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공약 ‘한전공대’, 개교는 했으나 정상 궤도까진 ‘첩첩산중’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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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대, 허허 벌판에 건물 한 채만 덩그러니
열악하기 짝이 없는 도서관·실험실…허울 뿐인 ‘연구·창업중심대학’ 우려
文대통령 임기 내 개교 위해 속도전…임기 두 달 전 ‘정치적 개교’ 논란도
‘한전공대’로 불리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2일 오전 나주혁시도시 빛가람동 캠퍼스 내 다목적광장에서 입학식을 가졌다. 허허 벌판에 4층짜리 본관 건물 한 동만을 완성한 상태로 강의동, 도서관, 기숙사 등은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3년여 간 공사판에서 공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캠퍼스 조성 공사가 한창인 전남 나주 빛가람동 한국에너지공대 ⓒ시사저널 정성환
‘한전공대’로 불리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2일 오전 나주혁시도시 빛가람동 캠퍼스 내 다목적광장에서 입학식을 가졌다. 허허 벌판에 4층짜리 본관 건물 한 동만을 완성한 상태로 강의동, 도서관, 기숙사 등은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3년여 간 공사판에서 공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캠퍼스 조성 공사가 한창인 전남 나주 빛가람동 한국에너지공대 ⓒ시사저널 정성환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가 2일 개교했다. 한전공대로 통칭되던 한국에너지공대 설립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지역민의 숙원사업이다. 속도전 끝에 문 대통령 임기 2개월을 앞두고 마침내 문을 열었다. 하지만 ​교사(校舍) 등 필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서둘러 개교하면서 ‘정치적 개교(開校)’라는 논란과 함께 본래의 설립 목적대로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인 빛가람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한국에너지공대는 이날 오전 나주혁시도시 빛가람동 캠퍼스 내 다목적광장에서 입학식과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글로벌 톱10 진입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영상축사에서 “한국에너지공대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일관된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시대를 열기 위해 나주를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한국전력공사를 이전시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에너지공대는 두 가지 큰 꿈을 품고 있다”며 “첫째는 국가균형발전의 꿈이며 둘째는 미래에너지 강국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가 2일 오전 나주혁시도시 빛가람동 캠퍼스 내 다목적광장에서 입학식과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글로벌 톱10 진입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영상축사에서 “한국에너지공대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일관된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공대 본관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가 2일 오전 나주혁시도시 빛가람동 캠퍼스 내 다목적광장에서 입학식과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글로벌 톱10 진입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영상축사에서 “한국에너지공대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일관된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공대 본관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한국에너지공대는 학부 400명(학년당 100명), 대학원생 600명 규모로 소수 정예의 강소형 대학을 지향한다. 학생들은 학과 간 칸막이가 없는 단일학부에서 학습과정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혁신적인 공학교육을 받고, 해외석학과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과 토론하면서 국제 감각과 통찰력을 키우게 된다. 에너지AI, 에너지 신소재, 수소 에너지, 차세대 그리드, 환경기후 기술 5대 유망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다른 대학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당장 삭막한 공사판에서 수년간 공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강의실과 행정실 등으로 쓸 한 동짜리 건물 외에 대부분 캠퍼스 건물은 짓지 못해서다. 이날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는 부영그룹이 기부한 옛 골프장 부지에 지어졌다. 학생 전원에게 무료 기숙사 제공과 첨단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한 창업 지원 등을 약속하며 올해 학부생 108명과 대학원생 49명이 입학했다. 

그러나 공사가 늦어지면서 지난해 6월 착공을 거쳐 축구장 48개 면적에 달하는 40만㎡ 캠퍼스에 세운 학교 건물은 1255㎡ 부지에 들어선 4층 건물(연면적 5224㎡) 한 채 뿐이다. 그나마 오는 2024년 완성하는 본관동의 일부 건물로, 강의실과 행정실 등이 들어 서 있다. 

