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 발전 위해 HMM 매각 서둘러야 한다
  • 이장수 뉴프레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1 11:05
  • 호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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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 개선되면서 대주주인 산은 역할 축소
글로벌 경쟁력 갖추기 위해선 새 주인 찾아야

해운업은 국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세계 각국은 일찍부터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해양에서 찾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도 마찬가지다. 무역에 필수적인 해운업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침도 겪었다. 1983년 만들어진 해운산업합리화법이 대표적이다. 해운 업계 동반 부실로 수십 개 해운업체가 이 법으로 인해 문을 닫거나 M&A(인수합병)로 이름을 바꿔 달아야 했다.

2016년에는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규모인 한진해운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결국 파산했다. 세계 8위인 현대상선(현재 HMM)은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했다. 주채권은행은 20.69%의 지분을 보유한 KDB산업은행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SM그룹(5.52%), 신용보증기금(5.02%)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 해운 업계에 ‘훈풍’이 불면서 대다수 해운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사진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정박 중인 HMM 선박ⓒDPA 연합

오랜만의 ‘훈풍’으로 웃음 찾은 해운 업계

이랬던 해운 업계에 최근 ‘훈풍’이 불고 있다. 정부 지원과 관련 업체의 자구 노력에 더해 업황까지 회복되면서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회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국내 해상 운송수지를 보면, 2020년 12조5400만 달러 적자에서 2021년 110조39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국내 선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제 해운동맹(Shipping conference)에 가입해야 한다. 해운동맹에 가입하면 회원과의 협력, 글로벌 서비스의 안정성, 비용 경쟁력 제고, 서비스 영역 확장, 정보 교류 등에서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운동맹에 가입한 곳은 HMM이 유일하다. 2017년 3월 HMM과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대형 원양선사와 중소 근해선사는 미니 해운동맹을 국내 최초로 결성했다. 덕분에 영업 활동이 많이 좋아졌다. HMM의 경우 경쟁력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 및 LNG선 확보와 구조조정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의 영업이익 흐름이 이를 증명한다. HMM은 2016년 8333억원 적자에서 2020년 9607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767.9% 증가한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상반기에만 2조93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을 보면 2016년 4조5848억원, 2020년 6조4132억원에서 2021년 13조7941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전년 대비 215.1% 증가한 수치다.

HMM의 영업 상황이 개선되면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해운업과 관련된 업체나 건실한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가 대주주로 바람직하다. 금융권은 장기적으로 해상운송업을 관리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조선 수주는 호조세

특히 해운업은 특수성이 많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해운업체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형 선박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최근의 물류 사태를 볼 때 선박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해운업의 경우 정책에 대한 유연성도 있어야 한다. 몇 년 전 해운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유 선박을 매각한 기업들은 최근까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업 특성상 선박 보유가 곧 경쟁력인데, 운송 수수료는 상승했으나 보유 선박 부족으로 수출입 물동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요 해운 지표인 건화물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를 보면, 2017년 1353에서 2021년 전년 동기 대비 219% 상승한 2943으로 대폭 상승했다. 올해 8월에는 1454로 하락 추세를 보였으나 9월 들어 다시 1807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해상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도 마찬가지다. 2018년 811, 2020년 1265, 2021년 3792를 기록했지만, 올해 8월에는 3472, 9월말에는 2072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조선 수주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수요처인 러시아의 LNG선이나 쇄빙선 등 대량 발주가 예상됐다가 전쟁으로 인해 수주 활동이 주춤한 상태이긴 하지만 다른 국가의 지속적인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고인플레이션, 고금리 시대로 전환되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해운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해운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나 국책은행 등을 통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세제 혜택, 해운 정책의 유연성 확보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운선사들의 대형 선박 보유를 유도해 원가를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해운업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 역시 정부 및 채권단의 무리한 부채비율 유지 요구 등을 지양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 현실에 맞게 유연성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한진해운 파산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매우 컸다. 정책적 판단 미숙으로 국내 1위의 해운업체 부실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최근 국제수지 악화,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해운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실패는 단기적 및 장기적인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합리적이고 선제적인 대응 조치를 취한다면 해운산업은 장기적으로 흑자 경영이 가능할 것이다. HMM의 정상적인 경영상태 회복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운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형 해운선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독립적인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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