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낙마 나비효과…박병호 1루, 강백호 지명타자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1 13: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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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나설 국가대표 야수 ‘베스트9’ 윤곽 드러나
내야 김하성-에드먼 ‘최강 키스톤 콤비’…외야는 김현수-이정후-나성범 유력

2023 WBC(World Baseball Classic) 대회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1월15일(한국시각)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 모여 팀훈련을 시작한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표팀 선수 28명이 이강철 감독 등 코칭 스태프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다. 

ⓒ연합뉴스·REUTERS 연합·AFP 연합
WBC 국가대표 예상 ‘야수 베스트9’ ⓒ연합뉴스·REUTERS 연합·AFP 연합

수비 불안 강백호, 지명타자로…김현수, 1루수 백업 가능 

대표팀 구성은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소속팀의 출전 반대로 낙마하면서 변화가 왔다. 피츠버그는 최지만의 팔꿈치 수술을 이유로 WBC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최지만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해 왔다. 최지만 대신 선택된 이는 외야수 최지훈(SSG 랜더스)이다. 

대표팀은 1월초 30인 엔트리를 발표할 때부터 최지만의 출전 불가능을 염두에 두고 미리 시나리오를 짜왔다. 후보군도 추렸는데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지훈이 고려 대상이었다. 최지만과 같은 포지션의 1루수를 충원할지, 대주자 및 대수비가 가능한 선수를 뽑을지 고민하다가 최지훈을 선택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오재일의 컨디션이 다소 늦게 올라온다는 점도 고려했다. 박병호(KT 위즈)가 1루 수비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9월 오른발목 인대가 파열돼 수술이 불가피했으나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고 착실한 관리 덕에 현재는 팀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최지만이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박병호는 지명타자로 뛸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최지만이 함께하지 못하면서 박병호가 대표팀 주전 1루수로 뛴다. 1루수 백업은 김현수·박해민(LG 트윈스)이 하게 된다. 강백호(KT) 또한 1루수이긴 하지만 수비가 불안한 면이 없지 않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를 지명타자로 투입하는 것이 공격적인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주전 좌익수 요원이지만 때에 따라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견수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우익수는 나성범(KIA 타이거즈)이 유력하다. 발이 빨라 수비 범위가 넓은 최지훈이 새로 합류하면서 대표팀은 선발 라인업을 짤 때 1루수, 외야수, 지명타자 구성에 좀 더 많은 옵션을 둘 수 있게 됐다.

키스톤 콤비(2루수-유격수)와 3루수의 경우는 주전이 얼추 정해져 있다. 김하성(유격수)과 토미 에드먼(2루수)이 내야 중앙을 지킨다. 김하성은 2022 시즌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NL) 유격수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빅리그에서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고, 에드먼은 2021 시즌 골드글러브 NL 2루수 수상자다. 이들의 조합은 WBC 참가국 중에서도 으뜸을 다툰다. 현재 대표팀 붙박이 3루수 요원은 최정(SSG)뿐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김하성이 3루를 볼 수 있다. 김하성이 3루로 가면 오지환(LG)이 유격수를 맡는다”면서 “에드먼도 3루를 볼 수 있지만, 김하성이 더 안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오른손 타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이 감독은 박건우(NC 다이노스)를 우타 대타 요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에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마쓰이 유키(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좌완투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건우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9 프리미어12 때 좌투수에 애를 먹었는데 당시 좌완 상대 타율이 0.183(우완 상대 0.260)에 불과했다.

양의지(두산 베어스)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도 된다. 주전 포수로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더불어 상대 투수 공략에도 앞장서야 한다. 지금껏 국제대회 성적(통산 31경기 출전, 타율 0.169 1홈런 6타점)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양의지는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강철 감독님과 함께 국민께 보답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남다른 의지를 나타냈다.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는 이지영(키움)이 나서는데 그는 이번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제한 많은 투수진 운용…코칭 스태프 묘수 발휘해야

투수진의 경우 대회 규정상 제약이 많기 때문에 경기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WBC 규정상 투구 수 제한과 투구 수에 따른 휴식일이 정해져 있다. 일본 도쿄에서 치러지는 1라운드 B조(한국·일본·호주·중국·체코) 조별리그(3월9~13일)에서는 투구 수가 65개로 제한되고 50개 이상 던졌을 경우에는 나흘 동안 휴식해야만 한다. 즉, 한국의 경우 첫 경기인 호주전(9일)에 나온 투수가 50개 이상의 공을 던졌을 경우 나머지 조별리그 3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다. 

제한 투구 수는 8강 토너먼트 최대 80개, 준결승 이후 최대 95개로 늘어난다. 한 투수가 30개 이상 던지면 반드시 하루는 쉬어야 하고, 30개 미만으로 이틀 연속 던져도 1일 휴식이 강제된다. 시즌 개막 전 투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인데, 대표팀은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조별리그 한계 투구 수(65개)를 고려해 상대 선발투수를 5회 이전에 끌어내리는 작전을 펴야 한다. 성급한 1~2구 내 공격보다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상대 투수가 공 3개 이상을 던지게 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상대 타자 맞춤형 원포인트 릴리프도 쓸 수 없다. 한 번 마운드에 올라간 투수는 이닝이 교체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반드시 세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제구력이 잡히지 않은 선수를 내보냈을 경우 자칫 대표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투수가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줘도 바꿀 수 없다. 최악의 경우는 연속 3안타를 맞은 뒤에야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투구 수 제한 규정으로 1라운드 때는 보직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던지는 것도 버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시에 맞춤형 투수를 내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표팀에는 김광현(SSG), 양현종(KIA) 등 베테랑 투수도 있지만 소형준(KT), 정우영·김윤식(LG), 구창모(NC), 곽빈·정철원(두산),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등 생애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이들도 있다. 이들을 적절하게 기용할 묘수를 찾는 것이 이강철 감독 및 코칭 스태프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WBC 대표팀은 2월16일 NC와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곧바로 실전 모드에 돌입한다. 대회 전에 한국·일본 프로팀과 최대 8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승리 공식을 찾아간다. 미국에서 열리는 4강 토너먼트를 향한 최적의 투타 방정식을 찾기 위한 머리싸움이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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