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탁구 신동’ 신유빈의 스매시를 매주 볼 수 있다
  • 김경무 스포츠서울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4 13:00
  • 호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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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프로탁구 내년 1월 본격 출범
세계 정상급 실력 회복과 ‘월드 스타’ 출현 기대감

“탁구가 내년부터 프로화되면, 팬들이 ‘탁구 신동’ 신유빈(17·대한항공) 같은 선수들을 볼 기회가 지금보다 많아집니다. 거의 매일 경기가 진행되는 프로리그 기간 동안, 한 달에 최소 세 번은 볼 겁니다. 지금은 몇 달에 한 번 실업이나 종합대회가 열리니 자주 보기도 어려운데….” 탁구 프로화를 추진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대한탁구협회·포스코에너지·연합뉴스
왼쪽부터 윤효빈, 전지희, 신유빈, 김나영ⓒ대한탁구협회·포스코에너지·연합뉴스

3년 전 프로 먼저 출범시킨 일본, 한국 탁구 추월

지난 10월21일 대한탁구협회가 ‘탁구 프로화’를 공식 선언하면서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동호인을 포함해 탁구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회장이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인 유승민 회장은 이날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열린 ‘한국프로탁구리그 타이틀스폰서십 계약 체결식’에서 “탁구인들이 모두 기다리고 기대했던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탁구 프로화를 위해서는 우선 구단들이 참여하는 프로연맹이 설립되고 연맹 총재, 사무총장 등도 선임해야 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그런 준비 없이 탁구협회는 한국실업탁구연맹과 함께 전격적으로 내년 초부터 프로리그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올림픽 종목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이미 프로화된 종목으로는 축구·야구·농구·배구·골프·복싱 등이 있다. 탁구는 7번째가 되는 셈이다.

유승민 회장은 이에 대해 “프로리그는 프로연맹부터 설립하고 출범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절차보다 타이밍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가 많이 줄어 선수들의 경기력이 저하됐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프로리그 출범이 절실했다”며 해당 팀들에 양해를 구했다. 그가 ‘한국형 모델’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향후 2년 동안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기업인 두나무로부터 연간 10억원씩 20억원을 후원받아 프로리그를 운영할 예정이다. 때문에 실업팀들로부터는 가입금을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

국내 탁구계는 지난 2000년 이후 꾸준히 프로리그 출범을 시도했지만, 스폰서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중국·독일·일본은 이미 프로리그를 바탕으로 일취월장했다. 특히 일본은 2018년 프로리그(T리그) 출범 후 올해 8월 2020도쿄올림픽에서 일본 탁구 사상 첫 금메달(혼합복식)을 획득했다. 미즈타니 준-이토 미마 조가 세계 최강인 중국의 쉬신-류시원 조를 결승전에서 꺾은 것이다. 한국 탁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일본 탁구는 이제 한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인 중국과 견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가칭 한국프로탁구리그는 27개 실업팀(상무 포함)을 근간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탁구협회는 2022년을 프로화 원년으로 정해 첫 시즌을 1월말부터 시작해 6월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 팀들은 1부 격인 ‘코리아리그’, 지방자치단체 팀들은 2부 격인 ‘내셔널리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코리아리그에는 남자 7개, 여자 5개 팀이 속하게 된다. 내셔널리그에는 남자 6개, 여자 9개 팀이 속한다.

경기는 내년 초부터 거의 매일 오후 4시(내셔널리그)와 오후 7시(코리아리그) 열린다. 방식은 단체전(4단식·1복식)이다. 3라운드까지(팀이 많은 여자 내셔널리그는 2라운드까지) 정규시즌(총 210경기)을 치른 뒤, 포스트 시즌도 이어진다. 리그별 상위 3개 팀이 플레이오프(2~3위), 챔피언결정전(2~3위전 승자 vs 1위)을 벌여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방식이다. 우승팀은 각각 상금 5000만원을 받는다.

유병철 실업탁구연맹 프로화 담당 사무처장은 “프로리그가 출범하면 리그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단체전 경기가 열리게 된다. 그렇게 해본 적이 아직 없다. 보통 실업탁구의 경우 몇 달에 한 번 한곳에 모여 5~7일 경기를 치르고 끝나는 식이어서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한국 탁구의 패러다임 전체가 바뀌게 된다. 새로운 탁구가 시작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5개월 남짓 프로리그를 진행하면 프로야구처럼 경기의 지속성이 있게 된다. 탁구 경기는 매일 몇 시가 되면 하는구나 하고 팬들의 관심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프로리그 전 경기는 최첨단 무인중계 시스템을 통해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웃 나라인 중국·일본 프로리그와의 교류도 추진한다. 가령 한·중·일 3국 우승팀이 겨루는 챔피언스리그도 장차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3년 뒤쯤으로 예상되는 프로탁구연맹이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는 한국실업탁구연맹 산하 프로리그 사무국이 실무를 맡고, 한국프로탁구위원회가 감독하는 방식으로 프로리그가 운영된다.

유승민 회장은 “프로로 간다고 당장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다만 경기 수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김택수 탁구협회 전무는 “프로화의 핵심은 경기력이다. 독일이나 중국, 일본처럼 프로리그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첫 번째”라고 했다. 그는 또 “가끔 하는 대회로는 국민들에게 탁구가 감동을 줄 수 없다. 프로리그를 통해 좋은 경기력으로 선수들이 환희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IOC 위원)과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10월21일 노보텔 앰배 서더 강남에서 ‘한국프로탁구리그 타이틀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유빈·윤효빈·김나영 등 유망주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받을 듯

프로리그 출범으로 현정화·유남규 등의 뒤를 이을 세계적인 탁구 스타 출현도 기대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여자 에이스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와 차세대 에이스 신유빈, 그리고 남자팀 간판스타인 장우진(26·상무), 정영식(29·미래에셋증권), 안재현(22·삼성생명), 조대성(19·삼성생명) 등은 팬들과의 접촉 면을 넓히고 팬클럽도 생기는 부수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지난 도쿄올림픽 이후 인기가 급부상 중인 신유빈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와 경쟁하게 될 여자부에서는 특히 중학교 졸업 뒤 고교에 가지 않고 실업 무대로 직행한 1호 윤효빈(23·미래에셋증권)과 김나영(16·포스코에너지) 등 유망주들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탁구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택수 전무는 “신유빈과 이들 2명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외모까지 겸비했다.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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