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통일교 등 분위기도 안 좋은데 아들 특혜 채용까지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3 12: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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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 시점에? 정치적 센스 부족” 지적받는 日 기시다 총리
아베 국장·통일교 유착·엔화 폭락·장남 비서관 기용으로 지지율 계속 하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매달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8월에 36%로 급락한 이래 하락을 계속해 9월에는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나 교도통신 같은 주요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 하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급락은 7월8일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자민당 소속 정치인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아베 국장(國葬) 실시에 대한 대국민 설명 부족으로 국장 반대 여론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급속한 물가 상승과 엔화 가치 폭락 등 경제문제까지 겹치면서 내각 지지율이 매달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

세습정치 흔한 日 정계에서도 “부적절” 비판

이렇듯 위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10월4일, 자신의 장남인 기시다 쇼타로를 정무 담당 총리비서관으로 기용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일본 명문 사립대학인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쇼타로는 2020년 기시다 의원실에서 의원비서를 맡은 뒤 2년 만에 총리비서관으로 ‘초고속 승진’ 했다. 일본 정계에서 유명 정치인이 자신의 자녀나 친인척을 비서로 기용해 정계에 입문시키는 방식은 과거부터 빈번했던 전형적인 세습정치의 일환이다. 대표적 세습정치인인 아베 전 총리는 부친 아베 신타로가 1982년 외무상에 취임하면서 대신(장관)비서관으로 기용되어 정계에 입문했으며,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도 2007년 총리 취임 당시 40세였던 장남 다쓰오를 총리비서관으로 기용하고 퇴임 후엔 자신의 지역구(군마현)까지 물려주었다.

기시다 총리 자신도 중의원 의원이었던 부친 기시다 후미타케의 의원비서로 일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고, 부친의 사망 이후에는 히로시마현의 지역구를 승계했다. 그럼에도 쇼타로가 31세의 나이에 총리비서관으로 기용된 것은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정치인이 당선을 거듭하며 고위직으로 올라감에 따라 해당 정치인의 비서도 의원비서에서 대신비서관, 총리비서관 등으로 승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쇼타로는 젊은 나이에 총리비서관으로 바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 자신이 30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부친의 의원비서로 정계에 발을 들였던 점을 고려해 봐도 초고속 승진임이 분명하다.

쇼타로 기용 소식에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세습정치인 가문 출신인 기시다에게 장남 기용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인사이며 공사를 혼동하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각료 경험이 있는 자민당의 한 의원도 닛칸겐다이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이나 통일교와의 관계 등으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이 시점에 굳이 장남을 비서관으로 기용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며 “(기시다는) 정치적 센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기시다 총리는 “의원실과의 연계 및 위기관리 보고체계, 인터넷상의 정보발신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해명하고 쇼타로의 기용이 종합적 관점에서 판단한 “적절한 인사 조치”라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장남인 기시다 쇼타로 정무 담당 총리비서관(사진 뒤)이 10월4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통일교 해산명령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

연이은 지지율 하락에 장남 채용 논란까지 겹치자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적극 행보에 나섰다. 먼저 10월13일 방송된 BS후지 라이브 프라임뉴스 생방송 출연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에 나섰다. 그는 대국민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이라도 한 듯 아베 전 총리의 국장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적게 발생했다며 세금 낭비 논란 진화에 나섰다. 또 자민당 정치인과 통일교의 부적절한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전기·가스 요금 인하책도 들고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이미 전기요금이 인상되었으며, 내년 봄에도 약 20~30%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재원에 의한 지원책 외에 물가상승률에 걸맞은 임금 인상도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먼저, 통일교와의 유착관계 논란에 대해서는 나가오카 게이코 문부과학상에게 종교법인법에 기반해 통일교의 활동에 위법한 점은 없는지 등 운영 실태를 파악하는 질문권을 행사하도록 지시했다. 질문권 행사 결과 통일교의 활동이 공공의 복리를 저해했다고 밝혀질 경우, 일본 법원은 통일교의 종교법인 자격을 박탈하는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단, 일본에서 종교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이 내려진 경우는 1995년에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자행한 옴진리교와2002년 특정 물건에 신령한 영이 깃들어 있다고 속여 판매하는 ‘영감상법’으로 문제가 된 명각사(明寺) 두 사례뿐이라는 점에서 통일교 해산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기시다가 질문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온 것은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실제 통일교 문제가 불거지자 기시다는 지난 8월 개각과 함께 9월에는 자민당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과 같은 주요 각료와 통일교의 관계가 뒤늦게 발각되는 등 통일교 논란이 해소되지 않자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전기·가스 요금 인하와 관련해서는 기시다 총리가 10월12일 가계와 기업의 요금 부담 완화를 논의하기 위해 전력회사 관계자와 회합을 갖고 전력 수급 대응 및 요금제 유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민당 차원에서는 전기·가스 요금 관련 지원뿐 아니라 자녀 양육비 현금지원 및 출산장려금 지급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정책제언을 10월18일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했다.

국민과 소통하는 리더이자 국민과 기업에 가중되는 경제 부담을 완화하는 문제 해결사로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기시다의 전략은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시다의 전기·가스 요금 인하책은 스가 전 총리의 통신요금 인하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전직 총리였던 아베·스가 정치에서 벗어난 기시다만의 차별화된 색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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