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격과 동시에 ‘위기의 남자’로…윤석열 옭아매는 ‘가족 리스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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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쥴리’ 논란 가시기도 전에 ‘장모 구속’ 악재
여권 ‘내로남불’ 역공…휘청이는 尹, 대선판도 출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를 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를 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 대권 행보를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맞닥뜨렸다. 최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열어젖힌 '쥴리' 논란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요양급여 편취 의혹을 받던 윤 전 총장의 장모가 법정구속 되면서 그야말로 '지뢰밭'이 펼쳐졌다. 윤 전 총장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수사와 법정 공방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여서 유력 대선 주자의 악재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윤 전 총장은 끊이지 않는 '가족 리스크'를 통해 첫 번째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윤 전 총장은 자신 또는 가족과 관련한 의혹에 '선 긋기'를 하며 정면돌파를 피했지만, 논란이 확산할수록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향후 대응에 촉각이 쏠린다. 여권은 즉각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을 집중 난타하며 흔들기에 나섰다.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7월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최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 연합뉴스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7월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최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 연합뉴스

대선 출마와 동시에 터져 나온 '부인·장모 리스크'

2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성균 부장판사)는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74)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대형 가족 리스크가 터진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의 기세를 이어가고,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로서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할 중대한 시점에서 돌출된 악재다. 

특히 윤 전 총장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며 내놓은 대선 출정 선언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법원이 장모 최씨를 향해 '국민 피해 야기'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재판부는 최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다른 요양급여 부정 수급 사건에서는 편취금이 대부분 환수됐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켜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준 점 등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윤 전 총장이 검찰 재직 시절 장모 사건 처리에 관여했는지 여부로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당초 이 사건은 2015년 파주경찰서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끝에 최씨의 동업자 3명은 입건됐고, 이들은 유죄(1명 징역 4년, 2명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를 확정지만 최씨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공동 이사장이던 최씨가 2014년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수사와 처리가 부실한 점을 들며 최씨를 고발했고, 결국 재수사 끝에 기소와 유죄 판결로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의 가족 리스크가 이번 재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장모 구속에 대한 무게감은 더 커진다.

최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는 'X파일' 등에서 언급된 의혹을 적극 부인하고 나서면서 직접 '쥴리', '유부남 검사와의 동거설' 등을 입에 올리는 자충수를 뒀다. 김씨가 공개적으로 이같은 발언을 하고 나오면서 공세 빌미를 제공했다는 혹평과 우려가 쏟아졌다. 

김씨 발언이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일에 나오면서 타격은 더 컸다. 윤 전 총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고, 김씨의 인터뷰를 윤 전 총장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정황까지 나오면서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 전 총장이 뚫어야 할 리스크가 '첩첩산중'이란 점이다. 

장모 최씨는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동업자와 짜고 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추모공원 경영권 편취 의혹으로도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윤 전 총장 부인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사건 개입 의혹, 김씨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尹 흔들기' 나선 여권, 야권도 요동

여권은 위기에 몰린 윤 전 총장을 집중포화하며 '검증의 칼'을 매섭게 들이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모 최씨가 지난 2015년 수사 당시엔 입건되지 않았다가 지난해 재수사에서 기소된 점을 부각하면서 윤 전 총장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송영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검찰총장 사위란 존재 때문에 동업자만 구속되고 최씨는 빠져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총장 사위가 사라지자 제대로 기소되고 법적 정의가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모가) 10원 한 장 받은 것 없다고 하면서 국민 재산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하고 윤석열 후보의 책임이 있는 언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당연한 결과로, 사인 간 문건만으로 무혐의 처분을 한 검찰의 잘못이 여지없이 확인됐다"며 "가족에 한없이 관대한 검찰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정점에 있는 윤석열이 얼마나 국민을 속여왔는지 잘 보여준다"면서 "그의 국민의힘 입당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을 뿐인데 벌써 '윤석열 몰락의 종소리'가 울린다"며 "급조된 후보임을 자인하고, 조속히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신과 일가엔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에겐 혹독한 윤석열식 자유와 정의의 밑천이 드러났다"며 "검증을 회피하고 잠행만 이어가는 적반하장은 국민께 큰 죄를 짓는 길로, 국민은 윤석열을 도려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권주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재명 후보는 "사필귀정"이라면서 "과거에 '책임면제각서'를 써서 책임을 면했다는 얘기를 보고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같이 범죄적 사업을 했는데 이 분만 빠졌다는 게 사법적 정의의 측면에서 옳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제 자리로 간 것 같다"고 했다.

이광재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의 파렴치함이 드러나는 순간으로, 헌법과 법치주의로 대국민 표팔이를 해온 윤 전 총장의 해명이 궁금하다"며 "장모의 혐의를 시작으로 최근 불거진 배우자에 대한 논란까지, 정치를 하려거든 모든 의혹을 당당히 털고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2일 오전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2일 오전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엄호'와 '비판'이 교차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윤 전 총장 장모 구속에 대해 "대한민국은 연좌를 하지 않는 나라"라며 "그분(최씨)의 과오나 혐의가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게 있느냐, 없느냐가 국민들의 판단 잣대가 되지 않을까.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모의 실형 선고가)윤 전 총장의 입당 자격 요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국민이 윤석열에게 속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하자, 이 대표는 "뭘 속았다고 표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친족에 대한 문제를 근간으로 정치인의 활동을 제약한다는 건 과거 민주당에서도 굉장히 거부했던 개념이기 때문에 공격을 위해 그런 개념을 꺼내는 게 과연 합당할까"고 반문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고발도 스물 몇 건 당하고, 자기 처, 장모 다 걸렸다"며 "자업자득"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윤 전 총장 부인의 '쥴리' 발언 등을 언급하며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 버렸으니까, 이제 그 진위에 대해 국민들이 집요하게 검증하려고 들 것"이라며 "상당히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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