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안팎으로 뜨거운 시선 몰고 다니는 허재-허웅 부자
  • 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3 13: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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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개막과 함께 코트 열기 더해줄 핫 스타들 즐비
신생팀 캐롯 이끌 김승기 감독과 슈터 전성현에 수준 높은 필리핀 용병들까지

겨울 스포츠 시즌이 시작됐다. 그 중심인 2022~23 프로농구가 막을 올렸다. 개막 주말인 10월15〜16일 있었던 6경기에 총 2만여 명의 관중이 입장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 시즌은 여러모로 흥행몰이가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장 출입이 막혔던 농구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역시 스포츠 경기의 관중 동원력은 인기 스타들이 좌우한다. 올 시즌 겨울 코트를 뜨겁게 달굴 요소들을 꼽아봤다.

왼쪽부터 허재 캐롯 대표, 허웅 KCC 선수, 캐롯 김승기 감독, 캐롯 전성현 선수, 현대모비스 아바리엔토스 선수 ⓒ뉴시스·KBL 제공 뉴시스

KCC 입단과 동시에 허웅 굿즈 상품 동나기도

현재 농구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는 단연 허재 삼부자를 꼽을 수 있다. ‘농구 대통령’의 인기와 함께 지도자로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던 허재는 2018년 현장을 떠난 후 예능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언제 다시 현장에 복귀하느냐가 관심사로 대두될 무렵 올 시즌을 앞두고 신생팀 고양 캐롯 점퍼스 구단주 겸 스포츠 총괄 대표로 취임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허재 대표는 데뷔 이래 한국 농구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인물이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은 물론 프로 감독,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맡으며 늘 주연급으로 활약했다. 지도자 생활을 멈추고 잠시 야인으로 돌아가는 듯 싶었으나, 이후 방송예능 쪽에서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며 한창 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신생팀 창단을 앞두고 있던 데이원 스포츠 역시 허 대표의 이런 영향력과 이름값이 필요했다. 마침 허 대표 또한 현장 복귀에 대한 의지가 있던 상황에서 양측의 마음이 맞아떨어졌고, 결국 고양 캐롯 점퍼스 구단주 겸 스포츠 총괄 대표로 취임하게 된다. 캐롯이 역대 어떤 창단팀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배경에는 허재라는 인물이 주는 상징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후 캐롯의 행보였다. 최근 캐롯은 KBL 가입비 문제로 농구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10월7일까지 가입비 형식의 특별회비 총 15억원 중 5억원을 우선 납부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KBL은 긴급이사회를 통해 “가입금 1차분 5억원을 13일 정오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정규리그 출전을 불허한다”고 강경 방침을 알렸고 캐롯은 부랴부랴 전날에 입금을 완료했다.

개인도 아닌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5억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저기서 실망 어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6월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에서 자금·후원사·운영계획 등의 자료가 부실해 승인이 한 차례 보류되기도 한 점을 감안했을 때 내실이 탄탄해 보이지 않음은 분명하다. 허재 대표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캐롯이 실망을 줄수록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도 따가워질 수 있다. 어쨌거나 외부적으로 팀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허 대표의 두 아들 중 동생 허훈이 상무 입단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선택한 가운데 형 허웅은 그간 활약했던 DB를 떠나 KCC로 둥지를 옮겼다. 함께 KCC로 온 국가대표 파워포워드 이승현, 허웅이 떠난 DB로 돌아온 두경민, 캐롯으로 전격 이적한 슈터 전성현 등 그에 못지않은 스타급 선수들의 이동도 있었지만 현재 최고의 인기를 모으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허웅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허웅은 현재 KBL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로 불린다. 탄탄한 팬층을 바탕으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유일한 인물이다. 때문에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그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최대 관심은 부친 허재 대표의 캐롯으로 전격 입단해 부자가 한 팀에 몸담을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KCC였다. 이승현과 함께 KCC행을 발표하기 무섭게 뜨거운 시선이 쏟아졌고, 이제 새로운 관심은 부자간 대결에 모아지고 있다.

허웅 효과는 시즌 전부터 드러났다. 입단 발표가 나기 무섭게 구단 채널, SNS 구독자 숫자부터 달라졌으며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든 허웅 봉제인형과 허웅 아크릴 무드 등이 판매 30분 만에 품절되는 등 스타 파워를 톡톡히 과시했다. 인기를 증명한 허웅에게 남은 것은 팀 성적이다. 2010~11 시즌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KCC를 정상에 올릴 수 있다면 허웅의 위상은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KGC-캐롯 新라이벌전, 전성현의 ‘역대급 슈터’ 성장 여부도 관심

김승기 캐롯 초대 감독은 현역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거침없는 언행, 자신만의 고집 등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KGC인삼공사에서 2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어내며 ‘능력만큼은 확실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떠났지만 여전히 KGC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강팀으로 꼽힌다. 김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 놓은 영향이 크다.

그런 그가 최근 맘먹고 친정팀 KGC에 대한 저격에 나섰다. 10월16일 첫 맞대결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난 잘렸는데, 뭔 말을 하겠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을 비롯해 경기가 끝난 뒤에는 “(KGC 구단이) 그 흔한 홍삼 음료 하나도 주지 않고 거지 같다”고 특유의 직설화법을 쏟아냈다. KGC 감독 시절 겪었던 이런저런 서운함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로 인해 캐롯과의 신규 라이벌전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전성현은 KGC의 전성시대를 이끈 후 스승 김승기 감독을 따라 신생팀 캐롯으로 이적했다. 이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신동파, 이충희·김현준, 문경은·조성원, 조성민 등 그간 한국 농구에서는 시대별로 걸출한 간판 슈터들이 존재했다. 현시대에는 단연 전성현이다. 단순히 3점슛을 잘 쏘는 것을 떠나 수비수를 몰고 다니며 상대팀의 팀디펜스에 영향을 줄 정도다. 선수생활 초창기만 해도 ‘받아먹는 슛에만 의지한다’는 혹평을 들었으나 이후 끊임없이 오프 더 볼 무브, 스크린 활용, 빠른 타이밍, 높은 타점 등 슈터로서 가져야 할 다양한 무기를 발전시켜 나가며 어느덧 정상급 슈터로 우뚝 섰다. 아직까지는 ‘역대급 슈터가 맞나’라는 논쟁이 있는 만큼 KGC에 이어 캐롯마저 우승으로 이끌게 된다면 거기에 대한 마침표를 스스로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쿼터제 확대로 영입된 필리핀 선수들은 이번 시즌 각 팀의 전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로 전망된다. 올 시즌 아시아 쿼터는 일본에서 필리핀까지 확대됐다. 범위가 넓어지기 무섭게 이전까지 현 제도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팀들이 너도나도 참가했다. 이선 알바노(DB), 저스틴 구탕(LG), 론제이 아바리엔토스(현대모비스), 벨란겔(가스공사), 렌즈 아반도(인삼공사), 크리스찬 데이비드(삼성) 등 6명이 한국 땅을 밟았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필리핀은 한국과는 결이 다른 스타일의 농구를 구사한다. 특히 가드 같은 경우 개인기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가 많아 모션오펜스, 트랜지션을 선호하는 현 추세에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필리핀 선수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나라로까지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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