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김민재를 차지하기 위한 유럽 빅리그의 쟁탈전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2 12:30
  • 호수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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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적시장에서 명문 구단 러브콜 쇄도…나폴리·인터밀란 등 이탈리아행 유력

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시장은 실제 시즌 이상으로 뜨거운 시기다. 각 팀이 전력 강화를 위해 주요 선수를 영입하고, 필연적으로 기존 선수를 보내야 하는 과정에서 빅뉴스들이 쏟아진다. 올여름 이 뉴스의 중심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우뚝 자리 잡고 있다. 바로 국가대표 센터백 김민재(26·페네르바체)다. 빅리그 상위권 클럽들이 김민재를 영입 대상으로 삼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의 베이징 궈안을 떠나 튀르키예(터키) 슈퍼리그의 명문 클럽 페네르바체로 이적한 김민재는 1년 만에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우뚝 섰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컨퍼런스리그에서도 준수한 경기력을 펼치며 빅리그 경쟁력을 입증했다. 페네르바체를 리그 2위로 이끈 김민재는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과 재활로 6월 국가대표팀인 벤투호에서는 뛰지 못했다. 하지만 페네르바체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만으로 그의 능력은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페네르바흐체 SK 홈페이지
ⓒ페네르바흐체 SK 홈페이지

유럽 진출 1년 만에 몸값 5배로 뛰어

치열하고 거칠기로 유명한 튀르키예 무대에서 유럽 첫 시즌을 맞았음에도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뛰어난 적응력은 물론, 센터백으로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도 김민재는 친화력과 책임감으로 최고 평가를 받았다. 2021~22 시즌 튀르키예 슈퍼리그 베스트11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경합 성공률은 61.5%로 리그 센터백 평균보다 6%포인트 높았다. 공중볼 경합 성공률은 62.4%, 패스 정확도는 89%로 역시 평균인 57%, 81%를 각각 상회했다. 

김민재를 400만 유로(약 54억원)의 이적료로 영입한 페네르바체의 선택은 최고의 투자였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영입 당시에는 유럽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선수였기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단 1년 만에 재정적으로 확실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영입으로 평가가 180도 뒤집혔다. 페네르바체는 김민재에 대해 1950만 유로(약 259억원)의 바이아웃을 붙여둔 상태다. 바이아웃은 선수와 소속팀 사이의 계약을 일정 액수의 금액을 지불하고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다. 즉, 1950만 유로의 이적료를 제시하면 다른 클럽이 김민재의 동의를 얻을 경우 데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1년 만에 무려 5배 가까이 몸값이 상승한 것이다.

아시아 선수에게 2000만 유로에 준하는 이적료는 높은 벽이다. 유럽 내 이적에서 이 금액을 넘은 선수는 손흥민(2015년 레버쿠젠→토트넘, 3000만 유로)과 나카타 히데토시(2001년 로마→파르마, 2840만 유로) 뿐이다. 지난 1월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튼으로 완전히 이적한 황희찬이 167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유럽 무대에 온 지 1년밖에 안 된 수비수지만 올여름 김민재 쟁탈전에 나선 팀들은 모두 바이아웃 금액을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앞선 팀은 프랑스 리그앙(1부 리그)의 스타드 렌이었다. 렌은 지난 시즌 4위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무엇보다 렌의 브뤼노 제네시오 감독은 2019년부터 2년간 베이징 감독으로서 김민재를 직접 지도한 바 있어 선수의 가치와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렌은 1800만 유로에서 협상을 시작해 결국 1950만 유로의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김민재를 쟁취할 기세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클럽들이 가세하며 판세가 바뀌었다. 최근 세리에A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SSC 나폴리가 김민재 영입전에 뛰어든 것이다. 나폴리는 세리에A 우승 2회에 불과하지만 이탈리아 남부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생전에 몸담은 클럽 중 가장 아꼈던 팀으로도 유망하다. 지난 시즌 리그 3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낸 나폴리는 핵심 수비수인 칼리두 쿨리발리가 잉글랜드의 첼시로 이적함에 따라 대체자 영입이 절실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한 명인 나폴리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일찌감치 김민재를 점찍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팔레티 감독은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만한 수준의 선수다. 빠른 시일 내에 영입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나폴리는 쿨리발리를 보내며 발생한 이적료 4000만 유로의 절반을 김민재 영입에 투자할 준비를 마쳤다. 

