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축구 황제의 대관식,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 김경무 스포츠서울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3 11:05
  • 호수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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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호날두 뒤이을 2000년대생 차기 ‘영건’들 주목
스페인의 가비·페드리, 잉글랜드 벨링엄, 독일 무시알라 등 활약 돋보여

2022 카타르월드컵이 조별 예선을 마치고 16강 토너먼트로 이어지면서 그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브라질·프랑스·잉글랜드·포르투갈 등 우승 후보군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퇴장하게 될 축구 황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뒤를 이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모두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이강인과 조규성이라는 새로운 ‘영건’이 탄생하며 손흥민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남미 축구 강국들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속속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는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FIFA 영플레이어’로 선정된 뒤 이번 월드컵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음의 월드컵 주인공이 될 영플레이어는 누구일까.

(왼쪽)파블로 가비(스페인), 페드리(스페인)ⓒAP 연합

‘무적함대’의 명성 되살릴 신형엔진 가비와 페드리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가장 빛을 발한 신예로는 우선 스페인의 공격형 미드필더 듀오 파블로 가비(18·FC바르셀로나)와 페드리(20·FC바르셀로나)를 꼽을 수 있다. A매치 경험도 극히 부족한 이들은 ‘무적함대’ 스페인의 주전 자리를 당당히 꿰차고 조별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둘은 스페인 라리가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에서도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뛰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 세대교체의 주역이다.

가비는 2004년생으로 신체조건도 173cm, 70kg으로 축구 선수치고는 왜소하다. 그러나 그는 전투적이고, 기술적으로 재능 있는 미드필더로 스페인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경기 흐름을 잘 읽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비는 코스타리카와의 E조 1차전 때 스페인의 4-3-3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해 팀의 7대0 대승을 도왔다. 후반 29분에는 월드컵 본선 무대 첫 골까지 기록하며 포효했다.

2002년생인 페드리도 174cm, 60kg으로 작은 몸집이다. 하지만 현란한 드리블과 유연한 볼터치에 패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간간이 골까지 기록한다.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페드리는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 코케(30·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카를로스 솔레르(25·파리생제르맹) 등 베테랑들을 제치고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했다. 그의 본명은 페드로 곤잘레스 로페스.

가비와 페드리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도 선발 출장할 정도로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이들이 ‘선배’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레전드 미드필더 조합의 명성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가 스페인의 주요 관심사다. 스페인은 12년 전 2010 남아공월드컵과 유로 2012 우승 이후, 주전들은 은퇴와 노쇠화로 하락의 길에 접어들었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하지만 신형 공격엔진 가비와 페드리의 등장으로 이번 월드컵 유력 우승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E조에서 일본에 1대2로 역전패를 당하는 등 축구 강국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오른쪽 공격수 자말 무시알라(19·바이에른 뮌헨)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무시알라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마치 메시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이고 빠른 드리블로 수비 2명을 가볍게 제치고 강력한 슛을 날려 지구촌 축구 팬들을 사로잡았다.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는 팀이 0대1로 뒤지고 있던 후반 38분, 빠른 움직임으로 공을 몰고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며 니클라스 퓔크루그(베르더 브레멘)의 1대1 동점골을 도왔다. 이 골이 터지지 않았으면 독일은 2연패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 상황에 몰릴 뻔했다.

(왼쪽)자말 무시알라(독일), 주드 벨링엄(잉글랜드) ⓒ뉴시스·REUTERS 연합

무시알라, ‘차세대 메시’로 불려…벨링엄도 잉글랜드 중원의 핵

무시알라는 200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태생으로 184cm, 72kg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2022~23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4경기에 출장해 9골 6도움을 기록하며 10대의 나이에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독일의 축구 레전드 로타르 마테우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무시알라의 활약을 본 후 “미래의 메시가 될 수 있다. 훌륭한 패스 능력을 가지고 있고, 영리하다”고 극찬했다. 영국 BBC도 독일이 스페인과 1대1로 비긴 후 “무시알라가 인상적이었고, 그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값을 매길 수 없고, 비할 데 없는 독일의 10대는 이제 ‘차세대 메시’라는 꼬리표를 가지게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도 “나에게 자말 무시알라는 가장 재능 있는 젊은 선수 중 한 명이다. 그가 월드컵 기간 동안 성장할 것이고, 독일은 놀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챔피언 독일은 토마스 뮐러(33·바이에른 뮌헨) 등 황금세대의 노쇠화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손흥민을 앞세운 한국에도 0대2로 졌다. 독일이 세대교체의 주역 무시알라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삼사자(Three lions)’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19·도르트문트)도 주목할 만한 영건이다. 맨체스터 시티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그는 이번에 당당히 주전 미드필더로 팀이 16강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벨링엄은 웨일스와의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4-3-3 포메이션에서 중원에 포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3대0 승리를 도왔다. 미국과의 2차전에서는 4-2-3-1 대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다.

2003년생으로 186cm, 75kg의 좋은 체격조건을 갖고 있다. 2019년 버밍엄 시티에 입단해 만 16세의 나이에 팀 역사상 가장 어린 선수로 프로에 데뷔했다. 2020년 7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뛰고 있다. 2022~23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5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신체적으로도 강하지만 출중한 기술과 스피드, 돌파 능력을 가진 미드필더로 평가받고 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2018 러시아월드컵 때 4강까지 올랐다. 이번엔 1966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이후 56년 만에 다시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고 있다. 공격 라인의 마커스 래시포드(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해리 케인(29·토트넘), 필 포든(22·맨체스터 시티) 등의 활약이 중요하지만, 16강을 넘어 우승까지 도전하기 위해선 벨링엄이 포진한 미드필드진이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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