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낮추려고 중국 방문한 숄츠 독일 총리의 행보 ‘아리송’
  • 이수민 독일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3 08:05
  • 호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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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론, 숄츠 총리 방중 두고 비판적 의문 계속 제기
함부르크 항만의 중국 자본 유입 소식에 충격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1월4일 중국을 방문했다. 비록 11시간에 불과한 체류였지만, 독일 국가원수로서 마지막으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3년 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이후 처음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3년 사이에 세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2019년은 지구촌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알기 전이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기다. 특히 독일은 3년이 지난 현재 인플레이션의 타격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높은 천연가스 의존도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너지 위기에까지 봉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정세 변화에 발맞춰 독일이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1월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접견했다. 숄츠는 총리로서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 ⓒDPA 연합

총리 중국 방문에 독일 내 12개 대기업 수행

숄츠는 중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직접 글을 투고했다. 중국 방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의식했음인지 그는 기고를 통해 이번 방중의 목적으로 크게 5가지 내용을 들었다.

하나, 중국의 국가주의적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 둘,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며 세계정치에서 중국의 위상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는 점. 셋, 중국에 대한 독일의 경제적 의존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교류를 다양화해야 할 것이라는 점. 넷, 중국의 인권 문제 및 양안관계에 대한 우려. 다섯, 독일인이 아닌 세계시민으로서 기아 문제나 기후변화에 대해 중국이 강국으로서 져야 하는 책임 환기. 이 모두 결론이 나지 않은 숄츠의 생각들의 나열에 불과하지만, 방중 후 독일 여론은 숄츠의 그 5가지 내용을 찬찬히 풀어보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숄츠의 중국 방문 전과 후의 다소 상반된 주장들이 지적되고 있다.

일단 외교적인 부분에서 숄츠의 대중국 정책 모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무엇보다 중국을 주목했다. 혹여 중국도 대만 침공을 시도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빗대어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숄츠의 시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명백하게 반(反)러시아적 입장을 표명하기를 요구하면서도, 아시아 주변 국가들 눈에는 유사해 보이는 양안관계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방법론밖에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력대응은 반대하는 나름의 중립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이와 유사하게 많은 독일 좌파가 비판하는 것은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였다. 숄츠 역시 중국이 점점 더 레닌주의-마르크시즘적으로 흘러가고 국가 안보 및 공산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방문 다음 날 열린 사민당(숄츠가 소속된 여당) 토론회에서는 “한 국가가 공산주의 정당의 온전한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겠지만”이라며 위구르족 탄압과 같은 반인류적 문제를 가치관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어법을 에둘러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나 중국 내부 정치 문제보다 실질적으로 독일에 중국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 때문이라는 게 독일 사회 내 정설이다. 이번 방중에 숄츠와 동행한 이들은 동료 정치인이 아니라 12개 대기업 대변인들이었다는 점이 이를 더 부각시킨다. 여기에는 폭스바겐(Volkswagen), 지멘스(Siemens), 바스프(BASF),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바이엘(Bayer), 바이온테크(BionTech), 아디다스(adidas) 등이 속했다. 이들 모두 독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이 기업들의 경제력은 독일 전체의 경제력과 직결되는데, 특히 폭스바겐·지멘스·바스프의 경우 이미 전체 매출의 50%를 중국 덕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독일 사회는 숄츠 총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총리가 언급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어디에서 낮춘다는 것인가.’ 특히 독일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이 자국 내 각 지역들을 봉쇄함에 따라 의약품·원자재 등 각종 물품의 수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일을 체험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전적인 에너지 의존성 탓에 휘청거리는 독일이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숄츠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종 원자재에 대한 공급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와의 수교를 통해 해결하겠다, 중국과의 교역을 한국·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총리가 아직 중국 정책 방향 못 잡고 있어”

게다가 10월말 함부르크 항만에 중국 원양해운 코스코(COSCO)의 지분 참여를 허용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독일이 진정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출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스코의 경우 6명의 장관이 반대해 35%의 지분을 24.9%라는 상한선을 정해 허용키로 했지만, 그럼에도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인 함부르크에 중국 자본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많은 독일인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갈팡질팡으로 보이는 대중국 정책은 독일이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언급된 사민당 토론회에서 숄츠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패권을 잡기 위해 대치한다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그는 중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간간이 미국을 언급하곤 했다.

그의 발언의 중심에는 독일이 미국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독일은 나토 가입국으로서 미국과 같은 “편”이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숄츠는 독일의 입장을 취할 때 “미국과 마찬가지로”라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독일이 중재자 역할을 해서 미국과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여당에서는 이번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래도 숄츠는 메르켈과는 달리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어쨌든 언급하기라도 했고, 대만에 대한 무력대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으로도 큰 발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슈피겔 편집장인 멜라니 아만은 “숄츠가 아직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고, 특히 경제적 의존도를 해결할 방안을 전혀 찾지 못했다”며 비판한다.

숄츠 방중을 바라보는 독일 사회의 평가의 관건은 결국 경제적 의존도에 초점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한때 독일이 러시아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미국과도 갈등이 생겼던 일을 상기해 본다면,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과거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좀 더 현명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소 예측 불가능한 숄츠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계속 요동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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