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대규모 집회’ 예고한 민주노총 찾아 “한 번만 도와달라”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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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여의도서 1만 명 규모 집회 예고…“방역수칙 지킬 것”
지난해 8월 ‘광복절 집회발 감염’ 재현 우려
7월2일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위원장과 함께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오는 3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오는 3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가운데 오는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일 민주노총 건물을 찾아 집회 자제를 요청했으나, 민주노총은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전 김 총리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한상진 부대변인을 만나 “지금 절박하다. 이번 한 번만 도와달라. 지금 어디선가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퍼지면…”이라며 민주노총의 집회 자제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정 청장도 함께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집회 강행 의지를 밝히며 면담을 거절했다. 이 부위원장은 김 총리에게 “지금 이 상황은 방역법 위반이 아닌가. 야구 경기, 콘서트는 다 된다. 우리도 나름대로 국민들 걱정을 알고 있고, 충분히 준비할 능력도 경험도 있다”며 집회 허가를 촉구했다. 

김 총리는 이에 “집회 신고대로 흩어져서 50인 이내로 하실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 부위원장은 “모여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집회를 마련해달라”고 답했다. 김 총리는 다시 “50인 이상 집회를 하면서 집회의 자유만 이야기하나”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집회 자유를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김 총리를 막아섰다. 이에 김 총리와 정 청장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10분여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약 10분간 통화했다. 

김 총리는 통화로 “집회가 우려된다. 당국과 적극 협의해서 집회 개최 여부를 재고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정에 없던 사무실 방문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 상황점검 때 코로나19 상황의 급박함을 느끼고 사전협의할 여유도 없이 급히 방문하게 됐다”며 양 위원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여의도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중대재해 근절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한다. 참가 인원은 1만 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번 집회는 코로나19 감염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라 감염 확산이 우려가 크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826명으로 급증했고, 수도권에서만 619명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보수단체의 광복절집회를 계기로 전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천절인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3일 개천절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대규모 집회 예고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보수단체의 개천절집회 개최 시도를 막은 것처럼 집회 참가자들의 여의도 집결 자체를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개천절집회 때 경찰은 지난해 광화문광장을 펜스와 차벽으로 원천봉쇄하고 지하철 무정차 운행, 검문소 운영 등으로 보수단체의 집결을 사전 차단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의 충분한 거리두기 공간 확보를 위해 여의도에 집회 신고는 해뒀지만, 당일 상황을 봐서 내일 집회 장소와 방식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집회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전날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데 대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철저한 방역 속에서 집회를 진행할 의지도, 능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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