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독’ 된 180석…민주당은 왜 정권을 빼앗겼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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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심’ 업고 거대여당 됐지만 5년 만에 ‘굴욕’
결정적 ‘패인’은 내로남불‧성비위‧부동산 실책

서울 광화문 광장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들은 5년 만에 차게 식었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을 열망한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정확히 5년 뒤 민심이 휘두른 교체의 칼날 위에 서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의 의석을 갖고도 정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정권 유지에 왜 실패했을까.

숱한 네거티브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자질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있다. 제20대 대선의 최종 결과는 0.7%포인트차(25만여 표)의 초박빙으로 마무리됐으나 대선 레이스 내내 정권교체 여론은 정권유지를 압도했다. 5년 동안 정부여당이 쌓은 실점들이 정권교체 민심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옆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옆 모습 ⓒ 연합뉴스

180석 與 독주 발목 잡은 ‘내로남불’

결정적 패인은 부동산 실책으로 평가된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은 널뛰었다. 부동산값은 폭등하는데 대출은 옥좼다. “살 집이 없다”는 자조가 절반의 유권자들이 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터지며 역린을 건드렸다. 부동산값 폭등에 분노할 대로 분노한 민심에 불을 지른 것이다. 동시에 일부 정부여당 인사들이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 자신들은 부동산 거래로 이익을 거둔 사실도 알려졌다. ‘내로남불’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과 ‘내로남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어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입시 비리 사건 때부터 ‘내로남불’이 대두됐다. 적폐청산을 외쳐 온 문재인 정권이 조 전 장관 가족의 적폐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스스로 ‘신망 받는 검찰총장’으로 추켜세운 윤석열 당시 총장이 조 전 장관 수사에 나서자 ‘배신자’ 꼬리표를 붙였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정부 출신 인사에게 정권 교체를 허락한 오명을 쓰게 됐다.

2019년 7월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2019년 7월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 3명이 연이어 성추문에 휩싸인 것도 민심 이반을 불렀다.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며 2차 가해를 범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또 자당의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경우엔 후보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당헌까지 고쳐가며 지난해 4‧7 보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 추문 잘못을 통감하지 않는 태도로 해석됐다. 유권자들은 결국 국민의힘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며 민주당을 따끔하게 혼쭐냈다.

민주당이 민심과 멀어지게 된 계기는 모순적이게도 2020년 총선 압승이 꼽힌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으로 확보한 180석의 거대 의석수를 바탕으로 공수처 설치 등의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치는 뒷전이었다. 민주당은 “이것이 민심”이라며 광폭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민심은 ‘독주’라고 해석했다. 촛불민심이 몰아준 180석이 민주당에겐 독이 된 셈이다.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시사저널·연합뉴스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시사저널·연합뉴스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48.5% ‘정권교체’보다 47.8% ‘정권유지’ 바라볼까

다만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예상 외로 선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구도 속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며 오리무중 판세를 이어갔고, 최종 득표율도 절반에 가까운 47.8%를 지켜내서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록한 득표율은 41.1%였다. 

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네거티브 전으로 끌고 간 게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대장동 의혹은 초반까지만 해도 이 후보를 정조준 했으나, 국민의힘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수가 불명확해졌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녹취록 이외에는 결정적 증거도 나오지 않아, 대장동 사건은 최초 의혹 제기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봉합되지 않은 변수로 남게 됐다.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민주당이 마지막 돌파구로 기대한 ‘정치 교체’ 구호는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후보 단일화 논의가 파열음을 내는 사이 국민의당‧정의당‧새로운물결에 정치 교체를 골자로 하는 반윤(反尹) 텐트를 제안했다. 물리적인 후보 단일화 대신 민심 단일화 효과를 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손을 잡았고, 이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놓쳤다. 민주당 내에선 정의당과 선거 연대를 추진했어야 한다는 아쉬운 기류도 읽힌다.

이로써 민주당은 5년간의 집권을 끝내고 민심의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됐다. 정권을 탈환하게 된 국민의힘은 빠른 속도로 정계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민주당이 선거 직전 약속한 4년 중임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추진할지 여부다. 180석 의석을 가지고도 야당으로 전락하게 된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주목된다.

3월9일 개표 방송을 시청하는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왼쪽)과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모습 ⓒ 연합뉴스
3월9일 개표 방송을 시청하는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왼쪽)과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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