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수’라던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집단 정정 “문재인 정부 ‘지침’ 때문”
  • 김현지·조해수·공성윤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0: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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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페이지 한국감정원 ‘감사보고서’ 단독 입수
“현실화율 72% 달성토록 본사에서 지침을 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음”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공시가격 집단 정정’이 발생한 갤러리아포레 사건이 문재인 정부의 ‘고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 제고 지침’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포레 230가구의 2019년 공시가격은 2개월여 만에 가구당 평균 2억여원 하향 조정됐다.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도입 이후 처음 일어난 사고로, 공시가격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당시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의 실수 때문”이라고 발표하고 담당자들을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 건물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건물 ⓒ시사저널 박정훈

“국토부 압박 조사에 감정원 직원 기절까지”

그러나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감정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담당자 A씨는 “2019년 공시가격은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초고가 주택에 대한 현실화(시세 대비 공시가격) 제고를 국토부에서 집중 추진했다”면서 “갤러리아포레는 상위 10위 내 물건으로서 현실화율 72%를 달성토록 본사에서 지침을 줘 (공시)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음”이라고 진술했다.

또 다른 공시가격 담당자 B씨 역시 “국토부의 고가 정책에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의) 하향 조정은 더더욱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즉,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사실상 ‘지정’했고 감정원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부의 지침에 못 미치는 감정원 직원은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감사보고서에서 B씨는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이 조금이라도 낮아지는 검증작업을 했다면 ‘일부러’ 국가 정책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의심과 지속적인 사유 제출을 요구받았다”면서 “국가 정책을 너희가 망쳤다는 압박 검수를 받았고, 직원이 기절하는 사태까지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감정원의 공시가격·공시지가·집값통계 등 부동산 관련 통계 전반에 걸쳐 조작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작이 맞는다면 책임자가 누구이며, 어떤 방식으로 조작이 진행됐는지 실태를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감사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감정원과 국토부의 실태를 보여주는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이 밖에도 시사저널은 전·현직 감정원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접촉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을 추적했다.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관련 한국감정원 직원 진술서 ⓒ시사저널 이종현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관련 한국감정원 직원 진술서 ⓒ시사저널 이종현

문재인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목표

공시가격은 조세, 복지, 부담금, 감정평가 등 60여 개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조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등) △복지(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장학금, 교육비, 근로장려금, 학자금장기상환 등) △부담금(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개발부담금, 농지보전부담금 등) △감정평가(보상, 담보, 경매 등) 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활용된다. 국토부 장관이 산하 공기업인 감정원에 의뢰해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한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다 보니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이 추구하는 조세 정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 법에 따르면 공시가격을 ‘적정가격’이라고 하고(제1조), 적정가격이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제2조)이다.

문재인 정부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임기 초부터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2020년 11월3일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토지는 2028년,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90%에 이른다.

특히, 김현미 전 장관은 ‘고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적극 추진했다. 시세구간별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차등을 뒀는데, 고가일수록 현실화율을 높게 설정한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2019년 12월17일 공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에서,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 9억~15억원의 경우 70%, 15억~30억원 75%, 30억원 이상 80%로 발표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는 말 그대로 초고가 주택이다. 2011년 7월에 준공됐는데, 2008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4535만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됐다. 당시까지 역대 최고 분양가였다. 여기에 분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현금자산 100억원 이상, 백화점 연간 쇼핑액 1억원 이상 등 다양한 조건을 걸었다.

갤러리아포레는 가장 작은 세대가 231㎡(약 70평)이며, 가구당 주차 대수 6.5대에다 수영장과 헬스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45층 높이 2개 동에 230세대가 살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과 배우 한예슬·김수현 등 유명 연예인,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살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즉, 갤러리아포레는 고가 주택을 대표하는 아파트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2월27일 청와대에서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가 주택 겨냥’ 文 정부가 촉발한 갤러리아포레 사건

고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 제고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결국 문제가 터졌다. 갤러리아포레 일부 가구의 2019년 공시가격이 층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금액으로 평가된 것이다.

특히, 당시에는 갤러리아포레 인근에 49층(약 200m)짜리 대림 아크로포레스트 아파트의 신축공사가 진행되면서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갤러리아포레 101동의 경우, 12층부터 최고층인 45층까지 가격 차이 없이 전부 26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와 같은 결과는 그해 3월 주택 소유주 의견청취 때 열람됐다. 소유주들은 크게 반발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정원은 이를 묵살했고, 국토부는 4월말 수정되지 않은 가격을 공시했다. 3가구가 다시 이의신청을 했고, 결국 국토부는 6월말 공시가격을 정정 공시했다.

