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은 왜 하나의 ‘장르’가 됐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1 14:0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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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흥행 기록이 입증하는 그의 힘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작됐다

전작의 오프닝 스코어는 가뿐히 넘겼다. 개봉 첫날(5월18일) 4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마블 영화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한국 영화. 코로나19 팬데믹을 뚫어내고 2022년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을 기록한 《범죄도시2》 얘기다. 범죄를 소탕하는 강력반 형사들의 이야기라는 부연 설명이 없어도, 화끈하고 강력한 액션영화라는 수식어가 없어도, 영화는 한마디로 설명된다. 영화의 장르는 ‘마동석’이다. 묵직한 존재감으로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한 ‘마블리’에 대한 팬덤과 기대감이 이번 영화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미 132개국 선판매를 확정하며 해외의 뜨거운 관심까지 입증한 상황. 마동석은 왜 통할까. 어떻게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 걸까.

《범죄도시2》 스틸 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2》 스틸 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강력한 액션과 코믹 코드의 조합

듬직한 체격과 압도적인 힘. ‘장르가 마동석’인 영화에 들어있는 요소다. 지금은 굵직한 영화의 주연으로 대중과 눈을 맞추고 있지만, 그가 주연으로 올라서게 된 것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 아니다. 마동석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단역을 시작으로 특별출연과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작했다.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배역은 형사였다. 2007년 MBC 드라마 《히트》에서 큰 덩치와 막강한 체력을 과시하는 형사 남성식을 연기한 그는, 거친 외모와 달리 끼니를 거른 반장님을 위해 햄버거를 챙겨주고, 색색의 펜으로 수사일지를 기록하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급기야는 미키 마우스 티셔츠로 귀여움을 과시하면서 ‘마블리’의 역사가 시작됐다. 마동석 역시 《히트》의 남성식을 ‘자신을 알리게 해준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반전의 한 방을 선사했던 영화 《퍼펙트 게임》(2011)의 만년 2군 포수 박만수에는 운동선수로 오랜 시간을 보냈던 마동석의 삶이 투영됐다. 《이웃사람》(2012)의 안혁모는 묵직한 존재감과 의외의 웃음을 선사했다. 특별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베테랑》(2015)에서도 드러났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한마디로 1000만 관객에게 다시 한번 각인된 그다. 그렇게 ‘흥행 영화에는 마동석이 있다’는 공식을 성립시킨 그는 주연 영화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범죄도시1》 스틸 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주)키위미디어그룹
《범죄도시1》 스틸 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키위미디어그룹

아내 앞에서는 쩔쩔매지만 좀비 앞에서는 ‘상남자’로서의 거친 모습을 보여준 《부산행》(2016)은 ‘마동석’이라는 장르를 기록한 작품이다. 그리고 《범죄도시》(2017). 맨주먹 하나로 범죄자들을 휘어잡는 시원한 액션 신이 관객들에게 일종의 희열감을 주면서 영화는 예상치 못했던 흥행으로 이어졌다. 거침없는 파괴력에 강력한 액션, 그리고 코믹 한 스푼. 대중이 사랑하는 작품에는 이 장점을 담아낸 마동석이 있었다.

《굿바이 싱글》(2016)과 《시동》(2019)으로 캐릭터를 변주하기도 했지만, 《동네사람들》과 《성난 황소》(2018) 등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액션을 선보인 그의 모습이 강하게 남는 이유다. 외적인 모습과 액션을 특화시킨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하는 것에 대해, 비슷한 이미지로만 계속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일명 ‘마동석화(化)’를 원하는 제작자나 감독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한다”는 것. 설령 마동석이라는 배우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하더라도, 자신의 캐릭터를 원한다면 그에 맞춰서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과거 그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밝힌 소신이었다.

대신 캐릭터를 진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아끼지 않는다. 이번에는 전매특허인 복싱 외에도 유도와 호신술 같은 기술도 연마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도 드웨인 존슨 등 특정한 장르, 특히 액션에 특화돼 있는 배우들이 있다. 나 역시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자 한다”고 했다. ‘성룡만의 이야기’ ‘성룡만의 액션’이 부럽다고 얘기했던 마동석은 그동안 ‘마동석만의 액션’을 보여줬고, 이제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마동석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행》의 상화 역을 맡은 마동석 ⓒ (주)NEW
《부산행》의 상화 역을 맡은 마동석 ⓒ (주)NEW
《이터널스》의 길가메시 캐릭터는 마동석 본연의 모습과 액션 스타일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터널스》의 길가메시 캐릭터는 마동석 본연의 모습과 액션 스타일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세계적으로 통하는 독보적인 존재감

마동석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대체불가한 캐릭터를 넘어 ‘한국형 히어로’로도 해석되는데, 마블이 《이터널스》에 그를 캐스팅한 것은 그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세계적으로도 통한다는 방증이었다. 당시 클로이 자오 감독은 “《부산행》을 통해 마동석을 알게 됐다. 제가 원한 강인한 남자 캐릭터는 유머를 갖춘 다층적 인물이었는데, 마동석씨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마동석 본연의 모습과 지금까지 해온 작품 속 인물, 액션 스타일을 바탕으로 초인적인 히어로 길가메시 캐릭터가 재구성됐다. 자오 감독은 마동석 특유의 ‘싸대기 액션’ 신을 영화에 넣는 것에 대해 ‘마동석에 대한 헌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연기 취향은 ‘리얼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배우들 역시 그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높게 산다. 《범죄도시》의 장첸 역을 맡았던 윤계상은 “마동석 형은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연기 스타일을 갖고 있다.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있어서 툭툭 치는 대사가 진짜 같다”며 연기력을 높게 평가했다. 장첸을 잇는 악역 강해상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는 마동석을 ‘액션배우 전문가’라 얘기하면서도 “연기도 리얼하게 잘하시는데, 제작자로서 모니터 뒤에서 수많은 것을 체크한다. 진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전 이수파 두목 장이수 역의 박지환은 “유연함과 후배를 대하는 태도, 상대 연기자를 대하는 마음씨에 감동했다. 처음 만났을 때 이분과 못 할 연기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를 하는 캐릭터가 자신 안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동석의 바람에 정점을 찍은 영화가 《범죄도시》다. 어릴 적 형사를 꿈꿨던 그는 형사 액션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악을 향한 응징’이라는 코드도 좋아한다. 그가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촬영까지 참여하면서 작품에 힘을 실은 이유이고, 《범죄도시》 시리즈를 ‘자식 같은 작품’이라 말하는 이유다. ‘마동석 같은 마석도’도 그렇기에 존재한다. 대중에게 ‘형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그는, 마침내 ‘형사’ 역할로 하나의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성했다. 영화는 아직 시작점에 서있지만, 대중은 전편에 이어 2편에도 호응하고 있다. 마동석이라는 장르가 통한다는 것을, 마동석의 이미지가 피로도가 아닌 선호도로 작용하고 있음을 영화에 대한 호평과 관객 수가 입증하고 있다. 그는 《범죄도시》를 8편까지 계획해 놓았다. MCU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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