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는 나라에서 전쟁이 났는데 우리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런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안보의식을 문제 삼는 비판이 불거졌다. 이 후보의 원래 의도가 어떻든, 우크라이나 사태는 주가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물가와 관련해 우려가 제기된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내 물가가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물가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특히 짧게는 연간 업종의 생산자물가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의 비용, 즉 생산원가와 관련이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구입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폭을 보여준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소비자물가가 더 민감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생산자물가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임 실장은 “계란 유통 분야를 예로 들면 생산자물가 상승은 양계장을 뒤흔들게 된다”면서 “농어업인들은 물론 그와 직결된 소상공인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결국 소비자물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보통 생산자물가는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고 알려져 있다.
생산자물가 ‘흔들’…결국 소비자 타격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유 가격 인상이다. 임 실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를 인용해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석유와 가스 공급라인을 통제함으로써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유 기준 평균 국제유가는 2월 넷째 주 기준 95달러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변수다. 임 실장은 “당장 러시아로부터 원자재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유럽에 가장 큰 영향이 있겠지만, 그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이 교역 부문부터 먼저 미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은행은 2월24일 이미 유가 상승을 반영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올려 잡았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2.0%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치다.
임 실장은 2월22일 펴낸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러 경제협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임 실장은 “미미하다는 표현은 물가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 흐름을 보면 한국이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에 늦게 참여하면서 무역 부문에서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임 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이어질지 예단할 순 없지만 경제제재에 따른 충격은 6개월에서 1년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세계경제에 풀린 유동성이 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요인도 많은데 유가까지 올라가면 충격이 2~3년 정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