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에 포위된 송영길의 ‘불안한’ 동침…‘비주류’의 파란, 성공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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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송영길 vs ‘친문’ 최고위원, 당심 해석 두고 평행선 달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쇄신 요구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은 ‘공존’이었다. 5‧2 전당대회 결과, 계파 색 옅은 송영길 신임 당 대표를 친문계 최고위원들이 포위하는 구도가 연출되면서다. 예상보다 적은 차(0.59%포인트)로 간신히 당선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주류’인 송 대표가 당 대표직에 올랐다는 사실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비주류인 송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으로 구성된 민주당 새 지도부 간 힘겨루기로 옮겨갔다. 송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름 빼고 싹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만큼, 친문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친문 측에서도 4‧7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 사이 줄다리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민심 받들겠다”는 송영길 vs “당심 따르겠다”는 친문

당장 새 지도부의 당무 첫날부터 친문과 비주류 간 미묘한 이견이 표출됐다. 민심과 당심에 대한 해석을 두고 송 대표와 김용민 수석 최고위원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를 더 강화하겠다. 국민 소통을 강화해서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를 통해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주신 민심을 잘 수용해서 민주당이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친문 권리당원의 지지를 업고 최고위원 후보 중 1위로 뽑힌 김용민 최고위원은 “국민과 당원들은 저를 최고위원으로 일하게 해주셨고, 그 뜻은 ‘민주당에 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민심을 받아들여 민주당을 변화시키겠다고 한 송 대표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최고위원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민생개혁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송 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실 있는 진용을 갖추고 수사에 들어가는 것부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그 이후 여론을 수렴하며 (검수완박을) 계획해나가야 한다”며 사실상 속도조절을 시사 한 것과도 결이 다른 발언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첫날부터 이견 드러낸 친문과 송영길…쇄신 성공할까

이처럼 송 대표는 민주당 ‘간판 투수’라는 자리를 얻긴 했지만 지위는 불안정한 형국이다. 경선 과정에서 송 대표가 강조했던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자니, 친문을 등에 업은 최고위원들의 기세에 눌리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어서다. 송 대표로서는 당의 쇄신을 이끄는 동시에 친문을 설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친문도 마냥 송 대표를 압박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정권심판론이 대두된 데다, 그 비판의 화살이 오롯이 친문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궐 선거 이후 정부‧여당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나란히 경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YTN 의뢰, 26~30일 조사, 전국 성인남녀 252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한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가능성도 솔솔 들려오는 만큼 친문이 과거처럼 목소리를 키울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일단 쇄신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아닌 당 주도로 정책을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송 대표는 “문재인 정부냐, 민주당 정부냐고 할 때 아무래도 ‘민주당’에 방점이 찍히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백신과 부동산 정책을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고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3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관련해서도 “후보 캠프가 아닌 당 중심의 캠프로 치러야 한다. 당이 중심이 돼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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