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당대표에 ‘용산’이 올인할 수밖에 없는 까닭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4 16:05
  • 호수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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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된 대통령-여당 지지율…정국 주도권 대통령실로

새해 정국부터 차기 여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유는 ‘윤심(尹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당권 도전자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 대통령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후보여야 한다는 절대적인 조건이 주어졌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속전속결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을 바꿨다. 기존 안은 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이를 당원 100%로 전격 변경했다. 일반 여론은 이러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변경에 호의적이지 않지만, 당 지도부는 흔들리지 않고 당헌·당규를 고쳤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룰 변경을 놓고 ‘유승민 배제 3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비꼬았다. 당심 100%로 뽑히는 당대표이므로 당원 투표가 절대적이다. 아직 당원 조사가 발표되거나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복잡한 20차 방정식 정도로도 ‘당심(黨心)’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전당대회 투표권이 있는 당원들이 대체로 현직 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큰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1월12일 현시점까지 나경원 전 의원은 출마 여부와 관련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핵관으로 알려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나 전 의원이 회동까지 가졌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가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다분히 윤심을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확하게 윤 대통령의 마음을 읽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원하는 당대표의 조건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우선 갈기갈기 찢긴 당을 하나로 화합시킬 수 있는 ‘통합 능력’이다. 정당은 내부 분열이나 내부 충돌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지지율이 추락하게 된다. 두 번째는 윤 대통령과의 ‘호흡 능력’이다.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인 갈등은 치명적이었다. 세 번째는 ‘지지율 견인 능력’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당대표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대통령 지지율까지 달라진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월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유경준, 정진석, 오세훈, 김기현, 윤상현, 조경태 ⓒ시사저널 박은숙

여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 매우 제한적

3월 실시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뽑히게 되는 당대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윤심 확인’이다. 윤 대통령의 긍정적인 의중이 실려 있는 인물인지 여부다. 그동안 정치적인 정황 분석에 따르면 유승민 전 의원은 긍정적인 윤심을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 만약 조금이라도 유 전 의원에 대한 윤심 확인이 있었다면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자리는 유 전 의원 차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되는 각종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유 전 의원을 선택한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게 나온다.

여론조사 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1월2~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3월8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로 확정된 가운데 누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경원 전 의원 30.5%, 김기현 의원 15.2%, 유승민 전 의원 13.7%, 안철수 의원 12.4% 순으로 나타났다(그림①). 주목할 점은 나 전 의원이 가장 높지만 김 의원이 새해 들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더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유 전 의원은 전체 응답자에서는 가장 높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 전 의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차기 당대표와의 호흡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상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서 부족한 점으로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요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정기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더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지난해 말 조사(2022년 12월13~15일)와 올해 첫 조사(2023년 1월3~5일)를 비교했다. 대통령의 부정평가 상위 항목에 오른 내용 중에서 ‘독단적·일방적’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 ‘소통 미흡’ ‘경제 살피지 않음’ ‘통합·협치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그림②).

그런데 이 지점에서의 고민은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당대표 후보 중에서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를 보완해 주거나 아니면 대통령에게 직접 국정 태도를 고쳐 달라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당권 도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위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당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당대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총선 공천이나 야당과의 관계에서 대통령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에 뒤지던 尹 지지율, 올해 들어 앞서

그렇다면 적어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지지율 상승으로 살아난 현시점에서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의 주도권은 당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가져갈 가능성이 다분해졌다. 특히 그동안 국민의힘이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 국정운영에 심폐소생기 같은 역할을 했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은 시점부터는 대통령이 당에 대해 강력한 주도권을 쥐게 된다. 거의 매주 실시되고 있는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비교해 보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지난해 8월2~4일 조사에서 무려 10%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지난 연말까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보다 항상 높았다. 그렇지만 가장 최근인 올해 첫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은 37%로 나타났고,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5%로 나왔다. 지지율 역전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33%)보다 더 높다(그림③).

여야 정당보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높은 국면이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힘이 붙는다. 당대표의 역량이나 역할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나 그 주변의 핵심 참모들의 판단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의중 즉, 윤심을 가장 잘 파악해 실천할 수 있는 후보자가 최선의 선택이 되는 셈이다.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총선 전까지 주도권은 당대표가 아니라 윤심에 놓이게 된다. 대통령 지지율 역시 윤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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