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따르는 벤투호,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잡고 ‘일낸다’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9 16:00
  • 호수 169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년 만에 재회하는 우루과이, 노쇠화 드러나…포르투갈·가나도 포트1·4 팀 중 전력 가장 약하단 평가

4월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추첨식에서 한국이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4월2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월드컵 조추첨식. E조로 향하게 될 포트3의 주인공을 뽑는 순간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앞선 포트1·2에서 스페인과 독일이 뽑혀 이미 죽음의 조로 굳어진 E조로 향하지 않길 모두가 비는 분위기였다. E, F, H조로 향할 포트3 주인공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일본, 모로코가 남아있었다. 우리가 죽음의 조로 향할 가능성이 3분의 1이었다.

카타르의 축구 영웅 아델 말알라가 뽑은 E조의 포트3 팀은 일본이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굳은 표정이 클로즈업됐다. 벤투 감독에겐 또 한 번 운이 따랐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4강과 결승에 오른 벨기에와 크로아티아가 속한 F조로 향한 것은 모로코였다. 포트3에서 가장 마지막에 호명된 한국은 포르투갈과 우루과이가 먼저 이름을 올린 H조로 향했다. 포트4에서도 행운의 여신은 한국에 미소를 지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인 가나가 H조로 왔고, 껄끄러운 상대 캐나다는 F조로 갔다. 결국 한국은 양대 죽음의 조를 모두 피했다.

벤투 감독이 최종예선을 펼치며 포트3에 올인한 전략의 효과를 제대로 봤다는 평가다. 지난 러시아월드컵부터 FIFA는 개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조추첨 직전 월의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포트를 구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월드컵처럼 ‘꿀조’는 나올 수 없지만, ‘죽음의 조’는 2개 이상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추첨에서 죽음의 조를 최대한 피하는 게 현실적 목표인데, 한국은 포트1과 포트4에서 전력이 가장 낮은 팀을 만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4월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추첨식에서 한국이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REUTERS 연합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분루…설욕전 별러

한국의 1차전 상대인 우루과이는 FIFA 랭킹 13위다. 사실상 16강 진출의 향방을 결정짓는 대결이 될 전망이다. 포트2 가운데 독일과 네덜란드, 멕시코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엔 버거운 상대다. 지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조별리그,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와 격돌했는데 각각 0대1, 1대2로 석패한 바 있다. 통산 맞대결에서도 1무6패를 기록하다 2018년 10월 처음으로 승리했다. 당시 황의조(보르도)·정우영(알사드)의 득점으로 2대1로 승리했는데, 벤투 감독 체제 출범 후 3번째 A매치였다. 국내에서 열려 홈 이점이 있었고, 에이스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일부 주전이 빠진 덕을 본 점도 있다.

한국을 상대로 대승은 없었지만, 늘 1~2골 차로 영리하게 승리하는 것이 우루과이의 특징이었다. 특히 남아공월드컵 16강전은 두고두고 우리로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당시 수아레스와 이청용이 1골씩 주고받으며 팽팽했던 흐름에서 후반 35분 수아레스가 강한 집중력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박주영의 슛이 골대를 때리는 등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만약 당시 우루과이를 꺾었다면 8강에서 가나를 만나 2002년 4강 신화의 재현도 기대해볼 만했다. 따라서 이번 대결이 한국으로서는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우루과이가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6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던 75세의 노장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남미 예선에서의 부진으로 대회 중 물러났다. 우루과이는 남미 예선 14차전까지 7위를 기록하며 탈락 위기에 몰리자 전성기를 이끌었던 타바레스 시대를 끝냈다. 새로 부임한 디에고 알론소 감독은 40대 중반의 젊은 지도자답게 적극적인 소통으로 팀을 재정비했다. 팀을 결집시키며 막판 4연승에 성공, 최종 3위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대진 상대가 비교적 쉬운 덕도 있었다. 남미 예선에서 분명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아레스, 카바나, 고딘 같은 공수의 기둥이 팀을 떠받치지만 모두 30대 중후반이다. 수아레스 외에는 전성기가 이미 지난 모습이다.

오히려 주목할 것은 젊은 피로 무장한 중원이다. 지난겨울부터 손흥민의 팀 동료가 된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2017년 한국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마드리드)의 중원 장악과 패스를 벤투호가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2010년 6월7일(한국시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이청용이 우루과이 문전에서 멋진 헤딩슛을 터뜨리고 있다.ⓒ연합뉴스

벤투가 가장 잘 아는 포르투갈…손흥민-호날두 맞대결 관심

가나는 FIFA 랭킹 60위로 아직 본선행이 확정되지 않은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제외한 본선 참가국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8강에 올랐던 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마이클 에시엔, 아사모아 기안, 스티븐 아피아 등은 차례로 은퇴했다. 우루과이처럼 세대교체 과도기에서 헤매며 전력이 많이 떨어졌다. 지난 1월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FIFA 랭킹 132위 코모로에 패해 조별리그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나이지리아를 간신히 물리치고 원정 다득점으로 본선에 올랐다. 주전 대부분이 유럽에서 뛰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강력함은 없다. 가나는 여러모로 벤투호가 16강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1승1무1패를 기록 중이다.

포르투갈은 포트1 팀 중 가장 전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는 포트2 팀보다 약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슈퍼스타를 비롯해 디오구 조타(리버풀),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베르나우두 실바(맨체스터 시티) 등 선수 면면은 화려하다. 하지만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의 소극적인 전술이 이 스쿼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포트1 팀 중 유일하게 월드컵 예선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왔다.

게다가 벤투 감독은 2014년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끈 바 있다. 산투스 감독은 벤투 감독의 후임이다. 포르투갈의 주축 선수 대부분이 벤투 감독 시절 등용했던 선수들이다. 세르지우 코스타, 필리페 코엘류 등 현재 한국 대표팀에 속한 벤투 사단 역시 당시 함께했던 인물들이다. 포르투갈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분석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 황희찬의 경우 주앙 무티뉴를 비롯해 5명의 포르투갈 국가대표 선수와 울버햄튼에서 함께 뛰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요소는 손흥민과 호날두의 대결이다. 손흥민은 자신의 축구 인생 최고의 롤모델로 항상 호날두를 꼽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호날두의 전성기와 닮은 손흥민의 스타일을 놓고 ‘손날두’로 표현할 정도다. 하지만 호날두는 지난 2019년 당시 소속팀이던 유벤투스의 방한 경기 당시 무성의한 태도와 갑작스러운 경기 불참으로 ‘노쇼 논란’을 일으키며 많은 국내 팬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호날두와 손흥민은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맞대결을 가졌는데 당시 호날두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클래스를 증명한 바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