감정원이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갤러리아포레 230가구 단지 전체 공시가격은 가구당 평균 30억398만3000원에서 27억9907만3000원으로 7% 낮아졌다. 이에 따라 세액도 세대당 평균 1041만8816원에서 965만6551원으로 감소했다. 1억7760만7680원의 세금이 덜 걷히게 된 셈이다(재산세, 지방교육세, 도시계획세 합산액으로 지역자원시설세와 교육세는 미포함).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김학규 전 감정원장은 2019년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이렇게 통째로 230가구 전체 공시가격을 번복한 적이 있느냐”는 정동영 전 대표의 질문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문제는 공시가격 집단 정정이 갤러리아포레 외에도 2019년 당시 10곳에서나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집단 정정이 이뤄진 곳은 강남구·서초구·강동구·용산구 등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에 집중됐다.

정동영 전 대표는 “사상 초유의 공시가격 번복 사태가 전국 11개 공동주택 단지에서 발생한 것은 국토부와 감정원의 공시가격 조사와 검증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의미”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토부가 공시가격 조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고,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일단, 국토부의 공식 해명부터 들어보자. 2020년 5월20일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종합감사 처분요구서’를 공개하며 “갤러리아포레의 층별 가격 격차를 반영하는 보정치를 넣지 않아 일부 가구가 층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평가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감정원 담당 직원이 2018년 11월 보정치를 ‘1’로 수정한 후 2019년 2월 퇴사할 때까지 고치지 않았고, 이후 업무를 이어받은 직원도 보정치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직원들의 단순 ‘실수’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와 연관된 직원 2명은 징계, 2명은 경고 조치했다. 

 

국토부가 공개 안 한 ‘감정원 직원 진술서’ 최초 공개

그러나, 국토부가 공개하지 않은 감사보고서의 ‘감정원 직원 진술서’ 내용은 전혀 달랐다. 시사저널은 진술서가 포함된 70여 페이지에 이르는 감사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진술서에는 갤러리아포레를 담당한 감정원 서울동부지사의 지사장·공동주택 총괄부장·실무 담당자, 감정원 본사 주택공시처의 처장·부장 등 7명의 답변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부는 “선임자가 층별 가격 차이를 나중에 재정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보정치를 1로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술서에 따르면, 선임자 A씨는 “본사에서 보정치 수정 요청으로 수정함”이라고 밝혔다. ‘담당 직원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부의 요청’에 의해 수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후에도 보정치를 고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답변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19년 공시가격은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초고가 주택에 대한 현실화 제고를 국토부에서 집중 추진했으며 갤러리아포레는 상위 10위 내 물건으로서 현실화율 72%를 달성토록 본사에서 지침을 줘 (공시)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음. 따라서 대림 아크로포레스트 신축 공사에 따른 가격 영향 분을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며 실거래 자료의 수가 많지 않아 조망 방해에 따른 가격 반영이 되지 못함. 대림 신축에 따른 가격 영향은 재작년부터 있었음.”

즉, ‘실수’가 아니라 국토부의 ‘지침’에 따라 공시가격을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갤러리아포레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72%가 2019년 전체 공동주택의 현실화율 68.1%를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가 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을 높게 적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시세구간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등 적용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22일 국토부가 주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가 주택에 더 높은 현실화율을 적용하는 것을 이전 정부는 정의롭다고 판단했는데, 미국 관점에서는 역진·누진 둘 다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가격 구간을 정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한다는 것은 ‘납세자를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조세 형평성을 위반한다”면서 “고가 주택 소유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곳곳에서 오류 공시가 되고 있기 때문에 (공시가격 제도의) 전면 개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사진)과 전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사진)과 전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제공·연합뉴스

“‘균형’이라는 것은 올해 공시업무에서 ‘금기어’였다”

무리한 행정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당시 상황은 후임자 B씨의 진술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은 물론 공감할 수 없는 시·군·구 담당자는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하고, 부공위(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부결시키는 사태까지 일어났던 한 해다. 그리고 민원인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책에 만만할 리 없었고, 개별 주택에서 이미 합리적이지 않은 정책을 억지논리로 이해시키고 설명해 가며 일을 해왔다…(중략)…여러 가지 이유로 흐트러진 금년 공시가격에 대해 시·군·구나 민원인 그리고 저 자신에게조차 논리를 억지로 만들어 설득하고 이해시키고자 한 6개월이었다. 물건별로 ‘옳고 그름’과 ‘맞고 아니고’에 대한 판단은 올해는 일어날 수 없었다.”

감정원은 2019년 3월 갤러리아포레 주택 소유주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면, 공시가격 집단 정정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일선 조사자는 이의제기 시 조정하는 것이 업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버티는 것보다 수월하다”면서 일개 공무원으로서 정부를 거스를 수 없었던 처지를 토로했다.

