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의혹 김용빈 대우조선해양 회장 검찰 수사 본격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8 15:0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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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의 최초 의혹 제기 20개월여 만에 수사 착수
김 회장 측 “해명 가능한 사안…검찰 조사 성실히 응할 것”

검찰이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이 2020년 8월 김 회장의 무자본 기업 인수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지 20개월여 만이다(시사저널 제1608호 ‘[단독]김용빈 한국홀딩스 회장 검찰 수사에 드리운 기업사냥꾼의 그림자’ 참조). 대한컬링연맹 회장인 김 회장은 올해 초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을 역임한 인물이어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시사저널 포토

횡령·시세조정·미공개 정보 이용 등 혐의

수사는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에서 진행 중이다. 검찰은 최근 김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한국코퍼레이션과 한국테크놀로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우선 2018년 한국코퍼레이션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변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7년 3월 자신이 100% 소유한 한국홀딩스를 통해 한국코퍼레이션(옛 피엠씨)을 인수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1991년 설립된 국내 1세대 고객관리(CRM) 서비스 업체다. 콜센터 아웃소싱 및 AI 기반 비대면 솔루션 개발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김 회장은 인수대금 190억원 대부분을 세종저축은행과 공평저축은행을 통해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던 코스닥 상장사 이디(현 코너스톤네트웍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한국코퍼레이션 인수 이후 김 회장은 이 회사에 자신의 이디 지분을 고가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저축은행 차입금을 변제했다. 인수 대상 기업의 자금으로 해당 기업을 인수한 셈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다시 한국테크놀로지 인수에 동원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출된 한국코퍼레이션 자금은 500억원을 상회했다. 그 결과, 인수 1년 만에 한국코퍼레이션의 재무상황은 극도로 악화됐다. 실제 2018년 6월30일 기준 결손금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443억원과 97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자본잠식에 대한 우려마저 나왔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자본잠식 해소를 명목으로 자금 모집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18년 12월 3자배정 유상증자(289억원)와 CB 발행(130억원)을 통해 419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자본잠식 해소에 사용되지 않고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갔다. 검찰은 김 회장이 이 자금을 자신의 차입금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2020년 3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자신과 특수관계법인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처분,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당시 지분 매각으로 한국코퍼레이션 경영권을 사실상 상실했으나 자신의 측근들을 사내 이사진으로 구성해 지배력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회장에 대해서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 회장은 2019년 한국코퍼레이션을 통해 인수한 한국테크놀로지 자금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건설 계열사이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의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는 M&A(인수·합병)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구속수감 중인 기업사냥꾼 한아무개씨와 라임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이 회사의 실소유주였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자신의 기업 인수 등에 자금을 댄 사채업자 박아무개씨에 대한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금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박씨가 지배하는 법인이 소유한 대전 소재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채빚을 갚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김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배경과 관련해 일부 주주 사이에서는 김 회장의 체육계·정치권·검찰 인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체육계·정치권·검찰 인맥 주목

김 회장은 체육계 원로 격인 이아무개씨를 통해 스포츠계에 발을 들였다. 2017년 대한카누연맹 회장을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부단장을 맡았다. 또 지난해 대한컬링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올해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정치권까지 인맥을 확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정권에 맞춰 검찰 출신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왔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코퍼레이션 사외이사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단으로 분류되는 노아무개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시기에는 그의 절친으로 알려진 문아무개 변호사를 한국테크놀로지 사외이사에 선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재명 전 대선후보와도 연결고리가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아무개씨를 통해서다. 한국코퍼레이션 대표이사와 대한카누연맹 부회장을 역임한 김씨는 대선 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본부’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김씨와 이 전 후보의 인연은 사모펀드 HYK파트너스가 김씨를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주)한진 2대 주주(9.79%)인 HYK파트너스는 앞서 이 전 후보의 장남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한국코퍼레이션 소액주주들이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사안으로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 등이 있을 경우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며 충분히 소명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한국테크놀로지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합병 절차를 예정대로 추진하고 시행사업과 신규 수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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