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국힘당, 해체하라” vs 지지자 “이재명한테는 왜 못해” 맞불
국힘 대선 후보들, 호남에 지지 호소…“5·18 정신 잊지 않고 이어받겠다”
11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이날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대권주자 참배 행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학생들 간에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어대윤’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정권교체를 외쳤다. 뒤이어 ‘진정성없는 참배쇼’ ‘토건비리당 국민의힘 해체하라’‘또 무당이 실세? 윤석열 사퇴’ 피켓을 든 대진연 학생 30여 명이 나타나 국민의힘과 윤 후보를 싸잡아 성토했다.
이에 일부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스피커 소리를 크게 틀어 맞불을 놓으면서 광장은 두 개의 고성이 뒤섞였다. 이들은 경쟁하듯이 스피커 볼륨을 올렸고, 주변은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소음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대진연을 향해 “대장동 비리 주범인 이재명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왜 여기 와서 화풀이하느냐”고 질타했다. 대진연은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을 향해서도 “골수까지 비리로 찬 국힘당 해체하라”고 야유했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양 측을 갈라놓느라 진땀을 뺐다.
국민의힘 사상 최초 무명열사 묘역 참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정미경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2차 예비경선을 통과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 예비후보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호남에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참배단 앞에서 헌화·분향하며 민주열사의 넋을 기린 뒤 박관현 열사에 이어 신동남 열사 등 5명의 무명열사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의힘이 무명열사 묘역을 참배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광주의 영령 앞에 이제 국민의힘은 하나된 모습으로 항상 한결 같겠습니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유 전 의원은 “5·18 지사님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주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고, 윤 전 총장은 “아! 5·18 잊지 않겠습니다”, 원 전 지사는 “나라의 위기마다 앞장선 의로운 고장 광주 5·18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 전문 앞머리에 올리고 국정운영에 호남과 함께 중심에 서겠습니다”라고 썼다.
10시 20분께 윤 전 총장이 승용차 편으로 도착해 내빈실로 이동하자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다가가는 바람에 혼잡을 빚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자 일부 윤 전 총장 지지자는 “X자식” 등 독설을 퍼부었다.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참배 행사 내내 그 흔한 눈 맞춤 조차 없었다. 최근 토론회 등에서 각을 세우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지 않은 채 애써 참배에만 집중했다. 참배시에는 이준석 대표를 사이에 두고 섰고, 서로를 의식한 듯 이동도 서너 발짝 떨어져서 했다.
‘따로 행동’ 윤 전 총장 군기 잡은 정미경 최고위원
이날 윤 전 총장은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운천 국회의원과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 등과 후미 그룹을 형성하며, 당 지도부와 10여 미터 뒤쳐져 내려왔다. 윤 정 총장과 정 의원이 광주와 대구의 지역 낙후 등을 얘기하는 도중에 갑자기 정미경 최고위원이 대열에 끼어들어 “윤 후보님, 당 대표와 떨어져서 가면 안 돼요”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마스크를 써 정미경 최고위원인지 잘 몰라 봤다”고 말을 되받자 정 최고위원은 정색하며 “저를 모른다고요. TV토론에서 (윤 전 총장을) 제가 얼마나 많이 옹호했는데...”라고 했다. 이를 지켜본 한 정치권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당 지도부의 반감이 우회적으로 표출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유승민, 원희룡 후보는 중앙당이 제공한 관광버스 편으로, 윤 전 총장은 개인 차량을 이용해 각기 5·18묘지에 도착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광주 공략…첫 호남 TV토론 격돌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5·18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최고위 회의에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비서실장, 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호남관련 공약을 내 놓았다.
이준석 당 대표는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전남대 후문까지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 도보 1인 시위를 했다. 4명의 대선주자들은 오후 5시 20분부터 생방송으로 KBS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광주·전남·전북 합동토론회에 나와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고 예비후보 간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윤석열 전 총장은 오전에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광주전남선대위 공동출범식과 국가청년회의 창립총회에 참석했다. 홍준표 의원은 호남 선대위원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지지자들과 함께 유권자들을 직접 만났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5·18 묘지를 다녀와 광주 학동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