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공식 스폰서도 반대하는 도쿄올림픽
  • 박대원 일본통신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4 12: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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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폭발 단계 수준의 도쿄, 올림픽 개최는 강행…“취소 시 경제적 손실 3조 엔” 전망도

도쿄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아사히신문이 5월26일자 사설에서 스가 일본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중지를 요구했다. 긴급사태 선언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계속되는 가운데,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하에 올림픽 중지를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의 전문가 일부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쿄도 내의 감염 상황이 ‘감염 폭발 단계’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올림픽 개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이를 분과회의 공식 견해로 발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5월30일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인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건물 앞에 설치된 올림픽 상징 기념비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연합뉴스
5월30일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인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건물 앞에 설치된 올림픽 상징 기념비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연합뉴스

日 정부 “백신 사용해 대책 강구하면 개최 가능”

실제로 내각관방의 발표에 따르면 도쿄도(東京都)는 5월27일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신규 감염자가 29명으로 ‘감염 폭발 단계’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음에도, 오는 7월 예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5월28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재연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6월1일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나의 책무다. 올림픽을 우선하는 일은 없다”면서도 백신을 사용해 대책을 강구하면 올림픽은 충분히 개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6월1일 오전, 호주 여자 소프트볼 선수단이 해외 선수단 중 최초로 나리타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선수단에 코로나19 감염이 “선수 개인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동의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프로야구협회는 안전성을 이유로 대만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도쿄도에서만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각심 부족도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의 긴급사태 선언 이후, 음식점에서의 주류 제공 금지와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장시간 체류와 이에 따른 감염 리스크를 방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주류 판매 제한으로 인한 영업소득 감소를 우려한 일부 음식점에서는 주류 판매를 계속하고 있으며,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논알코올 칵테일 메뉴’를 제공하는 편법 영업도 잇따르고 있다.

도쿄도 시부야구(區)에 위치한 한 멕시코 음식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본래 제공하던 논알코올 음료 메뉴를 3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올림픽선수촌에서의 음주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5월31일 열린 여야 회합에서 일본 정부는 올림픽선수촌에서 제공되는 케이터링 서비스에 주류가 포함될 것이며, 선수 개인이 주류를 반입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유노키 미치요시 의원은 “가게에 술을 제공하지 말라고 하면서 선수들에 대한 특별취급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코로나19 확산 리스크에도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유명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기우치 다카히데가 5월25일 발표한 칼럼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1조8000억 엔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무관중으로라도 개최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1조6640억 엔에 이른다. 일본 정부 및 기업이 올림픽 경기장 건축비용(약 3300억 엔)을 포함해 1조1000억 엔이 넘는 자금을 올림픽 개최를 위해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관중으로라도 개최하는 편이 수지가 맞는 것이다.

 

아베노믹스 잇는 ‘정권 장기화’ 추진력 노려

또한 간사이대학 명예교수인 미야모토 가쓰히로는 도쿄올림픽의 경우 ‘올림픽 유산(legacy) 효과’라고 불리는 올림픽 개최의 중장기적 경제적 효과가 10년간 약 1조1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하면, 도쿄올림픽이 중지될 경우 일본은 장기적으로 약 3조 엔의 경제효과를 상실하는 셈이다. 2012년 12월의 제2차 아베 내각 발족 후, 아베노믹스와 같은 경제정책이 자민당 정권의 간판 정책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 및 이를 통한 경제효과 파급은 올림픽 이후 자민당 정권 장기화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스가 내각 및 자민당은 이러한 전략적 고려를 계산에 넣고 국내외 우려에도 올림픽 강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도 표기 문제 삼는 한국에 “올림픽 오지 말라”는 일본 우익 정치인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지도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기되어 있는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계 및 학계의 항의 및 삭제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5월28일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 측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선수단 파견은 (정치인이 아닌) 한국 올림픽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반도기에 독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에 반발해 IOC를 통해 한반도기에서 독도 표시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정치적 중립’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에 대해서는 도쿄올림픽 조직위를 앞세워 “단순히 지리적 위치를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2012년 6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옆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설치해 논란이 된 일본의 우익 정치인 스즈키 노부유키 일본국민당 대표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한국은 (올림픽에) 오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한국 측이 “다케시마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는 국교를 단절한다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히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했다.

인터넷 사이트 야후재팬에는 한국의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 언급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서 ‘한국이 안 오는 것 찬성’ ‘독도 문제 국제법으로 해결하자’ ‘한국 여론 75%가 올림픽 참가 반대라던데, 한국 여론을 지지한다’ ‘한국이 보이콧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국은 스스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등 일본 네티즌들의 조롱 섞인 의견이 다수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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