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모두까기’에 뒤숭숭한 野…커지는 ‘제3지대’ 대망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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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김종인 오는 16일 회동…신당 창당 탄력 받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난 이후 본격적인 몸 풀기에 나섰다. 보수야권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는가 하면, 신당 창당을 공언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회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과 금 전 의원이 손을 잡으면 제3지대 대망론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과 금 전 의원은 늦어도 오는 16일 만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이 금 전 의원에게 먼저 연락해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방식은 제가 생각하는 야권개편과 달라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당 창당을 공언했고,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제3지대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만남을 기점으로 신당 창당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인-금태섭 연합체의 주관심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대권주자 1위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을 영입해 야권재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예측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에 빗대며 “윤 전 총장이 금 전 의원 신당에 가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금 전 의원의 신당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준 셈이다.

2016년 3월24일 김종인(왼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해 금태섭 서울 강서갑 후보에게 공천장을 전달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2016년 3월24일 김종인(왼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해 금태섭 서울 강서갑 후보에게 공천장을 전달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잃고 주도권도 뺏길라…국민의힘 긴장모드?

윤 전 총장이 김종인-금태섭 신당에 합류하면 국민의힘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전망이다. 윤 전 총장과 대적할 만한 국민의힘 자체 후보가 없어,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전 위원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김 전 위원장의 노욕에 찬 ‘기술자 정치’는 대선국면을 분열과 혼탁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김 전 위원장의 덫에 걸려 야권을 분열시킨다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라며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정권 창출이 가능하겠는가. 김 전 위원장은 희대의 거간(居間)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의 노골적 구애도 계속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되려면 당 밖에 오래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했다.

1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 연합뉴스

대권수업 들으며 등판 타이밍 재는 윤석열, 종착지는 어디?

다만 제3지대 대망론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윤 전 총장의 의사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과 손을 잡지 않고 독자 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는데다,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국민의힘으로 바로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김종인 신당’의 파급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여전히 등판 타이밍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닌가”라며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정치권 인사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권 정계개편이 어떤 식으로든 가닥이 잡힌 이후에 정계진출을 할 것이란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당분간 윤 전 총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대권 수업에 몰두할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노동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와 회동하며 청년 실업 문제를 논의했다.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앞서 다양한 분야의 원로들을 만나며 관심 분야를 넓히고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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