전’에 몰입하다간 통합의 시너지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이 현재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뚜렷한 메시지가 없는 데다 성공 여부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권이 오로지 윤 전 총장 모시기에만 의존한다면 유권자의 피로감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이 비호감도 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JTBC 의뢰, 10~11일 조사, 18세 이상 남녀 1016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선호도 조사에서 36.3%로 1위를 차지했지만 비호감도 조사에서도 22.8%로 선두를 달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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