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최전선 나선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사장, 승계의 키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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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능력 입증이 핵심…경영수업 과정서 받은 성적표는 ‘글쎄’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사진)은 지난 7일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사진)이 지난 7일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코오롱가(家) 4세이자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그가 경영 최전선에 나섰음에도 그룹 내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경영 능력 입증이 승계의 열쇠라고 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은 전날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을 이끌어온 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이로써 이 사장은 오는 2023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앞서 코오롱그룹은 지난 7월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사업 부문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향후 BMW와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을 유통하는 수입차 부문을 전담하게 된다.

1984년생인 이 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하며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COO 전무, 2020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경영수업을 받으며 초고속 승진을 해왔다는 점은 여느 재벌가 3·4세들의 경로와 동일하다. 그러나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그룹 내 지분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재벌가 후계자들이 일감 몰아주기 등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경영권 지분을 승계해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이 명예회장의 철학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앞서 이 명예회장은 2018년 11월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아버지로서 재산은 물려주겠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은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는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이 사장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은 그동안 경영수업 과정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사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 부문을 맡았던 2019년과 2020년 초라한 경영 성적표를 받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9년 패션 부문에서 연결기준 매출 9729억원과 영업이익 135억원을 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분의 1 규모였다.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아예 적자로 전환했다.

앞서 2018년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커먼타운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리베토코리아의 대표이사를 맡았을 당시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48억원과 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사장은 2020년 7월 리베토코리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다만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부문을 이끌 당시 실적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 사장이 부사장을 맡은 2020년과 지난해 연평균 1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사장은 또 코오롱글로벌이 스텔란티스 코리아(지프)의 신규 딜러사로 선정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코오롱그룹도 이 사장의 승진 배경에 대해 “2년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을 맡아 과감한 체질 개선으로 1등 DNA를 심는다는 전략 아래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견인해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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