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앞세워 바이든에 역공 펼치는 시진핑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4 07:3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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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도우면 대가 치를 것” 미국 압박에 “미-대만 협력 강화 결연한 반대” 응수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두 신문은 미국 정부 당국자의 전언이라며, 2월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에 군사장비뿐만 아니라 서구의 제재에 따른 자국의 경제 침체에 대응해 경제적 지원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를 제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는 큰 국제적 파장을 일으켰다. 보도 시점이 아주 묘했기 때문이다. 3월14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담하기 직전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미 중국대사관이 즉각 언론의 질의에 응답했다. 류펑위 대변인은 “이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통해 진전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본국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이 있기 전에 논란을 잠재우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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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5일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양제츠(왼쪽)와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오른쪽)이 이탈리아 로마 회담장에서 마주했다.ⓒXinhua

미 언론 “러시아, 중국에 군사적 지원 요청”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로마에서 양제츠 위원을 만난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강하게 압박했다. 두 사람의 회담 직후 미국 정부 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이나 제재를 위반하는 다른 지원을 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다른 당국자는 러시아의 요청을 받은 중국의 반응까지 공개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할 신호를 보냈다”면서 “이런 정보를 나토와 아시아의 몇몇 국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의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평화의 사명’이었다. ‘평화의 사명’은 2005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산둥반도에서 마친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훈련이었다. 중국군 8500여 명과 러시아군 1800여 명이 참가했는데, 그 면모가 화려했다. 병력은 모두 특수부대였고, 병기는 최신예 전투기와 폭격기, 구축함과 잠수함을 동원했다. 게다가 100여 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규모 해상봉쇄와 낙하훈련, 상륙작전을 실시했다.

역사상 최초의 양국 연합훈련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격년 단위로 합동훈련을 실시해 왔다. 그런데 2012년 푸틴이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으로 재집권하고,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열리면서 양국의 군사협력은 더욱 긴밀해졌다. 두 나라는 먼저 2012년부터 해상 연합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시베리아 극동 지역에서 몽골을 참가시키고, 중앙아시아에서 카자흐스탄·파키스탄 등 8개국까지 참여시켜 다자 전략기동훈련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절정에 달한 것은 2019년이었다.

그해 4월 중국 칭다오 앞바다에서 해군 합동훈련, 7월에는 동해와 동중국해에서 연합 비행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동해에서 벌인 연합훈련 때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과 독도 영공을 무단 침입했다. 이것은 훈련 수준을 넘어 미국과 한국의 방어능력을 시험하는 군사작전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12월에도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동해의 KADIZ를 다시 침범했다. 중·러의 연합훈련이 영토분쟁으로 첨예한 남중국해와 함께 동해에서도 진행되면서, 한국의 안보에 위협을 초래했던 사건이었다.

이렇듯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동맹 수준에 이르렀기에, 미국의 의심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게다가 중·러의 군사협력 강화 배경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항하는 차원이었기에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다. 3월15일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이 영국 정부에 보낸 외교문서에 정통한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중국에 지원을 요청한 무기를 보도했다. 품목에는 지대공 미사일, 무인기, 장갑차, 보급·지원용 차량, 정보장비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미국 CNN은 “장기 보관이 가능한 전투식량도 요청 물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Xinhua
2월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Xinhua

“美의 목표는 유럽에 대한 군사적 통제 강화”

이런 미국과 영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투 능력과 태세가 미흡한 수준이었음을 방증한다. 또한 러시아가 왜 중국에 손을 내밀게 됐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실 중국이 러시아를 돕는 상황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탈(脫)러시아 러시를 이루는 와중에, 중국 기업은 러시아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3월2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서구 기업이 떠난 러시아에서 중국 업체들이 얻을 기회에 대해 다뤘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위인 삼성과 3위인 애플이 철수해 2위인 샤오미가 어부지리를 누리게 된다. 러시아는 유럽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기에 그 수익이 만만치 않다. 컴퓨터에서는 HP와 델이, 통신장비에서는 에릭슨이 떠난 자리를 중국 레노버와 화웨이가 각각 메우게 된다. 해당 기사는 중국의 속내를 너무 드러내서인지 몇 시간 뒤에 삭제됐다. 현재 중국 주요 기업들은 러시아 철수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사정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대대적인 압박에 나섰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손을 놓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3월15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앞으로 상호 존중과 평등호혜의 정신에 따라 정상적인 무역 협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과 회담한 양제츠 위원은 즉답을 피한 채 대만 문제로 응수했다. 최근 미국과 대만의 협력 강화를 거론하며 “엄중한 우려와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 않으면 미국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를 앞세워 미국을 저격하고 있다. 3월14일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사실을 비판하며,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러시아의 피해를 극대화하고 유럽에 대한 군사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이훙젠 국제문제연구소 유럽학과장도 “당장의 휴전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에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타협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향후 어떤 사안이든 미국의 뜻을 호락호락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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