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농구 코트에 오빠부대가 다시 떴다
  • 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1 12: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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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웅·허훈 형제에 최준용·송교창·양홍석·문성곤 등 가세…아시안컵, 농구 르네상스의 기폭제 될까

아시아 농구 최강자를 가리는 ‘FIBA 아시안컵 2022’ 대회가 7월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막한다. 모두 16개국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대만, 중국, 바레인 등과 함께 B조에 묶였다. 이번 아시안컵은 이래저래 많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남자 농구계는 안팎으로 호재가 발생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타 탄생이다. 1980년대 이충희·허재, 1990년대 이상민·우지원 등 농구 인기가 한창 뜨거울 때는 여지없이 흥행을 이끌어가는 스타가 존재했다. 아쉽게도 이후 팬들을 불러모을 스타가 나타나지 않았고 남자 농구 인기도 덩달아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상민 이후 오빠부대를 본격적으로 부활시킨 허웅·허훈 형제, NBA 진출을 향해 미국에서 고군분투 중인 이현중, 신세대 농구 아이콘으로 떠오른 여준석 등 스타 부재에 목말랐던 농구계에 가뭄 속 단비처럼 뉴스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송교창·최준용·양홍석·문성곤 등 기량과 캐릭터를 겸비한 개성파 선수들이 뒤를 받치고 있는 분위기다.

스타들이 한 팀에 모인 게 바로 국가대표팀이다. 대표팀을 향한 오빠부대의 열기는 6월17~1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입증됐다. 당시 꽉 찬 관중석에서는 허훈·여준석 등이 코트를 누빌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시아 무대에서의 위상과 달리 아시안컵과는 별반 인연이 없었다. 통산 2회 우승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1997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이후는 중국과 이란이 양분했으며 직전 대회에서는 호주가 우승을 차지했다. 때문에 농구 인기가 부활해 가고 있는 시점에 아시안컵 우승이 추가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뉴시스
(왼쪽부터)국가대표 허웅, 허훈,  최준용ⓒ뉴시스

빅맨 부재에 따른 높이 극복이 과제

물론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중국과 이란 등이 건재한 가운데 사실상 유럽팀이나 다름없는 호주가 ‘끝판왕’ 같은 포스를 과시하고 있다. 뉴질랜드·카자흐스탄·레바논 등은 신체능력 등에서 기존 아시아 선수들을 압도한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NBA 리거를 배출 중인 일본, 농구 인기가 유독 높은 필리핀 등 과거 우리보다 전력이 떨어졌던 팀들까지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역시 최대 라이벌은 같은 조에 속한 중국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중국은 아시아권에서는 영원한 우승 후보다. 우월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으며, 그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타 팀을 높이에서부터 누르고 있다. 현재 중국이 내세우는 최고의 무기는 저우치(26·216cm)와 왕저린(28·214cm)이 버티고 있는 높이다. 특히 저우치의 경우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기량에 물이 올랐다. 압도적인 높이에 더해 기동력과 슈팅력까지 갖추고 있어 아시아권에서 일대일로 제어할 선수가 거의 없다. 호주와의 농구월드컵 예선에서도 더블팀, 트리플팀을 뚫고 자신의 플레이를 했을 정도다. 여기에 왕저린까지 가세할 경우 중국팀의 높이는 말 그대로 만리장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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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경기 안양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초청 2022 남자 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 관중들이 가득 차있다.ⓒ뉴시스

높이와 스피드, 정확도 겸비한 장신 포워드로 승부수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예전보다도 골밑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서장훈·김주성·이승준·오세근 등 한 시대를 지켜줬던 골밑 자원들의 후계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승현 등 그나마 있던 전력도 부상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국내 리그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한 김종규(31·206.3cm)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귀화선수인 라건아(33·199.2cm)마저 없다고 상상하면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다. 라건아의 경우 기량은 확실하지만 신장에서 장신에 밀려 수비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한국 대표팀의 추일승 감독은 현재 한국이 2m가 넘는 빅맨 자원이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지만, 반대로 또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그건 바로 포워드진의 활용이다. 최근 국내 농구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장신 포워드 자원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자의 재능에 맞는 포지션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예전 같으면 빅맨 역할을 할 자원들이 내·외곽을 오가며 3번(스몰포워드)과 4번(파워포워드) 위치에서 활약하는 모습이다. 3.5번이라는 말도 이들 때문에 나오게 됐다.

현 대표팀의 중심 전력 역시 이러한 장신 포워드들이다. 송교창(26·201.3cm)은 큰 키가 무색할 만큼 어지간한 가드 이상으로 빠르게 코트를 뛰어다니는 기동력의 소유자이며, 양홍석(25·195cm) 또한 내·외곽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는 플레이어다. 거기에 더해 최준용(28·200.2cm)은 이제껏 보지 못한 특별한 장신 포워드로 분류되고 있다. 외곽과 골밑 능력을 갗춘 것은 물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싱게임에서 강점이 뚜렷하다. 단순히 신장에 비해 잘하는 수준이 아니다. 어지간한 정통 포인트가드 뺨칠 정도다. 현 대표팀에 패스에 능한 가드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최준용의 가치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최준용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경우 허훈 등 듀얼가드들이 리딩 부담을 덜고 공격에 더 집중하는 게 가능해진다.

득점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이현중(22·202cm)과 여준석(20·203cm)이 해외 진출 문제로 빠져있는 것이 아쉽지만 이는 타 팀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100%의 전력으로 임하는 것은 아닌 만큼 누가 더 현재의 전력을 잘 이용하느냐가 성적의 관건이다. 마침 추일승 감독은 프로 감독 시절부터 포워드 농구 애찬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고양 오리온 사령탑 시절 풍부한 포워드진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 감독은 “일부에 알려진 것처럼 꼭 포워드진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가드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로가 할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포워드진이 가드 역할까지도 비슷하게 해낼 수 있다면 신장 측면에서 메리트를 받을 수는 있다.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현 대표팀 구성 역시 포워드진에 강점이 있는 만큼 그러한 부분을 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신 포워드진을 앞세운 대표팀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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