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집안이 화교 제일 부호와 사돈 맺은 사연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0 16: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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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 증손녀 김성씨, 태국 최대 재벌 CP그룹 회장 장남과 결혼
시어머니도 한국계 여성으로 알려져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의 증손녀인 김성씨(성 다니엘라 김)가 태국 최대 기업집단인 CP(짜른폭판)그룹 수파낏 치라와논 회장의 장남 타닛 치라와논과 11월26일 방콕의 한 호텔에서 결혼하면서 김구 집안의 혼맥과 CP그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부 김씨는 김구 선생의 차남 김신 장군(1922~2016)의 손녀로, 김 장군의 막내이자 삼남인 김휘씨(작고·나라기획 이사 역임)의 두 딸 중 차녀다. 김씨의 할아버지 김신 장군은 중화민국 군인과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로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공군참모총장과 주중화민국 대사, 교통부 장관,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구 선생의 손자 고(故) 김휘씨의 차녀 김성씨와 태국 재계 1위인 CP그룹(짜른폭판그룹) 수파낏 치라와논 회장의 장남 타닛이 11월26일 태국 수도 방콕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CP그룹 관계자가 11월28일 밝혔다. ⓒ연합뉴스

신랑, CP그룹 4세 경영 승계 준비

김씨는 미국 웰슬리대에서 미디어아트&사이언스와 중국어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 미국 대기업 오라클을 거쳐 소프트업체인 워크미(WalkMe) 싱가포르에서 고객 담당 매니저로 일했다. 신부의 어머니는 의사이자 보건학자인 한상태 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1928~2020)의 딸이다.

신랑 타닛 치라와논은 미국 하버드대를 마치고 스위스 금융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CP그룹 산하 유통업체인 마크로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수파낏 치라와논 회장의 부인이자 신랑의 어머니인 마리사 치라와논 CP그룹 특별고문과 신부 어머니 한씨의 인연으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사 치라와논 특별고문은 한국계 여성으로 한국 이름이 강수형이다. 한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미국에 유학해 뉴욕대에서 공부하다 CP그룹 2대 회장인 다닌 치라와논의 장남 수파낏을 만나 결혼했다. CP그룹과 치라와논 가문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태국에선 1위의 거대 기업이자 부호 가문이며, 중국 밖 화교 사회에서 제일가는 재력을 보유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7년 치라와논 가족의 재산은 366억 달러로 태국 1위, 아시아 4위의 부호다.

CP그룹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그룹 매출이 820억 달러에 이르며, 고용 인원이 45만 명에 이른다. 전 세계 20여 국가와 지역에서 400개가 넘는 기업을 운영한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동물사료 업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사료 가공, 육류 공급, 냉동식품, 패스트푸드 등 식품업을 중심으로 모터사이클 제조, 석유화학·통신·보험에 수퍼마켓 체인과 편의점 등 유통업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 체인인 태국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데, 2020년 3월에는 106억 달러를 들여 영국 글로벌 유통기업 테스코의 태국 및 말레이시아 체인을 사들여 자금력과 글로벌 경영감각을 보여줬다.

포브스에 따르면 다닌 치라와논 회장 개인은 123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태국 50대 부호 명단에서 1위에 올랐다. 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화권과 아시아권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시가총액 약 2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 보험사로 평가되는 중국 핑안(平安)보험의 최대주주로 지분의 30.65%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과 자동차 서비스, 인프라·부동산·정보업무 등을 총괄하는 홍콩증시 상장 투자업체 CITIC의 지분 20.61%도 소유하고 있다. 홍콩에 상장한 중국 바이오 업체인 시노바이오파머슈티컬 핵심 주주이며, 일본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의 지분도 4.9% 보유하고 있다.

활발하게 전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모두 2900만 달러를 기부해 다양한 구호와 방역 활동을 지원해 왔다. 300만 달러를 들여 매달 300만 장의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으며 40개 병원에 식료품을 제공했다.

CP그룹은 1921년 중국 남부 광둥성 청하이현(현재 산터우시 청하우구)에서 태국 방콕으로 이주한 셰이추와 동생 셰샤오페이 형제가 창업한 종자 판매상이 시초였다. 중국에서 종자와 농약 등을 수입해 태국 농민들에게 판매하고 고향인 산터우에도 지점을 설치했다. 셰이추의 장남인 다닌 치라와논 회장은 중국 이름이 셰구오민으로 홍콩에서 공부하고 태국에서 일해 왔다.

다닌 치라와논은 CP그룹을 48년 동안 글로벌 초대형 기업으로 키워오다 2017년 장남 수파낏에게 회장을, 3남 수파짜이에게 CEO를 물려줬다. 다닌 회장은 그럼에도 여전히 수석회장이라는 직함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닌 회장의 딸인 티파포른 치라와논은 마그놀리아 퀄리티 디벨로프먼트라는 부동산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파낏의 장남인 타닛 치라와논과 수파짜이의 장남 코라와드 치라와논(신랑의 사촌)이 현재 4세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김구 집안, 한화에 이어 태국 재벌과 혼맥

김구 선생은 부인 최준례 여사(1889~1939)와 사이에 광복군 장교이자 중화민국 육군 소령인 장남 김인(1917~1945)과 차남 김신을 뒀다. 김인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안미생 여사(1914~2007)와 결혼해 딸 김효자를 뒀다.

김신 장군은 독립운동가 임학준의 딸인 임윤연 여사(1929~1971)와 결혼했으며, 그 사이에서 낳은 딸 김미 여사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18대 국회의원 역임)과 결혼했다. 김 장군의 장남 김진씨는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지냈으며, 차남 김양씨는 주상하이 총영사와 국가보훈처장을 역임했다. 정부 수립 전 아버지인 김구 선생을 모시고 남북회담을 위해 평양에도 다녀온 김신 장군은 1961년 박정희 소장(나중에 대통령)과 함께 5·16에 참가한 뒤 공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김구 선생 집안과 사돈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의 딸인 서영민 여사와 결혼했다. 김승연·김호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여사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인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과 결혼했다. 김구 선생의 사후에 벌어진 일이지만 집안이 이후락 가문 및 재벌가와 사돈을 맺었으며, 이번에 태국은 물론 화교 제일의 부호인 치라와논 집안과도 인연을 맺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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