“이미 일은 벌어져 있는 상태였고, 이 상황에서는 억지로라도 밀고 나가야 했으며,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국토부와 우리 원(감정원)과의 관계, 그리고 이를 수행하고자 한 총괄부서의 방침을 충실히 따르고 신뢰하며, 국토부의 고가 주택 과세정책에 대해 순응하며 업무를 수행했다…(중략)…올해는 특수상황으로 인지하고 내년에는 합리적인 지침 혹은 합리적인 방안이 내려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올해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고, 가격조정은 최소화하며, 국토부의 고가 정책에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의) 하향 조정은 더더욱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4월 공시가격 검증작업 과정에서 국토부는 더욱 노골적으로 감정원을 압박했다. 마치 ‘반동분자’를 색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개별 주택과 표준주택의 변동률이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모든 검증 담당자를 불러 고가 주택에 대한 정부 정책에 일부러 저항한다며 ‘국가 정책’을 너희가 망쳤다는 압박검수를 받았고, 우리 원(감정원) 직원이 기절하는 사태까지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 그리고 검증 시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이 조금이라도 낮아지는 검증작업을 했다면 ‘일부러’ 국가 정책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의심과 지속적인 사유제출을 요구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정원은 국토부에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무시됐다.

“(공시가격) 검수과정에서 수많은 이의와 ‘해당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경험이 많은 실무진들의 노력에도 전혀 관철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중략)…올해의 이러한 이유로 공시가격의 균형이나 적정가격에 대한 개념을 잃은 지 오래다. 작년(2018년) 7~8월부터 지속적인 문제를 윗분부터 아래 직원까지 모두 이의를 제기했으나 ‘균형’이라는 것은 올해 공시업무에서 ‘금기어’였다…(중략)…우리 원(감정원) 담당자는 현실화 제고 없이 직원들도 받아들일 수 없는 로직(logic, 논리)인 ‘전년 공시가×전년 대비 시가상승률’과 ‘(시세)구간별 차등 현실화 제고’를 민원인에게 설명하거나 설득할 수 없었다.”

시사저널은 당시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2월13일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부동산원(한국감정원 후신)을 찾았다. 그러나 B씨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부동산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한창이었다. 감사원 직원들이 부동산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감사원 직원들이 수시로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원 서울지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해 무리하게 공시가격을 올리려다 보니 갤러리아포레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산출할 때도, 국토부가 감정평가사에게 ‘공시 참고가격’을 제시했다. 국토부가 공무원도 아닌 ‘민간인’ 감정평가사들에게 정부가 미리 정한 가격으로 공시지가를 산정하라고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김현미 전 장관 조사 ‘초읽기’

윤석열 정부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에 대해 “국정농단”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은 2월8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소환조사했다. 김 전 실장(임기 2019년 6월~2021년 3월)은 감정원 통계가 민간 통계와 크게 달라 통계 조작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정책실장이었다. 감사원은 김 전 실장의 전임자인 김수현 전 실장(2018년 11월~2019년 6월)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2017년 6월~2020년 12월)을 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학규 전 감정원장(2018년 2월~2021년 2월) 역시 조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관련자들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다. 그러나 김상조 전 실장, 김현미 전 장관, 김학규 전 원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국토부와 부동산원은 “당시 국토부 발표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고, 감사원은 “감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2년 12월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文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율’ 손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전면 수정했다.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와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2022년 11월23일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을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공동주택 69%, 표준단독주택 53.6%, 토지 65.5% 등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2023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문재인 정부의 계획보다 최소 5.1%포인트(공동주택)에서 최대 12.3%포인트(토지) 낮춘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세금 부담과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 등을 고려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부과의 기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현실화율이 오르면서 공시가격 역시 치솟았다. 이로 인해 국민의 세금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올해 전국 토지와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일제히 떨어뜨렸다. 국토부가 1월25일 발표한 ‘2023년 표준지 및 표준주택 가격 공시’에 따르면 표준주택 25만 호에 대한 공시가격은 2022년 대비 5.95%포인트 떨어졌다. 표준지 56만 필지의 공시지가 역시 전년 대비 평균 5.9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현실화율 전면 폐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022년 11월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후 “가격이라는 것은 늘 오르내림이 있기 마련인데, 지난 정부에서 현실화율 90%를 목표로 공시가격을 높이려고 했던 것은 시장에 대한 무지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원희룡 장관은 “세금 부과 기준을 모든 수단·방법으로 다 올려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접근 자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율 등이 비정상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근본적 개선과 입법까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2024년부터 적용될 공시가격 현실화율 관련 세부 정책 방향을 올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 등 관련 법령을 손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또한,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목표 현실화율 수준, 목표 달성 기간 등을 토대로 국민의 적정 부담 차원에서 과도하지 않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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