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9’ 노리는 이강철호, 호주 넘고 일본전 연패 끊어라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6 13:05
  • 호수 17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라운드 진출 위해 호주 반드시 이겨야…전 한화 소속 서폴드, 호주팀 선발로 나설 듯
역대 최강 전력 무장한 일본은 다소 버거워…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선발 등판 예상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담금질이 시작됐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타도 호주’를 부르짖으며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야구의 라이벌 일본이 아닌 호주를 첫 타깃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호주전이 WBC 1라운드 조별리그 첫 경기(3월9일)이기 때문이다. 호주전에서 승리하면 2라운드 진출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더불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날 일본(10일)을 상대할 수 있다. 

WBC 대한민국 대표팀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3월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에서 정현욱 투수코치(왼쪽), 배영수 불펜코치와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WBC 대한민국 대표팀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3월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에서 정현욱 투수코치(왼쪽), 배영수 불펜코치와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했던 것보다는 약체로 평가받는 호주 대표팀

호주 대표팀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호주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야구선수인 리암 헨드릭스(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그는 메이저리그 12시즌 동안 31승34패 115세이브 평균자책점 3.81의 성적을 거둔 베테랑 불펜 투수다. 더불어 루이스 소프(미네소타 트윈스), 빅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는 좌완 FA 알렉스 웰스도 빠졌다. 탬파베이 레이스 유망주 커티스 미드도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이름 있는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호주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그 경력 선수가 두 명뿐이다. 그중 한 명은 한국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워윅 서폴드(33·퍼스히트)다.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뛰었던 서폴드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한화 이글스에 몸담았다. KBO리그 성적은 59경기 출전, 22승24패 평균자책점 4.16. 2021 시즌부터 호주 프로야구(ABL)에서 뛰고 있는데 올 시즌 성적은 10경기(8경기 선발) 등판, 3승2패 평균자책점 5.56이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 타자와 상대해본 서폴드가 호주 선발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서폴드 외에 투수 주장인 팀 애서턴(호주리그 5승1패 평균자책점 3.27), 미치 넌본(호주리그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 조시 가이어(호주리그 2승6패 평균자책점 5.09) 등도 선발 후보다.

하지만 투구수 제한으로 1라운드 때는 최대 65개밖에 던질 수 없다. 선발투수의 개념이 단지 ‘첫 번째 투수’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1~3번 타자 외에는 상대 선발투수와 기껏해야 한 차례 정도만 맞붙게 될 전망이다. 일본이 B조 최강 전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호주 또한 한국전에 총력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첫 경기부터 투수진의 대량 물량 공세가 예상된다. 

한국이 제일 경계하는 것은 호주의 좌완 투수진이다. 한국 타선에 우타자가 적어 좌완 투수를 상대할 대타 요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 15명의 야수 중 우타자는 7명(스위치 타자 토미 현수 에드먼 포함)이다. 양의지(포수·두산), 박병호(1루수·KT),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유격수·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최정(3루수·SSG 랜더스)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을 때 우타자는 박건우(외야수·NC 다이노스), 이지영(포수·키움 히어로즈)만 남는다.

호주 대표팀 1라운드 30인 로스터에 속한 투수 15명 중 좌완 투수는 6명이다. 애초 2명 정도 예상했는데 한국의 30인 로스터를 보고 호주는 뒤늦게 4명을 더 합류시켰다. 이들 중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블레이크 타운센드, 호주 자국 리그에서 뛰는 존 케네디(멜버른) 등이 경계 대상이다. 특히 팔 스윙이 크고 독특한 투구 폼으로 던지는 키 201cm의 케네디는 호주리그에서 1승1패(13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2.55의 성적을 거둔 불펜 투수다. 사이드암 투수인 샘 홀랜드(브리즈번) 또한 요주의 인물이다.   

합
2020년 한화에서 뛰었던 서폴드(위 사진)와 현재 MLB 샌디에이고 소속 다르빗슈가 각각 호주와 일본에서 한국전 선발투수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AFP연합

일본, 현역 메이저리거만 5명…‘괴물’ 오타니는 한국전에 타자로

호주 타선에서는 빅리그 40인 로스터에 든 외야수 애런 화이트필드(LA 에인절스)와 함께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22홈런을 터뜨린 로비 글렌디닝 정도가 눈에 띈다. 호주는 번트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활용하는 작전야구에도 능하다. 호주리그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기 감각은 B조에서 제일 살아있다는 게 최강점이다. 한국과 호주의 역대 전적은 8승3패.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6대2, 승리(7회 콜드승) 이후 8연승을 달리고 있다. WBC 때는 2013년 대회 1라운드 때 한 차례 맞붙어 6대0 승리를 거뒀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라스 누트바(2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등 현역 메이저리거만 5명이 포함된 일본 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지난해 일본리그에서 역대 최연소(20세 5개월) 퍼펙트 투구를 보여준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단일 시즌 일본인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의 주인공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등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번 일본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7.3세로, 이전 4차례 WBC 대표팀과 비교해 가장 나이가 어리다. 

일본 언론은 한국전 선발투수로 다르빗슈를 예상한다. 8강전을 기준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는데 3월9일 중국전에는 오타니, 10일 한국전에는 다르빗슈가 나올 전망이다.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는 다르빗슈는 2009 WBC 때 한국전 3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3.38(8이닝 3자책점)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첫 실전 등판(2월15일 야쿠르트전)에서 최고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린 사사키 또한 한국전 선발 후보로 거론되지만 국제 경기 경험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하는 만큼 중국전에 등판하더라도 한국전에 타자로 나설 수 있다. 오타니는 지난 시즌 투수로는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 타자로는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2015년 열린 프리미어12 때 한국전 선발로 두 차례 나서 13이닝 3피안타 21탈삼진 무실점의 괴력투를 선보인 바 있다. 

한국과 일본은 조별리그를 끝내면 두 팀 모두 결승에 오르지 않는 한 다시 만나지 않는다. 패자부활전 형식 탓에 5차례(2승3패)나 맞붙었던 2009년 대회와는 다르다. 한국과 일본이 WBC에서 맞붙는 것은 2009년 대회 결승전(3대5 패배·연장 10회)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은 2013년, 2017년 대회 때 1라운드에서 떨어졌고 일본은 두 대회 모두 4강까지 올랐다. 두 팀의 역대 전적은 19승18패.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때부터 2021년 도쿄올림픽 준결승까지 한국은 일본전 3연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호주, 일본 다음으로 체코(3월12일), 중국(13일)과 만난다. 체코, 중국 모두 대표팀 구성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기 때문에 한국은 초반 두 경기에 ‘올인’해야만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