도서관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본관 행정동에 임시로 자리 잡은 도서관은 장서, 논문 등의 구비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열람실은 흔한 대학의 중앙도서관은 ‘그림의 떡’으로, 독서실을 방불케 한다. 공과대학의 심장부인 실험실 사정은 더 심각하다. 20여평 남짓한 방 한 칸에 빽빽이 들어 찬 컴퓨터 두대씩 놓인 책상 20여개가 전부다. 당초 목표로 했던 교수진 100명 중 현재까지 채용된 인원은 48명에 그치고 있다.

개교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기숙사도 미완공된 상태다. 학부 학생들은 리모델링한 부영CC 골프텔에서 지내며 셔틀버스를 통해 강의실이 있는 본관에 오가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강의동, 도서관, 기숙사 등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25년이다. 이 탓에 학생들은 공사가 끝나기까지 최소 3년 이상 양질의 정상수업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대학설립 목표의 중점을 ‘연구와 창업’에 두고 산학연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 또한 요원하다. 한전공대는 대학 부지 40만㎡, 산학연 클러스터 40만㎡, 랜드마크 형 대형연구시설 40만㎡ 등 총 3단위 120만㎡ 부지 규모로 설립이 추진 중이다. 전남도는 한국에너지공대를 중심으로 미국의 ‘실리콘 밸리’, 중국 최고의 IC 심장부 ‘중관촌’, 프랑스의 기술허브 ‘소피아앙티폴리스’처럼 에너지밸리를 세계 최고 에너지특화 클러스터로 완성할 구상이나 언제쯤 완공될지는 알 수 없다.

한국에너지공대가 서둘러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진과 실험실, 도서관 등 학내 연구 인프라는 물론 산학연클러스터 핵심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서 기회만 빼앗은 채 허울뿐인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공대’로 불리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2일 오전 나주혁시도시 빛가람동 캠퍼스 내 다목적광장에서 입학식을 가졌다. 허허 벌판에 4층짜리 본관 건물 한 동만을 완성한 상태로 강의동, 도서관, 기숙사 등은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3년여 간 공사판에서 공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한국에너지공대 행정동 2층에 있는 실험실 ⓒ시사저널 정성환
‘한전공대’로 불리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2일 오전 나주혁시도시 빛가람동 캠퍼스 내 다목적광장에서 입학식을 가졌다. 허허 벌판에 4층짜리 본관 건물 한 동만을 완성한 상태로 강의동, 도서관, 기숙사 등은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3년여 간 공사판에서 공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개교 이틀 전인 2월 28일 오후에 찾은 한국에너지공대 행정동 2층에 있는 실험실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이에 교육계 안팎에선 학생들이 피해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교육 외적인 일에는 신경 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한전공대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과 기회를 한시라도 빨리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정부, 지자체, 한전이 탄소중립 등 세계적인 에너지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대학교육 혁신 및 지역균형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2017년부터 설립을 추진해 왔다. 당초 2026년이 개교 목표였다. 그러던 차에 문 대통령이 2019년 7월 전남도청에서 ‘2022년 개교’를 약속하고, 지역 정치권도 올 지방선거 전 개교를 원하면서 올 3월로 개교가 앞당겨졌다. 

일각에서는 한때 올해 개교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대학은 개교 1년 전까지 모든 교원과 교지, 교사 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에너지공대는 교사(校舍)를 완비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한전공대특별법’을 밀어붙이면서 개교 전까지 교직원과 건물을 마련하면 됐다. 결국 ‘한전공대’로 불리던 한국에너지공대는 벌판에 4층짜리 본관 건물 한 동만을 완성한 상태로 문 대통령의 임기를 2개월 남겨놓은 이날 개교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방법과 속도로 진행된 탓에 야당으로부터 문 대통령 임기 안에 문을 열려는 ‘정치적 개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허겁지겁 서둘렀지만 그래도 대통령 임기 내 개교에 맞추기 어렵게 되자 여당이 건물을 짓지 않아도 개교할 수 있도록 특별법까지 만들었고, 그 결과가 허허벌판 위에 한 동짜리 대학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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