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판도 뒤흔들 거물급 용병 또 있다
  • 이창섭 SPOTV MLB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7 12: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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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KT)·노바(SSG)·루이즈(LG)·피터스(롯데) 주목해야…‘악동’ 푸이그(키움)는 최대의 변수

새해가 밝았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지난 시즌을 뒤로하고 2022 시즌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공을 들이고 있는 전력은 외국인 선수 구성이다. 외국인 선수 3명의 활약 여부에 따라 각 팀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3명의 ‘스탯티즈’ 승리 기여도를 합산하면, 상위 5팀(두산 14.26, NC 13.10, LG 9.54, 삼성 8.68, KT 7.28) 중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특히 KT의 두 용병 투수 쿠에바스와 데스파이네는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 덕분에 웃은 팀이 있었던 반면, 외국인 선수 때문에 울상을 지은 팀도 있었다. 이 팀들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선수를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선수 개인 사정으로 교체되는 경우도 더해지면서, 17명의 외국인 선수가 올 시즌 첫선을 보이게 됐다. 하위권이었던 롯데(글렌 스파크먼, 찰리 반스, DJ 피터스)와 KIA(션 놀린, 로니 윌리엄스,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새 얼굴이다.

라모스(KT)·노바(SSG)·루이즈(LG)·피터스(롯데)ⓒAFP 연합·AP 연합·EPA 연합

같은 100만 달러라도 메이저 경력은 하늘과 땅 차이

새롭게 KBO리그를 찾는 17명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는 단연 야시엘 푸이그(32)다.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35)과 한솥밥을 먹은 푸이그는 KBO리그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두 선수는 2013년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함께 보냈는데, 당시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2위가 푸이그였고, 4위가 류현진이었다. 하지만 이후 사고뭉치로 전락했던 푸이그는 2019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방황하던 푸이그를 데려온 팀은 키움으로, 키움은 신규 외국인 선수 총액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맞춰줬다. 푸이그를 향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푸이그처럼 100만 달러를 채운 선수는 모두 7명이다.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KT가 100만 달러 선수 중 한 명인 외야수 헨리 라모스(30)를 영입했다.

라모스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짧다. 2010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10년 동안 마이너리그 무대를 전전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건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다. 18경기 성적은 타율 0.200, 홈런 1개로 초라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KBO리그와 수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록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수준이 비슷하고 표본도 충분히 쌓인 마이너리그 성적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지난해 트리플A 서부리그에서 뛴 라모스는 75경기 타율 0.371를 기록했다. 250타석 이상 들어선 리그 82명 타자 중 타율 1위였다. 홈런도 12개로, 장타율이 0.582였다. KBO리그에 오기 직전에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든 것이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혹은 기량이 하락세에 있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대단히 긍정적이다.

라모스의 관건은 달라진 리그에서의 적응력이다. 단순히 리그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라모스가 뛰었던 트리플A 서부리그는 극단적으로 타자에게 유리한 곳이다. 그러나 KBO리그는 지난해 투수에게 좀 더 유리한 곳이었다. 180도 바뀐 리그 특성에 얼마나 잘 스며드느냐가 중요하다.

100만 달러 선수를 두 명이나 데려온 SSG에서는 투수 이반 노바(35)가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 경력으로는 따라올 선수가 없다. 2010년에 데뷔해 240경기(227선발)에 나섰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도합 1286.2이닝을 던졌다. 이닝 소화력만 보면 같은 기간 상위 2% 투수였다(2023명 중 34위). 또한 2011~19년 통산 평균자책점도 4.32로 상당히 준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오랜 기간 경쟁력을 보여준 건 노바만이 가지고 있는 보증수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 능력도 갖추고 있어 위험지수가 낮다.

문제는 실전 감각이다. 코로나19가 닥친 2020 시즌에 겨우 19이닝을 던졌고, 2021 시즌에는 원하는 계약을 따내지 못하자 아예 통째로 쉬었다. 현재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30대 중반의 투수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측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노바는 전성기 시절에도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었다. 2011~19년 통산 9이닝당 탈삼진 수가 6.49개로, 같은 기간 1000이닝을 넘긴 72명 가운데 6번째로 적었다. 탈삼진 대신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는 투수니만큼 내야진의 수비 도움이 필수적이다.

 

‘수비 강화’ LG와 ‘거포 영입’ 롯데의 상반된 행보

LG가 100만 달러를 안겨준 내야수 리오 루이즈(28)도 지켜봐야 될 선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를 오가며 62경기에 출장했다. 공격력은 낙제점이었지만(타율 0.168, 3홈런)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수비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루이즈의 도전은 LG의 도전이기도 하다. LG는 외국인 타자를 고를 때 주로 홈런 타자를 우선순위에 뒀다. 그러다 보니 홈구장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잠실구장은 웬만한 메이저리그 구장보다 크다). 루이즈는 한 방에 집착하기보다는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초점을 맞춘다. 앞선 LG의 외국인 타자들과 다른 유형이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팀 승리를 도울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선수들과 차이점이다. 작년까지 롯데에서 뛴 딕슨 마차도(30)와 비슷한데,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타격은 마차도보다 좋았다. 어떤 선수로 재탄생할지 흥미롭다.

LG와 달리 롯데에는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가 가세했다. 외야수 DJ 피터스(27)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70경기에서 홈런 13개를 날렸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8월3일 이후에 홈런 12개를 때려냈다. 피터스가 오고 나서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텍사스 타자는 없었다. 파워는 이미 검증을 마쳤다.

피터스는 파워에 스피드도 겸비하고 있다. 빠른 발을 앞세워 수비 시 외야를 종횡무진 누볐다. 수비에서 득실점 관리를 의미하는 디펜시브 런세이브(DRS)에서 좌익수(+2), 중견수(+1), 우익수(+1) 모두 플러스 수치였다. 외야를 확장하는 롯데에 안성맞춤인 선수로, 야구를 화끈하게 하는 것도 롯데와 잘 어울린다. 다만 정확성은 심각하다(타율 0.197). 볼을 고르는 선구안도 매우 흔들렸다. 삼진은 많으면서 볼넷은 적었다. 볼넷/삼진 비율 0.15는 200타석 이상 나온 362타자 중 3번째로 떨어졌다. 공에 대한 변별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KBO리그는 더 이상 종착역이 아니다.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로 되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에릭 테임즈, 조시 린드블럼, 메릴 켈리, 크리스 플렉센 등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새로운 선수들이 이 같은 전철을 밟으려면, 일단 KBO리그에서 지배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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