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으로 흥한 페이스북, 알고리즘으로 흔들리다[페이스북 분석]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1 10:05
  • 호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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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역사…끊임없는 개선에도 “사익 추구” 비판 극복 못해

‘무엇을 노출할 것인가.’ 페이스북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는 의문이다. 친구든 기업이든,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든, 누군가가 올린 하루 수십~수백억 건의 게시물 중에서 다수의 눈에 띈 콘텐츠에 따라 페이스북의 정체성이 결정돼 왔다. 기업은 이를 통해 막대한 광고효과를 누렸고, 개인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로 거듭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게시물 노출을 전혀 통제하지 않으면 페이스북은 소수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게시물을 많이 올릴수록 자주 노출된다면, 특정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반복해 게시물을 올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설립 5년 만인 2009년 게시물 노출 과정에 개입하게 됐다.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시간 순서가 아니라 주목도가 높은 순서대로 게시물을 노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때를 페이스북의 가장 큰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이후 알고리즘의 변천사는 페이스북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하게 됐다.

2019년 10월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2019년 10월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설립 5년 만에 게시물 노출순서 개입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게시물의 노출 기준을 다듬어갔다. 2011년에는 이용자 각각의 취향을 더욱 반영했고, 2013년에는 뉴스피드의 시안성을 향상하는 동시에 고품질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2015년에는 알고리즘을 대폭 뜯어고쳤다. 우선 너무 많은 광고가 범람한다는 비판을 수용해 홍보성 콘텐츠의 노출 순위를 뒤로 늦췄다. 또 이용자들이 게시물을 본 시간이 길수록 노출 순위를 앞당겼고, 가짜뉴스의 확산속도는 낮췄다. 그 외에 ‘먼저보기’ 기능을 활용해 이용자가 게시물의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줬다.

이후 2016년에는 친구들의 게시물을 뉴스피드에 먼저 뜨게 했다. 2017년에는 낚시성 제목이 달려있거나 참여를 강요하는 게시물을 후순위로 보냈다. 그 사이 페이스북 주가는 계속 올라 2017년180달러를 돌파했다. 게다가 그해 사상 처음으로 구글의 분기 순이익을 뛰어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2017년 11월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션 파커는 “SNS가 인간 심리를 착취한다”며 그 중독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어 2017년 12월 전직 페이스북 부사장이 나서 “SNS가 사회 구조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본래의 역할을 저버리고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럽에서는 페이스북이 광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강제 수집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알고리즘 기능 향상을 위해 무단으로 끌어 모은 개인정보가 결국 독이 된 셈이다.

“인간심리 착취” “사회 산산조각”…내부 고발 잇따라

비난 여론이 들끓자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연단에 섰다. 그는 2018년 1월 “알고리즘이 의미 있는 사회적 소통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게시물을 더욱 우선시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상업적 목적을 띤 게시물은 노출 빈도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시행된 알고리즘 개선책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쨌든 저커버그의 말대로 페이스북은 이듬해 알고리즘을 또 한 번 바꿨다. 이번에는 ‘친한 친구’의 게시물이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했다. 친한 친구란 사진에서 서로를 태그하거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등 소통이 잦은 사람을 뜻한다. 2020년에는 언론 및 보도 내용의 신뢰성과 깊이에 점수를 매기는 ‘NEQ(news ecosystem quality∙뉴스 생태계 품질)’ 개념을 도입했다. 2021년 들어서는 아예 알고리즘이 참고하는 순위 신호가 무엇인지 공개했다. 그것은 크게 △관계성 △콘텐츠 유형 △인기도 △시의성 등 4가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무색하게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페이스북의 전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겐은 2021년 10월 현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페이스북은 혐오 표현과 가짜뉴스를 단속하기보다 이윤을 우선시했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페이스북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증을 야기했고, 회사가 이를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혐오 단속보다 이윤 우선시해”…저커버그 겨냥하는 檢

하우겐은 미국과 영국 의회에도 출석해 “페이스북이 조회수를 우선시하면서 분열을 초래하는 ‘참여기반 랭킹’을 활용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그동안 페이스북이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추구했던 목표와 배치되는 주장이었다. 페이스북은 하우겐의 폭로 직후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며 국면전환을 노렸다. 시장은 시큰둥했다. 2021년 12월부터 두 달 사이 페이스북 주가는 4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미국 의회는 올 2월 알고리즘 자체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SNS 넛지 액트’라고 명명된 이 법안의 골자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에 아이들과 SNS 취약층을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에서 유해 콘텐츠가 발견될 경우 FTC가 알고리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알고리즘 개선책을 꾸준히 발표해왔지만, 그 작동 원리와 필터링 방법을 낱낱이 공개한 적은 없다.

미국 당국은 저커버그에게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워싱턴DC 검찰은 5월 저커버그를 개인정보 유출 등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016년 영국 컨설팅 업체가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데이터를 무단 수집한 사건과 관련해 저커버그의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칼 러신 워싱턴DC 검찰총장은 “저커버그의 정책 때문에 수년 동안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의 불법행위 범위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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