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해운진출 노려 취업특혜 줬나? 해운협-언론 고소전 내막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3 10: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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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물류자회사 반대” 외쳐온 해운협회, 협회 부회장 아들 취업하자 “상생하자” 태도 돌변
물류자회사는 최정우 회장 때 설립, ‘해운업 진출’ 전초기지로 간주돼…포스코 “진출 계획 없다”

해운업계와 전문지 업계에서 상호 비방·고소가 잇따르며 유례없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포스코의 취업 특혜 의혹이 깔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던 해운업계 최대 이익단체가 간부 아들의 채용 후에 태도를 돌변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란 비판에도 해운업 진출의 숙원을 이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갈등은 해운업 전문지 쉬핑데일리가 동종업계 전문지 4곳을 무더기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9월26일 부두진 쉬핑데일리 대표는 △한국해운신문 △코리아쉬핑가제트 △해운산업신문 △해사신문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 4곳이 7월에 집단 성명서를 올려 쉬핑데일리를 ‘사이비’로 몰았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5월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당시 한국해운협회를 비롯한 해양산업계는 해운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했다. ⓒ 연합뉴스
2020년 5월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당시 한국해운협회를 비롯한 해양산업계는 해운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했다.ⓒ연합뉴스

“취업 특혜 의혹 제기하자 성명·고소 이어져”

집단 성명서에는 “해양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이고 악의적인 비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모 인터넷매체에 대해 해양계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사이비 언론이나 옐로 저널리즘에 대해 해운전문지 기자단이 공동으로 대처하겠다”고 적혀 있다. 부두진 대표는 “성명서에 ‘모 인터넷매체’라고 썼지만 사실상 쉬핑데일리를 지칭한 것”이라고 시사저널에 주장했다.

해당 성명서는 부 대표의 피소 근거가 되기도 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앞서 9월23일 부 대표에게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는 소장을 통해 “가짜뉴스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며 전문지들의 집단 성명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부 대표는 “쉬핑데일리가 김 부회장 아들의 포스코플로우 입사 사실과 포스코플로우의 해운업 진출 가능성을 연결 지어 보도하자 곧 성명서와 고소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해운협회 간부와 언론들이 손잡고 입막음에 나섰다는 취지다.

포스코플로우(사장 김광수)는 포스코그룹 물류자회사로 그 전신은 ‘포스코터미날’이다. 포스코와 일본 미쓰이물산이 2003년 각각 지분 51%, 49%를 투자해 설립했다. 2018년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물류업무 일원화를 목표로 포스코터미날에 업무를 몰아줬다. 이는 경영실적 회복에 유리하기 때문에 최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 짙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말 포스코는 미쓰이물산 지분을 전부 인수해 포스코터미날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올 4월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포스코터미날을 중심으로 한 물류통합 움직임에 당초 한국해운협회는 반발했다. 해운협회는 HMM, 장금상선, 고려해운 등 해운선사 162곳을 회원사로 둔 국내 최대 해운업 이익단체다. 외항해운에 관해서는 정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포스코의 물류통합이 해운업 진출을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하며 각을 세워왔다.

포스코는 1990년 자회사 거양해운을 통해 해운업 문을 두드렸다가 경영난을 이유로 접었다. 이후 2009년 같은 목적으로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선주협회(현 해운협회)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2020년에는 정부와 국회도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포스코는 수긍한다는 입장이지만, 해운협회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해운협회 대외전략을 책임진 김영무 부회장이 있었다. 김 부회장은 장기집권 논란에도 16년째 해운협회를 이끌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해운협회가 지난 4월 포스코플로우와 상생협력 MOU(양해각서)를 맺으면서 유화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MOU의 의미에 대해 김영무 부회장은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과 관련한 진실공방과 해운업계의 우려를 뒤로하고 미래지향적인 상생발전의 틀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포스코의 물류통합에 대해 “해운물류시장의 근간이 와해될 것”이라고 반발한 인물이 김 부회장이었기에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의문을 낳았다.

포스코플로우와 한국해운협회가 4월8일 서울 여의도 해운협회 대회의실에서 '상생협력 및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광수 포스코플로우 사장,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정태순 한국해운협회 협회장. ⓒ 한국해운협회
포스코플로우와 한국해운협회가 4월8일 서울 여의도 해운협회 대회의실에서 '상생협력 및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광수 포스코플로우 사장,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정태순 한국해운협회 협회장.ⓒ한국해운협회

그 배경을 두고 취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포스코플로우는 MOU 체결 전인 지난 2월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여기에 김 부회장의 아들 김아무개씨가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그 전까지 중견 해운업체 A사에 근무했던 김씨는 4월초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해운협회가 포스코플로우와 MOU를 맺은 건 4월8일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 부회장에게는 이전에도 자녀 관련 취업 특혜 의혹을 살 만한 전력이 있었다. 김 부회장의 딸은 2000년대 중반 물류IT 기업 B사에 취업했다. 이때는 김 부회장이 B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시기와 겹친다. 김 부회장은 2004년부터 올 3월까지 B사 사외이사 직위를 겸했다.

시사저널은 김 부회장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으나 답이 없었다. 다른 해운협회 고위 관계자는 김씨의 취업에 관해 “포스코플로우에서 경력직 40명을 대거 뽑았고 경쟁률도 높지 않았다”며 “오비이락으로 볼 수 있겠지만 (MOU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 딸의 취업에 대해서도 “아버지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포스코 역시 김씨의 취업과 MOU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포스코플로우 관계자는 “김씨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뽑혔기 때문에 입사 전까지 가족관계에 대해 알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다만 “블라인드 채용 입증자료는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제공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관건은 이번 MOU를 계기로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할지 여부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해운협회 내부 문서인 ‘포스코플로우 MOU 체결 과정’에는 “포스코는 MOU 체결 시 해운업 진출을 안 하겠다고 천명했음”이라고 나와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 철회를 명문화한 적은 없다. 이번 MOU 협약서에도 관련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포스코플로우 관계자는 “이미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밝혔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협약서에 적어야 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따로 명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운협회 고위 관계자 역시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 “구두 약속을 했다”고만 밝혔다.

(왼쪽)김광수 포스코플로우 사장,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포스코그룹 제공·뉴시스

“해운 진출 NO”라지만 구속력 없는 선언 불과

해운협회가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을 경계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김영무 부회장의 과거 발언에 이미 드러나 있다. 김 부회장은 작년 12월 “포스코는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포스코플로우에 일감을 몰아줘 물류시장을 크게 왜곡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12월1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물류분야 매출을 공시한 31개 기업집단의 내부 매출 비중은 49.6%로 집계됐다. 액수로는 12조3000억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류 분야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거래해 폐쇄적인 거래 구조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올 1월 부산 시민단체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두고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와중에 포스코플로우는 올해 매출 목표치를 2조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매출(1458억원)의 13배가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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