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격 이낙연, ‘단일화’로 호남 표심 모으면 시너지
6명 중 1명이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된다. 주인공은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본경선 기호 순) 후보 중 한 명이다. 코로나19로 경선 일정이 연기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9월5일까지 50여 일간의 마지막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9월5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9월10일 결선투표를 벌인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는 누가 될까. 알 수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두 달은 안정적 나라의 웬만한 2년과 맞먹는다. 경선판은 실제 요동치고 있다. 매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의 순위 경쟁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2위 이낙연 후보가 최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추미애 후보는 이재명·이낙연 후보와 함께 ‘빅3’를 형성했던 정세균 후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선판은 어떻게 움직일까. 역시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이 판을 좌우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 답을 찾는 과정은 풍부하면서도 입체적이게 된다. 선거의 3요소로 구도·인물·이슈를 꼽는다. 전선은 확실하다. 이번 경선의 구도는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이다. 경선을 관통하는 이슈는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경선 연기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외에도 돌발 변수는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인물’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경선의 승부가 ‘인물 경쟁력’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 정책 선거가 아니라 인물 선거이며, 정책 내용보다는 그 정책을 집행할 후보의 태도와 신뢰도 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선 인물이 곧 정책이고 노선이며 비전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대선후보 한 사람에게는 많은 것이 농축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대선후보를 뽑는 ‘개인전’ 성격도 있지만, 대선일에 51%의 득표를 확보할 지지를 모으는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단체전’ 성격도 가지고 있다. “민주당 전체가 이기는 선거가 돼야 한다(윤건영 민주당 의원)”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은 어느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가졌다고 판단할까. 무엇이 표심을 가를까. 무엇이 바뀌면 표심이 움직이고, 판이 흔들릴까. 시사저널이 50여 일간의 역동적 드라마를 좌우할 핵심 변수 3가지를 짚었다.
☞ [與 경선 쪼개보기] 흔들리는 ‘이재명 대세론’ 기사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2. 결선투표제라는 변수…2등 주자 경쟁 치열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수로 꼽히는 게 바로 ‘결선투표제’다. 9월5일까지 예정된 경선에서 1위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면, 9월10일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치러지고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후순위 주자들이 레이스 완주를 천명하며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고, 자신이 2등 후보가 돼 일대일 구도를 마련하고자 공을 들이는 이유다. 2위 주자에 가장 바짝 다가선 이낙연 후보에 대한 공격이 최근 거세지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결선투표제는 경선의 역동성을 키워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서로를 향한 공격 수위를 계속 높여 후보들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실제 이번 경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동할까. 전문가들은 결선투표제에 대해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준한 교수는 “결선투표제가 이번 경선에서 순위를 뒤바꾸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정반대 의견을 내놨다. 최 원장은 “결선투표제가 큰 변수라는 것은 정치공학적인 분석이자 각 캠프의 기대일 뿐”이라면서 “1등 주자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고 결선투표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전략이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1등과 2등 간의 순위가 뒤바뀌더라도 그건 결선투표제 전에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9월5일에 과반 득표자가 없어 9월10일 결선투표를 치르더라도 둘 사이의 시차가 너무 짧아 ‘반(反)이재명’ 전선을 결속력 있게 묶어내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선투표까지 두 번의 경선을 치른다는 것 자체로 당내 분란과 이합집산의 골이 깊어질 수는 있지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차가 너무 짧아 그 갈등과 분란의 강도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후보에 맞설 2위 자리에는 과연 누가 오를까. 이낙연 후보는 최근의 지지율 반등을 견고한 추세로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적합도가 최대 18%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가운데 상승 추세라 이낙연 캠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낙연 후보는 7월14일 이런 조사 결과를 게시한 문자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보내며 “경선이 요동치고 있다. ‘이낙연이 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낙연 후보가 치고 나오자 견제도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물론 추미애·박용진 후보 등도 이낙연 후보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 측근의 금품수수 의혹을 거론했다. 추 후보는 “총리 시절에는 안정감을 가졌지만 당 대표로서 점수는 0점”이라며 “제가 (당 대표) 재임 시엔 권리당원이 70만 명을 넘었는데, 이낙연 후보의 대표 시절에는 권리당원 10만 명이 떠나갔고 지지율이 폭락했다”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그를 ‘식상한 후보’ ‘패배 장수’라고 부르며 날을 세웠다.
3~4위권으로 평가받는 정세균 후보는 역전의 발판으로 조직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비경선에서 이광재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낸 데 이어 본선 진출에 실패한 양승조 충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3. ‘호남’ 기반 이낙연-정세균 단일화하면 시너지
민주당 경선에서 마지막 반전 카드로 주목받는 변수는 바로 후보 간 단일화다. 특히 2위와 3위 주자로 평가받는 이낙연-정세균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경선판은 2강 구도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경선 연기 여부도 변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국면이 지속될수록 경선 연기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셈법도 복잡하다.
후보들은 아직 경선 초반이니만큼 단일화보단 자강론에 무게의 추를 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반(反)이재명 지지층 입장에서는 선택지를 좁혀서 선택을 유리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반이재명 지지층이 선택지를 좁히라는 무언의 압박을 높이면 2등 주자에게 유리하게 단일화 국면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준한 교수는 “단일화는 이번 경선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꼭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지지 선언, 연대 등의 움직임으로 반이재명 전선이 형성되면 바람이 불 수 있다”고 했다.
김두수 대표는 단일화가 ‘1+1=2’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은 호남에 기반을 둔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결합하는 조합일 때 가능하다고 봤다. 김 대표는 “두 후보 모두 호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 후보가 호남의 대표주자로 부각된다면 마지막 반전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배종찬 소장 역시 “반이재명 연대가 호남 지역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실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했다.
경선 연기 변수는 어떨까. 유의미한 변수가 될까. 최진 원장은 “경선이 연기된다고 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최 원장은 “국민이 충분히 고민해서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경선 연기가 좋을 수 있다”면서도 “시간을 한 달 더 준다고 해서 될 사람이 안 되고, 안 될 사람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경선 연기가 1등 주자 입장에서는 역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긴 하다”면서도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야당 후보와의 경쟁력 비교 우위라서 이 점에 자신 있다면 담대한 리더십을 보이는 결단력을 발휘해도 문제는 없다. 이 후보가 통 큰 리더십을 보이면 경선 연기는 큰 변수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경선 연기가 오히려 1위와 2위 주자에게 서로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는 “1등 주자인 이재명 후보에게 경선 연기가 불리하다는 분석은 별다른 상황과 이슈가 없을 때는 맞는 진단이지만 지금은 아니다”면서 “이낙연 후보의 상승세가 실체가 있고 결집도 강해진다고 하면 오히려 경선이 빠르게 진행되는 게 추격자 입장에서는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다시 드러내고, 탁월한 후보라는 점을 입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본소득 대신 내세운 ‘공정과 성장’이라는 정책을 뒷받침할 디테일을 채울 시간이 필요하다.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간은 이재명 후보에게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