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장기전 가면 스태그플레이션 온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8 11: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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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팀장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

“짧게 끝나면 충격이 약하겠지만, 계속 이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이 올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한마디로 이와 같았다. 이번 사태가 단기·국지전으로 가면 주요국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장기·전면전으로 가면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저번주까지만 해도 단기전에 그칠 확률을 높게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지정학분석팀장의 말이다. 그는 2월22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단기·국지전을 확률 70%의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틀 뒤인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동시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선포하며 갈등이 증폭됐다.

다만 유 팀장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일으키면서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처럼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건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1년 미국은 탈레반 정권 축출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전쟁을 개시했고, 이는 작년까지 20년 동안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40개국의 지지를 받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팀장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팀장

“美 아프간 침공 때와 분위기 달라”

반면 이번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기에는 그 면적이 유럽에서 가장 넓다. 우크라이나 동부 등 친러 세력이 득세한 지역을 제외하면 반러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91%(BBC 2월27일 보도)에 달하는 점도 러시아 입장에선 부담이다. 유 팀장은 “지금 양상을 보면 러시아가 키이우(러시아어로 키예프)에 위성정부를 세우는 선에서 3개월 이내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유 팀장은 이번 사태를 4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첫째, 위험 종류는 ‘시한부형’이다. 러시아가 위협을 계속했고 국제사회도 충돌 가능성을 예상했기 때문에 시한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이는 한반도 리스크 같은 ‘지속형 위험’과 성격이 다르다. 둘째, 파급력 수준은 역내와 글로벌의 중간 정도다. 사건은 분명 지엽적이지만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글로벌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셋째, 이번 사태를 맞이한 국제 경기 상황은 중립적이다. 글로벌 경기는 확장 추세에 있지만 외부 충격에 대한 금융시장의 내성은 다소 약해졌다. 넷째, 정책 카드는 부족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방향을 튼 데다 재정정책을 쉽게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했을 때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유 팀장의 결론이다. 그는 “단기전으로 갈 때 증시의 낙폭이 더 커지진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예측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1차 충격은 이미 증시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유 팀장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금융제재 조치인 스위프트(SWIFT·국제 은행 간 통신협정) 배제를 결정했으니 이제 사태를 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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