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맞선 검사’ 윤석열, 결국 권력을 잡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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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93.7% 기준 윤석열 48.6% vs 이재명 47.8% 득표…尹 당선 ‘유력’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개표율 95%를 넘어서면서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결국 10일 오전 3시 50분께 패배 승복을 선언했다.

이로써 윤 후보는 ‘0선 정치신인’으로서 대한민국 최고권력자의 자리로 직행한 초유의 기록을 갖게 됐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핍박받던 검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검사. 문재인 정부에서 한 때 ‘신망 받는 검찰총장’으로 불렸던 윤 후보는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빚어진 현 정권과의 불화를 발판 삼아 ‘정권교체’의 선봉장에 서게 됐다. 

‘늦깎이 평검사’가 정권교체 ‘칼잡이’ 되기까지

1960년 교수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성장기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윤 후보는 9수 끝에 1991년 사법시험을 통과했다.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평범한 이력을 거치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가 국민적 주목을 받은 첫 계기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할 때였다.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후 지방 고검으로 좌천됐던 윤 후보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조국 전 장관 사태를 계기로 현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 조 전 장관의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는 극한 대립을 연출하며 헌정 사상 초유로 검찰총장으로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든 윤 후보는 자연스레 야권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그는 결국 지난해 6월29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며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2019년 11월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모습 ⓒ 뉴시스
2019년 11월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모습 ⓒ 뉴시스

둘로 쪼개진 민심은 어쩌나…갈등 봉합이 관건

이후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거쳐 지난해 11월5일 제1야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과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한 때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를 압도하는 수준으로까지 치고 올라갔다.

다만 윤 후보의 대선 레이스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윤 후보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선대위 구성을 두고 파열음을 연출하는가 하면 배우자 김건희씨 무속 논란, 연이은 말실수 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대선 종반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여러 차례 결렬 신호를 내비친 것도 윤 후보의 리더십 부족 문제를 부각시켰다. 윤 후보의 연이은 실점으로 대선 기간 내내 오리무중 판세가 지속됐다.

치열한 접전 끝에 청와대 주인 자리는 윤 후보가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윤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승부를 확정짓지 못한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정권 유지 민심을 반영하는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절반에 가까운 데다 180석 상당의 여당이 굳건히 의석을 지키고 있는 만큼, 윤 후보의 당선 이후에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개표 막바지에 가서야 0.8%P차 ‘신승’ 거머쥔 尹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었던 초박빙의 승부는 9일 오후 7시30분 투표 마감 이후 8시간여 만에 윤곽을 드러내게 됐다. 개표율이 80%를 넘겼을 때까지 누구도 승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10일 오전 4시 98.02% 개표된 현재, 윤석열 후보는 48.6% 득표율을 기록했다. 47.8%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격차를 0.8%포인트로 벌리면서 당선이 확실해졌다. 현재까지 표차는 26만여 표에 불과하다.

개표 내내 두 후보의 득표율은 엎치락뒤치락 했다. 개표 25% 선이던 9일 오후 11시30분까지 사전투표 표심을 앞세운 이 후보가 3%포인트 내외로 앞서가다 10일 0시 30분을 기점으로 윤 후보가 역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두 후보 간 격차가 1%포인트 차로 유지되다가, 새벽 2시께 개표율이 8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윤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졌다.

과거 가장 적은 격차로 당선된 사례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맞붙은 제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1032만 표를 받아 993만 표를 받은 이회창 후보를 단 39만 표 차이로 앞섰다.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0.8~0.9%포인트 격차를 유지하며 당선을 확정 짓는다면 25년 만에 역대 최소 표차 당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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