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찢는 페이스북...국힘 39%·민주 51% ‘적’ 공격했다[페이스북 분석]
  • 공성윤·김현지·조해수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1 10:05
  • 호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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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사저널-송민 교수팀, 최근 2년간 정치인 16명 페이스북 글 전수조사
공유 1000회 이상 게시물 51건 중 42건은 ‘적대 집단’ 공격해
윤석열의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에 사분오열된 국론
이재명, 대선 기간 9개월치 네거티브 게시글 ‘몽땅 삭제’

불은 원래 인간에게 금지된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준 벌로 영원히 간을 쪼아먹히게 됐다.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너무 사랑해서라지만, 정말 그럴까. 불은 인류에게 이익과 고통을 모두 가져다줬다. 현대인들에게 불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페이스북이 정치적 무기가 됐다.” 202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의 수상 배경을 설명하며 여러 외신이 쓴 표현이다. 레사는 언론 자유가 최하위권인 필리핀에서 철권정치를 휘두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저격수를 자처했다. 그는 두테르테 정부가 페이스북에 68개 가짜 계정을 만들어 반대파를 공격하고 갈등을 부추겼다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레사는 페이스북에서 두테르테 지지자들로부터 온갖 모함과 살해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레사는 페이스북 등 SNS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간주했다. 그 배경에는 필리핀의 SNS 사용환경이 깔려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웹인덱스 등 여러 조사기관은 1인당 SNS 사용시간이 가장 긴 나라로 필리핀을 꼽았다. 그런데 인구 대비 이용자 수를 따지면 한국이 필리핀보다 더 많다. 국내 플랫폼 전문기업 DMC미디어에 따르면, 한국의 SNS 이용률은 89.3%로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만큼 SNS의 영향권 아래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SNS 중에서도 글로벌 이용자가 가장 많은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사고를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가 숱하게 제기돼 왔다.

2021년 1월~2022년 7월 팔로워 1만명 이상 정치인 대상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대선 기간에 이 일곱 글자를 페이스북에 띄웠다. 이는 여야 정치인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틀어 올해 가장 많이 전파된 것으로 시사저널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일곱 글자 덕분에 프레임 전쟁에서 이재명 후보를 이겼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그러나 그 효과와는 별개로 국론은 분열됐다. 야당은 여가부 폐지를 저지하겠다고 밝혔고, 시민단체는 여가부를 지키기 위한 전국 행동을 11월8일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균열이 사회 전체에 금을 낸 것이다.

성급한 일반화일까. 시사저널은 송민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주요 정치인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수집했다. 수집 기간은 지난 대선 기간이 포함된 최근 2년(2021년 1월~2022년 7월)으로 잡았다. 수집 대상은 팔로워가 1만 명 이상이면서 매해 평균 100건 이상 게시물을 올린 정치인 중 여야 8명씩을 뽑았다. 그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이준석 전 대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권성동 의원 △장제원 의원 △조수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이상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최강욱 의원 △고민정 의원 △김의겸 의원 △황운하 의원 △김용민 의원 △박지원 전 국정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상 더불어민주당) 등이다. 본지는 이들의 페이스북 게시물의 ‘좋아요’ ‘댓글’ ‘공유하기’ 숫자를 전수분석했다.

페이스북에서 널리 확산되는 게시물의 공통점은 뭘까. 페이스북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참여도가 높은 게시물의 노출 순위를 앞당긴다. 이 순위는 ‘도달률(Reach Rate)’이란 개념으로 표현된다.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요소는 ‘공유하기 버튼’이다. 좋아요와 댓글이 많을수록 도달률이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는데, 공유를 하면 이용자가 직접 게시물을 퍼뜨리게 된다. 즉 도달률이 필연적으로 올라간다.

