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시즌2, 과연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9 13:05
  • 호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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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등장으로 정착된 시즌제…시즌2 성공의 관건은 완성도와 신선함

시즌제가 어느 순간 정착됐다. 이제 성공한 작품들은 시즌2를 내는 일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대박 작품이라고 해서 시즌2가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시즌제는 상전벽해 같은 느낌을 준다. 몇 년 전만 해도 시즌제는 시청자들의 쏟아지는 요구에도 이뤄진 적이 별로 없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중심으로 운용되던 플랫폼 시대에, 성공한 드라마가 시즌2를 내놓는 데 가장 어려운 지점이 캐스팅이었다. 시즌1을 성공시킨 출연자들이라면 시즌2는 캐스팅 비용이 오르기 마련이다. 그 부담이 만만찮았고, 무엇보다 이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막상 시즌2를 내놔도 시즌1과 비교되기 때문에 부담을 갖는 일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런저런 ‘안 되는’ 이유들 때문에 그 많은 대박 드라마도 시즌2를 낸 적이 별로 없었던 게 당대의 현실이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쪼개기 방식으로 파트 나눠 성공

하지만 시즌제는 OTT 플랫폼들의 등장과 더불어 시나브로 정착됐다. 넷플릭스는 이 변화를 이끈 선두주자나 다름없다.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도 시즌3가 나오지 않은 《킹덤》은 이 작품에 대한 대중적 열광이 놀라울 지경이다. 드라마에 대한 열광은 대부분 그 스토리가 어떻게 마무리되는가와도 잇닿아 있는 게 현실이었지만, 《킹덤》 같은 작품은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큰 반향을 만들었다. 《스위트홈》 《지옥》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시즌1으로 이들 드라마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도나 세계관의 밑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대중적 열광을 얻어냈다. 이것은 아예 시즌제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OTT 플랫폼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완성도를 추구하는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경우 짧게 6부작 정도의 시즌1을 내놓고 몇 년 후에 시즌2가 나와도 허용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만든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경향은 티빙·웨이브 같은 토종 OTT들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콘텐츠를 OTT를 통해 익숙하게 접하게 된 시청자들은 이제 기존 플랫폼들, 이를테면 tvN 같은 케이블 채널에서도 시즌제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시즌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찍부터 나왔던 게 사실이지만, 그 정착은 결국 글로벌 OTT 같은 거대 자본의 제작비가 수급되는 플랫폼을 통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 《D.P.》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올해는 넷플릭스를 통해 《D.P.》 《스위트홈》 등이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작년 말 공개돼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더 글로리》 역시 3월쯤 시즌2를 공개할 예정이다. 티빙은 작년에 《유미의 세포들2》로 시즌2의 재미를 톡톡히 본 바 있다. 또 하나의 성공작이었던 《술꾼도시여자들2》 역시 공개했다. 지상파인 SBS와 케이블 채널 tvN에서도 시즌2는 정착된 제작방식으로 자리했다. 작년에 파트를 1, 2로 나눠 방영한 《환혼》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파트1으로 20부를 먼저 방영하고, 약 3개월 후 파트2를 내놨다. 또 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가 이미 방송을 시작했다. OCN에서 큰 성과를 냈던 《경이로운 소문》 역시 tvN으로 채널을 바꿔 시즌2로 돌아온다. 송중기 주연의 대작 《아스달 연대기》도 이준기로 주인공을 바꿔 시즌2로 방영될 예정이고, SBS 역시 올해 《모범택시》와 《낭만닥터 김사부》가 각각 시즌2, 시즌3로 돌아올 예정이다. 

흥미로운 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 하나가 마무리되고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워지면서, 이를 변형한 새로운 공개 방식들 또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파트1과 파트2를 나누는 방식이 그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던 《더 글로리》나 《환혼》이 이러한 방식을 써서 괜찮은 효과를 냈다. 《환혼》은 드라마 스토리상 주인공이 교체돼야 하는 설정인데, 만일 파트1과 파트2를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방영됐다면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 정도의 휴지기는 파트1의 주인공이었던 정소민에 대한 강렬했던 잔상을 다소 가라앉혔고, 파트2의 주인공 고윤정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 과정을 훨씬 부드럽게 만든 면이 있었다.

넷플릭스 《더글로리》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는 전체 16부작 중 8부를 파트1으로 공개했는데, 반응이 쏟아지면서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물론 16부작을 이미 사전 제작한 《더 글로리》의 이러한 쪼개기 방식은 그간 넷플릭스가 해왔던 서비스 방식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시즌제로 완결되지 않더라도 전편 몰아보기가 서비스의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글로리》의 이 같은 쪼개기 방식을 넷플릭스도 꺼리지 않는 눈치다. 그것은 현재 넷플릭스의 당면 과제가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일이 되고 있어서다. 신규 가입자 확보는 이제 비등점을 넘긴 상황이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게 가입자 이탈 방지가 됐다. 물론 구독자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파트 쪼개기가 반가울 리 없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파트를 나누면 그만큼 지속적인 시청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새로운 스토리 더해 주지 못하면 실패 

그렇다면 시즌2는 무조건 성공할까. 분명 OTT 같은 플랫폼에서 시즌2는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것이 사실이다. 시즌1을 봤고, 그 작품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진 구독자라면 당연히 시즌2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상 깊은 성과를 냈던 건, 이제 그들 작품의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만든다. 신규 콘텐츠의 성공은 미지수에 가깝다면, 시즌2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담보한다. 《오징어 게임2》 《지금 우리 학교는2》 《지옥2》 같은 작품들이 넷플릭스에는 중요한 탄알이 되는 이유다. 

심지어 시즌2는 시즌1이 대작이었다면 실패했더라도 또 다른 기대감을 만들기도 한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시즌1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워낙 원작의 무게감이 있어 시즌2로 돌아와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또 마찬가지로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인류학적 관점이 들어간 거대 서사를 담은 《아스달 연대기》 역시 시즌1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어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하지만 제아무리 성공한 대박 작품도 그만한 진화나 새로운 스토리를 더해 주지 못하면 실패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티빙에서 오리지널로 만들어졌던 《술꾼도시여자들》의 시즌2가 그렇다. 물론 이 작품 역시 티빙 입장에서는 시즌1 성공에 힘입어 괜찮은 신규 가입자 유입을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완성도 면에서 시즌1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기대만큼 실망이 컸다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좋은 결과라고 보긴 어렵다. 

티빙 《술꾼여자도시들》 시즌2 포스터 ⓒTVING 제공

또한 넷플릭스를 통해 K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솔로지옥》의 경우도 시즌2 역시 해외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반응이 소소해지는 결과를 보여줬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1년 동안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경쟁적으로 수위를 높이면서 《솔로지옥》은 상대적으로 ‘순한 연애 리얼리티’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생겼다. 콘텐츠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예상치 못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시즌2는 이제 좀 더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성패에는 완성도는 물론이고 환경 변화에 의해 여전히 변수가 존재하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이러한 변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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