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대선정국에서 문심(文心)은 없다”
  • 감명국·구민주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2 11: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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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대권주자 부각 與가 자초했다? 尹은 동의하지만, 崔는 동의 못 해”

4월7일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선택은 이철희 전 의원의 청와대 정무수석 발탁이었다. 대다수 정치평론가는 이를 반겼다. 독주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문화를 변화시킬 적임자라는 평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2개월. 정국은 대선 일정과 맞물려 숨 가쁘게 전개됐다. 30대 제1야당 대표가 탄생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사퇴가 있었고, 윤석열·이재명 두 여야 유력 대선주자의 출마선언이 뒤따랐다. 한때 ‘청와대 정부’라고 불릴 만큼 정국을 주도했던 청와대를 향한 카메라 플래시는 여의도로 옮겨가서 터졌다. 그럼에도 언론지상의 한편에서 가장 활발히 오르내리는 인사는 이철희 정무수석이었다. 여·야·청 3각 구도 정국에서 사실상 청와대를 주도하고 있는 이철희 정무수석을 6월30일 만났다. 

6월30일 오후 용산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6월30일 오후 용산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철희 정무수석 취임 이후 청와대의 변화를 얘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야당을 만날 때 정무수석의 허리 숙이는 각도가 달라졌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소통과 협치에 특히 많은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인데.

“정무수석이란 자리 자체의 성격이 그렇다. 여야가 아무리 감정이 격화해 대치하더라도 원내대표끼리는 서로 대화가 돼야 하지 않나. 적군끼리도 전령은 왔다 갔다 하니까. 그렇게 보면 정무수석은 대여, 대야 이런 관계 설정이 기본적인 일이니까 가급적 역지사지하려는 태도가 이 자리의 기본적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기본값으로 지키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임명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메시지나 당부가 있었나.

“세 번째 제안 만에 (청와대에) 간 것이다. 누가 청와대 갈 거냐고 물었을 때, 삼고초려하면 또 모르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비문’인 나를, 물론 친문·비문 하는 네이밍 자체가 마땅치는 않지만, 어쨌든 언론 평가에 따르면 난 비문인데 그런 나를 선택한 건 그 자체로 내게 바라는 주문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전 정무수석과는 조금 다른 역할을 기대했던 것 같고. 세 번이나 (내게 정무수석을) 부탁했다는 건 뭔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또 이철희가 지향하는 것에 대한 (대통령의)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첫 번째 요청은 언제였나?

“지난해 7월이었다.”

그땐 왜 거절했나?

“국회 그만두고 방송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막 시작했는데, 방송사에 그만하겠다고 하는 건 도저히 청취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가족들의 반대도 있어 정중히 죄송하다 했다. 두 번째 제안 땐 내가 옛날 교육을 받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두 번이나 제안했는데 그냥 거절하긴 부담스러워 고민을 좀 많이 했다. 그때도 뭐가 좀 안 맞아서 결국 사양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6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예방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6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예방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청와대 들어간 지 두 달이 좀 넘었다. 변화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많이 듣지 않나.

“밖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덕담해 주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철희가 들어가 달라진 것 같다고 해준다. 그럼 뿌듯하다. 내가 안에 들어가서 내부화되지 않고 내 약속을 지키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도 느껴지고 그만큼 책임감도 더 생긴다. 이 평가가 언제 또 바뀔지 모르니 긴장해야겠다 싶다. 한번은 국회에 갔는데, 한 국회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을 국회에서 다 보네’라며 반갑다고 하더라. 속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 안 있으면 어디 있나’ 생각했는데, 그동안은 잘 못 봤다는 얘기인 거다.”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에 대해 적절하다, 부적절하다 논란이 많았는데.