분석 기간 동안 여야 통틀어 1000회 이상 공유가 이뤄진 게시물 작성자는 5명이다. 추미애 전 장관(30건), 최강욱 의원(9건), 이재명 대표(5건), 김의겸 의원(5건), 김용민 의원(2건) 등이다.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게시물 수로 따지면 총 51건이다. 이 중에는 본인이 소속되지 않은 외집단을 거론하거나 암시하는 글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외집단이란 ‘그들 집단’이라고도 표현한다. 이는 이질감이나 적대감을 갖고 경쟁심을 느끼는 상대 집단을 가리킨다. 반대 개념으로는 내가 소속돼 동질감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내집단(우리 집단)이 있다. 사회 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내집단 의식이 강할수록 외집단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지는 외집단과 거리를 둔 게시물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외집단을 밝히고 비판·조롱하거나, 그 대상을 명시하지 않아도 문맥상 대상이 분명한 경우 여기에 포함시켰다. 반면 단순히 감상을 드러내거나 각오를 다지는 글, 격려·독려하는 글 등은 제외했다. 또 헌법상 통일의 객체인 북한을 겨냥한 글은 제외했다. 그 결과 추미애·최강욱·이재명·김의겸·김용민 등 5명의 페이스북 글 51건 중 42건에 직간접적으로 외집단이 드러났다. 이들이 지목한 외집단은 주로 검찰, 여당, 언론이었다. 최고 공유 횟수인 9000여 회를 기록한 최강욱 의원의 5월20일자 게시물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정치검찰의 폭주를 알리고 막아낼 수 있다면 어떤 고난이라도 감수하겠습니다.” 검찰 수사를 ‘정치검찰의 폭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확인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의원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올린 글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비판했다. 2021년 9월3일 올린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이 (고발사주 관련) 모의 기획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글 등이다. 이는 약 1700회 공유됐다.

이재명 대표는 2021년 6월~올 3월 대선 기간 동안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겨냥한 네거티브 글을 모두 삭제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영화보다 더 치밀하고 저열한 검찰의 민낯”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 등의 글을 올리며 네거티브를 펼쳤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올 7월 당대표 출마선언문을 띄우며 “정부여당의 당리당략” “퇴행적 검찰정치” 등 외집단을 비판했다. 이는 약 1300회 공유됐다. 김의겸 의원의 경우 언론 비판이 주를 이뤘다. 게시물 5건 중 4건에 ‘언론’이 포함돼 있었다. 김용민 의원은 윤 대통령의 인선과 검찰을 각각 비판했다.

여당에서는 1000회 이상 공유된 게시물 보유자가 없다. 대신 ‘400회 이상 공유’로 범위를 넓혀보면 윤석열 대통령(35건)과 홍준표 시장(2건), 이준석 전 대표(2건) 등이 있다. 이 중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해 외집단을 거론한 게시물은 8건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올린 글을 지우지 않았다. 이 중에는 ‘최대 외집단’이자 당시 대선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저격한 글이 3건 있다. 2021년 9월27일 650회가 공유된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 등이다.

홍준표 시장의 경우 대선 때 윤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21년 8월15일 “어이없는 갑질 논리는 검찰총장일 때나 하는 것”이라며 “그만 떼쓰고 토론에 나오라”고 쏘아붙였다. 이 글은 660회 공유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1년 6월11일 올린 당대표 수락 연설문을 통해 당원의 결속을 도모했다. 그러면서도 “갈라치기와 독주로 국민에게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이라며 지난 정부에 대한 반감을 곁들였다.

한편 페이스북 도달률을 높이는 데 공유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페이스북이 노출 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참고하는 신호는 수천 개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게시물에 머무른 시간부터 인터넷 연결 속도까지 포함된다. 이 가운데 표면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척도는 공유와 좋아요·댓글 개수다.

 

평균 이상 퍼진 게시물 608건 중 46%가 적대집단 연관어 포함

미국 SNS 분석업체 라이벌IQ는 ‘좋아요+댓글+공유/팔로워 수’를 도달률의 기본 공식으로 제시한다. 이 업체가 공식을 이용해 올해 JP모건, 유니클로, 메리어트호텔 등 글로벌 기업 2100곳의 페이스북 페이지 도달률 중앙값을 계산해 보니 0.064로 조사됐다. 라이벌IQ는 “도달률 0.064는 SNS 이용 전략을 짤 때 일반적인 기준점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수치를 넘는 게시물은 평균 이상 수준으로 전파됐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본지 역시 라이벌IQ의 공식을 이용해 분석 대상 정치인의 올해 1~7월 도달률을 계산해 봤다. 팔로워 수는 최근인 11월10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도달률 0.064 이상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1건 이상 올린 정치인은 12명으로 나타났다. 게시물 수는 모두 608건으로 국민의힘 224건, 민주당 384건이었다.

