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②] 오세훈 “7월1일 윤석열과 2시간 비공개 회동”
  • 대담=전영기 편집인/정리=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9 10:00
  • 호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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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
“정권교체 성공해도 대연정은 필수적”
“시장 연임 도전할 것…대선 출마 가능성 전혀 없다”

기사 [단독 인터뷰①] 오세훈 “tbs 문제, 해결할 수 없어서 안 하는 것 아니다” 에 이어

7월7일 시사저널은 정확히 취임 3개월(90일)을 맞은 오 시장을 시청 청사 6층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후 그는 시장실 내 수면 공간을 없애고 벽을 둘러싸던 책장도 대폭 정리했다. 집무실 한편에 작은 책상과 세 칸 남짓의 책장, 원형의 회의 테이블만 남겨두었다. 책상 위엔 흔한 서류 한 장 쌓여있지 않았다. 매일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하는 그의 습관 덕이다.

그는 인터뷰 동안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tbs교통방송과 박원순표 마을공동체, 주민자치제 등 갈등이 예고된 현안들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묵은 묵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때가 왔음을 알린 것이다. 특히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한 계획과 여야 대선주자들을 향한 당부를 전했다. 그는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집권 초부터 대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역시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4월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내각과 토론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토론이 좀 더 활발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참모들 중심으로 회의가 이뤄지다 보니 실질적 토론보다는 보고 위주다. 내가 내놓는 제안에 대한 답변이 원론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난 그곳에서 쓴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참석자다.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장이자 유일한 야당 인사이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자연스럽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로서, 가능한 한 국무회의에 많이 참여해 그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누가 집권하든 문재인식 적폐청산 안 돼”

대선 국면이 본격화됐다.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과는 만났나.

“만났다. 그쪽(윤 전 총장)에서 먼저 요청해 지난주 목요일(7월1일) 저녁 만남을 가졌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날 가장 먼저 만난 것 같다. 내가 비공개로 하자고 해 2시간가량 조용히 같이 식사를 했다.”

중앙정치 얘기를 해보자. 만약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 해도 절대적인 여소야대 정국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여소야대 서울시를 겪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지 얘기해 달라.

“차기 정부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고는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게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당이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180석에 이르는 야당을 상대로 집권 초에 하고 싶은 일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높은 단계의 연립정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총리직이나 장관직부터 함께 구성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국정은 서울시엔 없는 툴을 갖고 있다.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기관들을 통치수단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보다 훨씬 다양한 행정력을 구사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건 권력기관을 동원한 협치보다는 설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정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 구성부터 협치와 연정을 염두에 두는 것이 새 정부가 일에 속도를 내고 실효성을 담보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대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인가.

“우리나라 사정상 소연정 정도의 발상으로는 갈등과 난관들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데에 특별한 배경이 있었나.

“사실 서울시장 출마하기 전에 오랜 기간 대선을 준비했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우리 당에 의해 구성되면 어떻게 나라를 운영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무엇보다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후 야인으로 머무르는 동안 영국·중국을 비롯해, 아프리카 르완다와 남미 페루 등에서 수개월씩 머무른 적이 있었다. 당시 르완다에서 많은 걸 느꼈다. 그 나라는 1970년대에 90%에 이르는 다수민족이 10%의 소수민족을 대학살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핍박받아온 소수민족 출신 대통령이 당선돼 무리 없이 국민 통합을 이루고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복수하지 않겠다. 다만 잊지 않겠다’는 국정 모토를 내걸고 국민 화합 정치를 펼쳤다. 그 덕에 우리로선 상상할 수 없는 통합의 정치가 그 나라에 이뤄지고 있다. 국제사회를 견문하며 체감했던 기억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다.”

‘복수는 없다. 잊지는 않겠다.’ 차기 정부를 향한 제언이 될 수 있는 건가.

“다음에 여야 누가 대통령이 되든, 더 이상은 문재인 정부 방식의 적폐청산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물론 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가 크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면 다소 유약하게 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젠 그 보복의 역사를 끊어야 한다. 지금 우리 당 대권주자들이 이 약속을 공표했으면 한다. ‘무한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을 우리가 끊겠다’ ‘완전히 끊진 못하겠지만 필요 최소한에 그치겠다’ 정도의 선언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 대통령처럼 복수할 거 다 하고 국민 통합을 외친다? 도리가 아니다.”

 

“대선 출마 안 한다. 서울시장 재출마”

대선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내년 서울시장에 재출마할 계획인 건가.

“이미 여러 차례 공언했듯, 지금 서울비전2030위원회(서울시 중·장기 비전을 세우기 위해 오 시장이 출범한 조직)에서 논의하며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 최소 5년은 필요한 계획들이다. 이 말로 내 계획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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