“청년비서관이 원래 시민사회수석실에 있다가 정무수석 밑으로 들어왔으니 내 책임하에 있고, 내가 있을 때 발탁했기 때문에 잘잘못에 대해 내가 자유로울 수 없다.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게 맞다. 지금도 청년비서관직을 청년이 안 맡으면 누가 맡아야 하는지 물어보면 답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으로 하면 흔히 ‘학벌 좋은 남성’, 이게 그동안 공식이었잖나. 그 문법을 또 따라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어느 정도 아쉬움은 있고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최선의 선택은 했다고 본다. 다만 이게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느냐 따져보면, 2030세대의 삶이 그만큼 워낙 힘드니 분노를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이 부분은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그 목소리를 듣고 이를 어떻게 정치행위나 대통령의 목소리로 녹일까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사 그 자체에 대해 정치권이 특히 정치적 의도를 갖고 비판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문예위 지원사업 특혜 논란과 관련해 얼마 전에 한 인터뷰에서 “특혜는 없다”며 평소답지 않은 강한 톤으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 문제가 정무수석까지 나서서 이렇게 강하게 반박할 사안이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아버지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자식은 자신의 일상을 다 포기해야 하는 걸까. 물론 특혜나 권력이 작용해 부당하게 얻어냈다면 그건 잘못이다. 과거 정부에서 홍삼 트리오니 소통령이니 하는 대통령 아들들이 권력자로 행세한 적이 있긴 했다.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이 보기에 이상하다, (대통령 아들인데) 더 엄격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문은 100% 수용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이 사십이 된 한 가정의 가장이 자기가 꾸준히 해온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근거 없이 잘못됐다고 매도당하는 건 솔직히 인권침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아들 둘이 있다. 대학을 다니고 있고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에 곧 나가야 하는데, 엄청 조심한다. 뭘 해도 아빠 찬스 얘기 나올까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나도 조심해라, 조심해라 계속 당부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 아들이 자기 실력으로 뭘 해도 오해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기로 문준용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을 하는 것 그리 반기지 않고 있고 아버지랑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 이철희답지 않은 답변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시 내 진심은 그랬다.”

그래도 지금의 정국에서 대통령 아들이라면 가급적 조용히 있는 게 좋지 않으냐는 여론도 있을 텐데.

“조용히 있었잖나. 인사도 하고 이권에 개입해 구속되고 비리도 저질렀던 과거 대통령 아들들에 비하면 (문씨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과거 아픈 역사 때문에 국민이 그렇게 바라보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전후 사정을 알 만한 정치권이 틈만 나면 상습적으로 거론하는 건 정치인의 철학 문제라고 생각한다. 낡은 정치문법이라고 본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야권의 대선주자로 나서고 있다. 여당은 중립성 위반이라며 비판하지만, 오히려 여권이 이들을 과도하게 띄워준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인정한다. 그런데 두 분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은 당시 현직 법무부 장관이 나섰으니까 그렇게 보이는 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본다. 법원 판결에 의해 그 장관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확인됐으니 나로서도 할 말이 없다. 그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라고 한다면, 맞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의원들이 질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공방이 있었던 건 맞지만 청와대나 대통령이 일언반구 거기에 대해 거론한 적이 없다. 철저하게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줬고, 예컨대 감사위원 임명도 최 전 원장이 반대해서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존중했던 입장이라 정부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엔 동의할 수 없다.”

‘조국 사태’는 지금도 여권 입장에선 여전히 딜레마인 것 같다.

“조국 사태는 이제 지나간 것 같다. 다시 불러들여 정치적으로 도모하려는 세력은 있는 것 같은데, 이미 지나간 것 같다. (조국 전 장관이) 책을 내서 크게 시끄러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시끄럽지 않았다. 소비할 만큼 소비했고 또 재판받고 있는 시민이고 자연인이다. 권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 발언권은 있으니까, 그것까지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다. 조국 사태 났을 때 난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했고, 장관 되고 나서도 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통화하면서 얘기도 했었다. 지내놓고 보니 윤 전 총장이 당시 인사청문회 진행되는 와중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가할 정도로 조국과 관련한 큰 비리가 지금 확인된 게 있나? 없다. 자잘한 잘못은 있지만. 당시 검찰이 내걸었던 권력형 비리, 사모펀드 비리도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다. 비판할 만큼 했고 소비될 만큼 소비됐으니 이제 ‘조국 팔이’ 그만했으면 좋겠다. 다른 현안도 많은데, 모든 걸 조국 관련 찬반으로 단순화시켜 가르는 건 적절치 않다. 나쁜 정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현재 입장은 어떤가.

