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국대 에이스급인데…” 안우진(키움) 향한 딜레마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1 16:0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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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강속구 내리꽂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 평가에도, 고교 시절 학폭 드러나 국가대표 발탁 ‘불가’

2022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는 누구일까. 메이저리그에서 두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온 김광현(SSG 랜더스)? 4년째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루친스키(NC 다이노스)? 야구 전문가들은 김광현도, 루친스키도 아닌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을 꼽는다. 한 야구 전문가는 “타자들에게 지금 가장 상대하기 싫은 투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안우진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KBO리그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선수 또한 안우진이라고 한다. 

ⓒ뉴시스
5월3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7회초 키움 선발 안우진이 공을 던지고 있다.ⓒ뉴시스

“구속·제구력·변화구 모든 면에서 현재 국내 최고”

1999년생인 안우진은 KBO리그 대표 파이어볼러다. 올 시즌 그는 여러 차례 시속 159km의 공을 포수 미트에 던졌다. 191cm 큰 키에서 내리꽂는 커맨드 되는 속구는 타자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다. 현재 KBO 토종투수 중 그만큼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는 없다. 과거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제구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그만큼 드물었다.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2자책(1실점)의 투구를 보인 5월31일 삼성 라이온즈전 투구 내용을 보면 그의 ‘현재’가 잘 보인다. 당시 안우진은 최고 구속 시속 157km의 속구와 시속 150km의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속구만큼 슬라이더 구속이 나오니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에서 헛돈다. 이날 커브 최고 구속 또한 시속 137km에 이르렀다.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구속, 제구력, 변화구 완성도와 구사율 모든 면에서 안우진은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다. 게다가 스태미나까지 갖췄다”면서 “프로 경험이 적은데도 멘털 또한 강하다”고 평가했다. 

안우진은 올 시즌 11차례 선발 등판에서 한 경기(5월1일 KT 위즈 5이닝 투구)만을 제외하고는 마운드 위에서 6이닝 이상 책임지면서 7승(3패)을 챙겼다. 평균 투구이닝이 6⅓이닝이다. 박병호(KT)의 FA 이적으로 타선이 약화됐음에도 키움이 계속 상위권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다. 키움은 안우진의 활약과 함께 왼손 파이어볼러 이승호를 5월 중순부터 마무리로 기용한 것이 적중하면서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우리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이유는 투수와 수비 때문인데 그 중심에는 안우진이 있다”면서 “안우진이 등판할 때마다 든든한데, 팀의 1선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감독으로서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이어 “안우진은 현재 성장 중에 있고 앞으로도 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23세밖에 안 됐기 때문에 무한 발전의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키움 구단은 5월 마지막 등판 뒤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던 안우진에게 휴식을 줬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데도 그를 아예 1군 엔트리에서 빼버렸다. 전 시즌을 부상 없이 치르게 하기 위한 선제 조처다. 홍 감독은 안우진이 2박3일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왔으면 했지만 조용히 집 근처에서 재충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안우진은 6월11일 1군에 다시 합류할 예정이다. 1군 엔트리 제외 전 그의 성적은 7승3패 평균자책점 2.31이었다.

 

학폭의 어두운 그림자…“안우진 재능이 아깝다”

데뷔 첫해 안우진의 성적(2승4패 평균자책점 7.19)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경험치가 쌓이면서 좋아지고 있다. 붙박이 선발로 자리 잡은 2021 시즌에는 21경기에 등판해 8승8패 평균자책점 3.26의 성적을 냈다. 올해는 지금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경우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전반기 내에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KBO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영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안우진이지만, 그에게는 짙은 주홍글씨가 있다. 안우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얘기까지 나오던 휘문고 3학년 시절 동기들과 함께 야구부 후배를 폭행해 학폭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청소년야구대표팀에서도 교체됐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대한체육회로부터도 3년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말이 3년이지 곧바로 프로행을 택한 선수에게는 대표팀 영구 자격 박탈과도 같은 징계 처분이다. 

이 때문에 안우진은 대한체육회가 구성하는 국가대표팀에는 영원히 발탁될 수 없는 신분이다. 즉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때 그의 이름이 언급조차 안 된 이유다. 물론 내년으로 연기된 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나설 수 없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12도 마찬가지다.

 단, 세계야구클래식(WBC)만은 예외다. WBC는 프로 신분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메이저리그가 주관하기 때문이다. KBO 사무국 또한 이를 확인했다. 프로 룰에선 그에게 결격 사유가 없다. 

안우진의 WBC 대표팀 발탁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WBC는 병역 특례 혜택 등이 없기 때문에 냉정하게 실력 위주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과 학폭의 경우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발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국내 최대 인기 프로 스포츠라는 점에서 여론의 눈치 또한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음주운전에 3차례 적발되면 자동 영구 제명’이라는 일명 ‘강정호 룰’이 만들어지는 등 KBO가 허구연 총재 부임 뒤 프로야구라는 상품에 흠집을 내는 행위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터라 안우진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안우진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분위기에서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다른 곳에서 술자리를 가졌던 일이 드러나며 현재 ‘투 스트라이크’ 상태다. KBO 사무국 측은 이에 대해 “WBC 코칭스태프나 기술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안우진 발탁 여부는 그때 가서 상의될 것”이라고 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안우진의 재능이 아깝다”는 말을 종종 한다. 과거 아마추어 시절에 발목이 잡히면서 ‘악당’ 이미지가 덧씌워졌지만 그의 능력치만큼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무대 등에서 그의 투구 내용을 보고 싶어 하는 야구팬도 꽤 있다. 가뜩이나 2020 도쿄올림픽에서 투수력 부족으로 4위에 그쳤던 한국 야구다.

하지만 야구라는 틀을 벗어나 사회적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뒤늦게 학폭 사실이 드러나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하거나 아이돌그룹에서 탈퇴하는 이도 적지 않다. 안우진이 언터처블 투구를 이어가면 갈수록 리그의 고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속 159km의 속구와 시속 150km의 슬라이더를 섞어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는 지금, 안우진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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