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4대 그룹 총수, ‘이재용 사면’ 언급했을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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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환담서는 거론 없어…비공개 석상에서 언급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기업 수장들과 오찬을 가졌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기업 수장들과 오찬을 가졌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4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함께했다. 삼성에서는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수장만 별도로 만남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찬은 400억 달러(약 44조원)의 대미(對美) 투자 계획 발표로 한·미 정상회담을 측면 지원한 기업을 격려하고, 경제 관련 주요 현안들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오찬과 관련한 최대 관심사는 다름 아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언급될 지 여부였다. 다만 공개된 자리에서 이뤄진 환담 중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거론은 없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며 양국의 경제협력에 기여한 대기업들을 격려하는 말과 그 화답이 주로 오갔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 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한·미 관계는 기존에도 튼튼한 동맹이었으나 이번에 폭이 더 확장돼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및 제품에서 서로 부족한 공급망을 보완하는 관계로 포괄적으로 발전해 뜻깊다”고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이후 진행된 비공개 회담에서 사면에 관한 언급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1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대 그룹의 투자액 중 최대 규모였다.

특히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투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어떻게든 사면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부회장에 사면 대한 청와대의 기류가 최근 긍정적으로 바뀐 점도 이런 견해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판단하겠다”며 사면 개연성을 열어놨다. 이런 가운데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갔다.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의식한 듯 시민단체들은 오찬 당일 청와대 앞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 사면·가석방 논의가 경제·사법 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면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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