“사면권을 가진 대통령으로서는 여러 가지 고려를 할 수밖에 없다. 공감대가 어느 정도이며 형평성엔 맞는지 등등.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아마 정치적 고려를 많이 하는 대통령이었다면 벌써 사면했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이런 고려를 하지 않는 사람이고,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 그런 담백함이나 진솔함이 지금 문 대통령의 지지율 40%를 떠받치고 있는 기본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정국이 시작됐다. 집권 5년 차 청와대는 권력의 힘은 빠진 채 대선정국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뒤따를 텐데.

“청와대가 대선정국을 관리할 생각도 없고, 관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권이든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통령이 나올 때가 이제 됐다고 생각한다. 국민 박수 받으면서 퇴임하길 바라고, 한국 정치에서도 박수 받으며 물러나는 대통령의 선례를 만들어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게 곧 나의 보람이겠다 싶어서 (정무수석직을) 선택한 것이다.”

대선정국 관리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경선 일정을 두고도 여당 내 논란이 있었다. 정무수석으로서 전혀 관여를 안 할 순 없진 않을까.

“우리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도 생각이 분명하고. 우린 우리 할 일 하는 거고, 선거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다. 이게 뒤섞이면 쓸데없는 논란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난장판이 벌어질 수 있다. 나보다 더 강하게 대통령 역시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 선거를 행정적으로 준비하는 거지, 다른 의미의 관리는 절대 없어야 하고 없을 것이다.”

앞서 자신을 비문으로 평가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친문 일색이다. 당과 정무수석 관계로 볼 때 일하기에 껄끄럽거나 불편하지는 않나.

“불편한 부분, 분명 있다. 왜 없겠나. 선거운동과 정부 운영은 다른 영역이다. 당은 선거 논리가 강해지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 논리에 좇아갈 수 없고 정부 운영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데, 아마 그 간극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엇박자나 미스매치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이를 최소화시키고 원만히 굴러가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어제 대통령 주재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데, 경제라인이 내게 와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얘길 하더라. 역대로 추경이 이렇게 조용히 합의된 적이 없다고 했다. 추경할 때마다 여야가 싸우고 난리가 났었는데 이번엔 잘 끝나서 고맙다고 하더라. 내가 그래도 완전히 헤매고 있지는 않구나, 할 일은 하고 있구나 큰 보람을 느꼈다.”

지금 청와대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인사는 정말 어렵다.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게 있다. 왜 안에서도 모르겠나. 대통령도 알고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특정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건 온당하지 않다. 내부적으로 인사는 세 가지 과정이다. 어떤 사람으로 하면 좋을지 고르는 것, 그를 검증하는 것, 마지막으로 검증을 통해 누구를 대통령에 추천할지 이 세 가지 절차인데, 마지막 추천할 때 판단을 잘못했다면 청와대 공동의 책임이 있는 거다. 나도 인사추천위원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는 거고. 국민 비판은 일단 겸허히 받아들이고 뭘 잘못했는지 같이 되돌아보고 경각심을 더 갖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우리 관점으로가 아니라 국민의 논리와 눈높이를 더 존중하고 집중하자고 진지하게 얘기 나눌 필요는 있다.” 

이철희 정무수석(왼쪽)이 5월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외숙 인사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철희 정무수석(왼쪽)이 5월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외숙 인사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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