7월17일에는 나폴리의 라우렌티스 회장이 직접 이스탄불로 건너가서 페네르바체와 담판을 지었다. 나폴리는 이 자리에서 바이아웃보다 더 상향된 2000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민재와의 개인 협상에서도 다른 팀보다 월등한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김민재 영입이 가장 유력했던 렌은 한발 물러선 상태다. 

김민재의 이적은 여러 면에서 유추된다. 일단 페네르바체가 제출한 챔피언스리그 예선 명단에 김민재의 이름이 없었다. 협상이 막바지에 있는 선수는 부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그 점을 감안할 때 명단 제외는 이적의 1차 시그널이다. 현재 페네르바체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르제 제수스 감독도 7월1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이아웃을 제시한 팀이 나타나면서 김민재를 둘러싼 상황은 명확해졌다. 내 입장에서는 큰 손해다”라며 이적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나 나폴리행도 7월20일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김민재의 가치를 많은 팀이 인정하며 영입전에 가세한 탓이다. 대표적인 팀이 이탈리아의 또 다른 명문 인터밀란이다. 지난 시즌 리그 2위를 기록한 인터밀란은 핵심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슈크리니아르의 이적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대체자 찾기에 나섰는데 김민재가 레이더망에 잡힌 것. 인터밀란은 과거에도 토트넘, 에버턴과 함께 김민재를 주목했던 팀 중 하나다. 

타이밍은 다소 늦었지만 인터밀란이 러브콜을 보낸다면 김민재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나폴리도 경쟁력이 높은 팀이지만 인터밀란은 세계적인 빅클럽이고, 2020~21 시즌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연고지인 밀라노도 유럽을 대표하는 ‘생활환경이 좋은 도시’로 아내와 딸이 있는 김민재는 가족의 삶까지 전반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EPL 클럽들도 뒤늦게 참전했다고 하지만 클럽의 위상 면에서 김민재는 나폴리와 인터밀란 중에서 선택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FC지롱댕드보르도 홈페이지
ⓒFC지롱댕드보르도 홈페이지

황의조도 프랑스·독일 이적 추진 중

프랑스 리그앙의 지롱댕 보르도에서 뛰는 황의조 역시 이번 여름 이적이 확실하다. 보르도는 지난 시 즌 리그 최하위를 기록해 2부 리그로 강등됐고, 이 후 재정 문제까지 드러나 3부 리그로 강제 강등된 상태다. 황의조와의 계약이 1년 남았지만 보르도는 핵심 선수를 팔아 승격을 모색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시즌에도 11골을 기록, 두 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을 올린 황의조는 프랑스 내에서 인기가 높다. 검증이 끝난 골잡이를 낭트, 마르세유 등이 노렸다.

가장 적극적인 팀은 낭트다. 500만 유로(약 67억원)의 이적료를 제시 하며 보르도와 실제 협상을 펼쳤다. 하지만 보르도가 이적료를 더 높여줄 것을 요구하며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자 철회한 상태다. 프랑 스 현지 언론은 “낭트는 황의조를 포기했다. 보르도의 소극적인 자세에 지 쳐 다른 선수로 선회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보르도는 현재 가장 큰 이 적료 수입을 남길 수 있는 황의조를 최대한 비싸게 팔길 원하는 모습이다. 북미 메이저리그 사커의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역시 낭트와 같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보르도가 거절했다. 보르도는 황의조의 이적료로 800만 유 로(약 107억원)를 책정한 상태다. 마르세유, 그리고 독일의 샬케 등이 황 의조에게 관심을 보이는 만큼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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