이 가운데 각 정당에서 외집단과 연관된 단어를 쓴 게시물에 주목했다. 우선 사진만 공유한 게시물은 모두 텍스트로 전환했다. 그리고 대선 전후 기간임을 감안해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은 ‘윤석열’을 외집단을 대표하는 주제어로 선정했다. 그다음 송민 교수 연구팀의 주제어 분석 기술을 통해 그와 연관성을 띤 단어를 추출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의 연관 단어로 ‘대장동’ ‘경기’ ‘성남’ ‘민주당’ 등이 나왔고, 윤석열의 경우 ‘검찰’ ‘총장’ ‘김건희’ ‘권성동’ ‘국민의힘(국힘)’ 등이 뽑혔다. 그 밖에 ‘후보’ ‘수사’ ‘대선’ ‘의혹’ ‘캠프’ 등 양당에서 공통으로 쓰는 일반적 단어들은 제외했다.

도달률 높은 글에 두드러진 적대집단…게시물 확산 노렸나

이를 토대로 게시물 608건 중 절반에 가까운 284건(46.7%)이 외집단과 연관된 단어를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224건 중 87건(38.8%), 민주당에서는 384건 중 197건(51.3%)이었다. 수치와 비율 모두 민주당이 높게 나타났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기간 네거티브 게시물을 모두 지운 점을 고려하면, 실제 민주당의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외집단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 이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게시물을 추가로 찾아볼 수 있었다. 원희룡 장관은 2월22일 “이(재명)게이트란, 2게이트 질럿 러쉬. 막히면 바로 망해서 본진 찢어지고, 지지합니다”라고 썼다. 이는 이재명 대표를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비유해 비꼰 것이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공세를 펼치다가 무너지게 될 것임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김용민 의원은 2월3일 “도리도리에서 꾸벅꾸벅으로 변신했네요”라고 짧게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 아래 대본을 계속 쳐다보는 모습을 조롱한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2월5일 “화천대유 50억 클럽 구속 1호 곽상도 뉴스가 나온 후엔 토론 거부!”라고 적었다. 상대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토론을 거부한 윤 대통령을 지적한 글이다.

이러한 게시물은 어떻게 대중 속으로 스며들까.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아도 그곳에 올라오는 글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언론이다. 주요 정치인들의 페이스북 글은 여러 언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사화되는 경우가 많다. 본지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를 이용해 외집단을 거론한 게시물 중 도달률이 높은 내용을 살펴봤다.

여야 불문하고 도달률이 최고인 게시물은 윤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다. 그 도달률은 0.42로 중앙값인 0.064의 6배가 넘는다. 이 게시물은 올라온 1월7일 하루에만 48건 기사화됐다. 이후 해당 공약이 거론된 기사는 한 달 동안 852건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도달률이 높은 게시물은 0.32를 기록한, 최강욱 의원의 “정치검찰의 폭주” 글이다. 5월20일 게재된 지 한 달 사이에 13건의 기사로 만들어졌다. 김의겸 의원이 1월30일에 올린 “김만배 손아귀에 든 윤석열”이란 게시물은 도달률 0.21을 기록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윤석열이는 형이 갖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를 비판한 내용이다. 이를 다룬 기사는 한 달 동안 45건 쏟아졌다.

김용민 의원은 4월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종태 광주고등검찰청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김 의원은 “이게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에게 검사가 보낼 문자인가요? 이처럼 적의를 드러내는 것을 보니 곧 저에 대한 보복수사 준비하겠군요”라고 썼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의원과 검사의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해당 글의 도달률은 0.14였고 한 달간 38건 기사화됐다. 각계 반응을 다룬 기사와 커뮤니티, 블로그, 트위터 등의 관련 게시물까지 합하면 180여 건에 이른다. 페이스북에서 드러난 외집단과의 갈등이 계속 퍼져 나간 셈이다.

‘검수완박’ 민주당-검찰 갈등에 관련 기사·게시물 수백 건 쏟아져

외집단에 혐오 표현까지 더해지면 갈등은 증폭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90.2%는 “혐오와 차별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 해소 방안으로는 90.3%가 “정치인·언론의 표현이나 보도 자제”를 꼽았다. 정치권과 언론계가 혐오를 조장하고 있고, 그 통로 중 하나가 페이스북인 셈이다.

여기에서 비롯된 갈등이 정치적 편향성을 극대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특히 유럽에서 극우 정당이 출현하는 등 대중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SNS가 영향을 미쳤다는 거시적인 분석이 있다”며 “한국에서도 SNS상에 정치인의 외집단 비판글이 더 많이 노출되고 반응도 커졌다면 거시적 측면에서 대중의 정치적 방향성이 짙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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