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이재명 방탄’ 여론으로 작동하긴 어렵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6: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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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김건희 특검’과 검찰의 ‘이재명 수사’ 정면충돌
김건희 특검 찬성 여론 66.4%…이재명 체포동의안 찬성도 55.9%

여의도 정치판은 여야 간 진영 대결로 갈수록 더 험악하게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가결시켰고,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실장 등 구속된 이재명 대표의 측근 인사들을 면회한 것과 관련해 진실을 덮기 위해 입을 맞춘 거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월1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앞 '김건희 특검 수용과 이상민 장관 파면 촉구' 농성장 옆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월1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앞 '김건희 특검 수용과 이상민 장관 파면 촉구' 농성장 옆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협력이나 협치 공간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야말로 전면전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사실상 정치적 운명공동체가 돼 윤석열 정부 검찰에 총력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 핵심 카드가 ‘김건희 특검’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정치적 공방은 지난 대선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보다 더 많은 정치적 비중이 김건희 특검에 놓여 있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카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로는 ‘이슈의 파급력과 확장성’에 기인한다. 이상민 장관 탄핵에 비해 김건희 특검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크다. 넥스트리서치가 SBS의 의뢰를 받아 2월6~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진상 규명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가 66.4%로 압도적이다. ‘정치적 공세이기 때문에 추진하면 안 된다’는 여론은 고작 24.9%밖에 되지 않았다.

중도층과 2030세대에서도 특검 찬성률 높아

특히 총선에서 승패를 좌우하게 될 유권자층인 중도층은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74.1%로 전체 평균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추진하면 안 된다’는 응답은 중도층에서 불과 20%에 그쳤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더 몰입하는 배경은 ‘이슈의 MZ세대 확장성’이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MZ세대의 공감도는 매우 높다. 20대(만 18세 이상)는 특검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71.9%, 30대는 85.2%로 각각 나왔다(그림①).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김건희 특검과 맞대응하는 정치권 이슈는 바로 대장동 특검, 즉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다. 국민 여론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주장대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으로 인식할까. 그래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온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넥스트리서치와 SBS의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이므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55.9%로 나타났고,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 목적의 수사이므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응답이 34.6%로 나와 이 대표 체포 동의 찬성 여론이 약 20%포인트 이상 더 높은 응답 결과였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지만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 여론 역시 이에 못지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중도층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법과 원칙 수사이므로 통과 찬성’이 52.3%로 절반을 넘겼다. ‘체포동의안 통과 반대’는 38.2%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민주당 지지층 정도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왔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2030 MZ세대와 중도층이 좌우하는 선거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20대(만 18세 이상)와 30대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주목할 응답자층은 호남이다. 호남 지역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지역 기반이고 민주당의 정치적 아성이다. 그런데 호남 지역 응답자 중 43.9%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그림②). 체포동의안 반대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경우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핵심 지역인 호남조차 이 대표의 검찰 수사에 따른 체포동의안 찬반에 대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상태다.

김건희·이재명 감성 연관어 거의 차이 없어

당장 김건희 특검의 핵심 수사 내용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대한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 조작 1심 판결을 내리면서 김 여사에 대한 범죄는 특정하지 않았다. 공소시효 기간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와 그 기간이 아니지만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대해 구분을 했고, 김건희 명의의 주식 계좌가 시세조종에 단순 위탁 활용된 것인지, 아니면 적극 가담 의도가 있는지 여부가 법적 판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항소하게 된다면 가려질 일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이란 카드를 빼든 이유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하지만,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방탄’ 성격으로 작동되지는 않는 양상이다. 

빅데이터 측정 도구인 썸트렌드로 2월1~14일까지 ‘김건희’와 ‘이재명’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했다. 김건희 감성 연관어로 ‘의혹’이 가장 큰 비중으로 올라왔고 그 외에 ‘혐의’ ‘범죄’ ‘비판’ ‘고발’ ‘논란’ ‘체포’ ‘참사’ ‘뭉개다’ 등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감성 연관어로 역시 ‘의혹’이 가장 비중 있게 나왔고 ‘혐의’ ‘비판’ ‘범죄’ ‘참사’ ‘특혜’ ‘체포’ ‘논란’ ‘증거인멸’ 등으로 나타났다. 김건희 여사,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에 큰 차이가 없다. 즉 이 대표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아무리 강조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키더라도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빅데이터 긍정과 부정 감성 비율도 두 사람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김 여사는 빅데이터 긍정과 부정 감성 비율이 각각 14%와 85%로 나타났고, 이 대표는 긍정 10%, 부정 87%로 나타났다(그림③). 두 사람 모두 빅데이터 부정 감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에 적극적인 이유는 여론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읽힌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특검을 아무리 내세우더라도 이 대표에 대한 ‘방탄’ 기능은 여론상 허용되지 않는다. 지나치면 치명적인 후폭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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