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기업회생하자" 경영진 "안돼" 이상한 상장사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0 10:00
  • 호수 16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독] 기업 회생 놓고 좋은사람들 갈등…‘주병진 신화’에서 ‘이기태 신화’ 가다 좌초

방송인 주병진을 스타 기업인으로 만든 언더웨어 전문회사 ‘좋은사람들’ 내홍은 현재진행형이다. 주병진이 직원 3명과 함께 1993년 세운 이 회사는 한때 제임스딘, 보디가드 등 7개 브랜드를 거느린 대형 속옷 회사였다. 1997년에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그랬던 회사 경영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 이종현씨가 제이에이치더블유투자조합을 이용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부터다. 이기태 전 부회장은 삼성 ‘애니콜 신화’의 주역인 대표적인 기술 경영인이다. 차남 이씨가 경영에 나선 후 회사는 곤두박질쳤다. 3월22일 한국거래소는 ‘의견거절’ 판정을 한 ‘한올회계법인’의 판단을 근거로 이 회사 주식거래 정지를 결정했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자 소액주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이종현 전 대표(현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전제로 법원에 기업 회생을 요구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회생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되레 회사 경영진은 회생 절차를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의 사내이사직 사임, 소액주주 추천 이사 선임, 임시주총까지 전체 4명인 집행위원(2명은 사외이사) 중 1명을 소액주주 측 인사가 맡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 중재안은 ‘선 이종현 퇴진’이라는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성동구 성수동 SK V1에 사무실을 둔 국내 속옷 제조사 ‘좋은사람들’ⓒ시사저널 최준필

‘애니콜 신화’ 이기태 전 삼성 부회장 차남 인수 후 문제

소액주주들과 이 회사 감사 최아무개씨는 최근 이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경찰 고발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가 지난해 말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 주식을 에이에스피컴퍼니 등에 31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회사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좋은사람들 법인이 60억원 상당의 부채를 떠안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는 올 3월 회사가 우발채무자인 에이에스피컴퍼니로부터 회사 자산(부동산 및 상표권)에 대한 강제 경매를 신청하겠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뒤늦게 확인됐다. 에이에스피컴퍼니는 회사 예금에 대한 압류를 진행해 14억원을 가져갔다. 이에 대해 이종현 전 대표는 “회사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운 것은 개인 이종현과 법인 대표 이종현이 동일 인물이 때문이며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해명했다. 반면 소액주주 측은 “에이에스피컴퍼니가 소송을 취하한 것은 맞다. 그러나 가져간 회사 예금 14억원을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이 전 대표 등 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전 대표의 무자본 M&A(인수‧합병)까지 거론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들은 이 전 대표가 정체불명의 돈으로 회사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른 뒤 사내유보금 투자, 외부자금 조달, 자산 현금화 등으로 회삿돈을 빼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감사를 담당한 한올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을 결정한 감사보고서에서 “우리는 당기 중 발생한 일부 자금 거래와 관련해 자금 출금 절차의 흠결, 법인인감 사용 통제의 미비, 법인인감의 사용이 완전하게 기록돼 관리되고 있지 아니한 사실, 이사회 개최 및 의사록 작성과 관련된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미비점을 발견했다”고 적시했다.

올 3월 회사는 “지난해 제이에스앤파트너스에 16억원, 에프앤디조합에 35억원, 지엔씨파트너스에 3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면서 대여 조건으로 주기로 한 코스닥 상장사 ‘판타지오’ 경영권 프리미엄 45억원을 돌려줄 것을 요청하는 최고장(催告狀‧상대방이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독촉하기 위한 문서)을 발송했다. 이 전 대표는 “질권 설정이 돼 있기 때문에 자금 회수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질권 설정이 돼 있는 단기대여금은 일부에 불과하며 일부 투자금은 최대주주 권리를 포기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에프앤디조합과 관계사인 대양홀딩스와 지엔씨파트너스, 엘앤에이홀딩스 등에 흘러간 돈은 이외에도 더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 전 대표가 이런 방식으로 회사 내부 자금을 외부로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프앤디조합에 주식 담보 조건으로 30억원을 빌려줬는데도 대양금속이 주요 주주인 에프앤디조합이 이에 대해 공시를 하지 않은 점, 이후 에프앤디조합이 제3자에게 우선주를 양도 처분한 공시를 한 것으로 보아 제대로 질권 설정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 지앤씨파트너스는 코스피 상장 기업 대양금속의 특수관계인이다. 이 전 대표에게 자금 대여를 요청한 공아무개씨는 대양금속의 최대주주 이옥순씨 아들이다.

2020년 6월22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좋은사람 들’ 인수 자금 출처 수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회계법인 감사의견 거절 후 주식거래 정지

이 밖에도 노조는 현재 회사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26억원이 사라진 것 역시 횡령, 배임이 의심된다며 이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 정상회를 위해 경영진 교체 등을 요청했지만 이 전 대표가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회생에 들어가면, 해외 라이선스도 반납하고 대형마트에서 다 철수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뿐만 아니라 전국 590곳의 가맹점주들도 피해를 본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의 회사 주식 보유 여부도 논란이다. 에이에스피컴퍼니는 작년 12월18일 이 전 대표와 좋은사람들의 최대주주인 제이에이치리소스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경영권 및 주식 인수계약서’를 썼다. 그런데 올 3월18일 회사에 “이종현 전 대표가 당사의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했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올 1분기 현재 이 전 대표는 회사 지분을 고작 0.01%(4732주)만 갖고 있다. 0.01%로 전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2018년 8월 회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회사를 잘 경영해 달라’고 이야기해 솔직히 그가 직접 경영에 나설 걸로 봤다”고 말했다. 회사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라임자산운용은 동양네트웍스와 에스모,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됐는데 이 중 일부가 좋은사람들 인수에 쓰인 정황이 포착됐다. 경영권 인수 목적으로 이 3곳의 회사로부터 조달받은 자금 액수는 1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처음에는 인수자금 150억원이 모두 가족들 돈이라고 했다. 라임 돈을 빼고 50억원도 본인 돈인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회사 인수 전 대표이사였던 조아무개씨에게 전액 개인이 아닌 조합에서 자금이 일부 들어올 거라는 사실을 말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대표였던 조씨의 설명은 다르다. 이 전 대표로부터 조합 투자금과 관련해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 1분기 결산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좋은사람들은 지난 5월18일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