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감염시키는 ‘가벼운 만남’의 추구 [배정원의 핫한 시대]
  •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2 16:05
  • 호수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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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젊은 층에서 성병 증가하는 이유
‘데이팅앱’ 통한 즉흥적 만남이 원인으로 밝혀져

최근 일본 도쿄신문이 ‘젊은 층에서 매독 환자 급증, 특히 20대 여성 환자 40% 증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중하게 다뤘다. 일본이 10년 전에 비해 매독 감염자 수가 남성은 9배, 여성은 무려 40배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관광 목적의 외국인 증가,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이 제한되었던 유흥업소 이용 증가와 함께 온라인 데이팅앱 확산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었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만남이 어려워지자, 데이팅앱에서 만난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쉽게 맺어 일어난 사태라는 것이다. 

NHK에서도 지난 1월말, 18~59세 일본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특정 상대를 만난 남성 중 중장년층은 성매매업소나 유흥업소에서 만남이 이뤄지지만, 20대층은 온라인 앱이나 SNS에서 주로 상대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성병이 의심돼도 절반가량이 검진을 받지 않았고, 80% 이상의 성병 감염자가 파트너에게 자신의 감염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코로나19로 온라인 데이팅앱 더욱 성행

그런데 이렇게 데이팅앱이 성병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은 일본에서만나온 게 아니었다. 세계적인 추세인데, 실제 미국·영국·프랑스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팅앱 출현은 매독·에이즈 등 성병이 확산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경고를 계속해 오고 있다.

미국 하와이주는 2019년, 30년 만에 클라미디아·임질·매독 등 성병이 최고 감염률을 나타냈다고 보고했는데, 그 요인으로 데이팅앱에서의 무분별한 성행동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미국 에이즈 건강재단 마이클 와인스타인 회장은 “앱이라는 폐쇄 공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성병 감염이 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나라도 2019년 강동경희대병원의 조사 결과 10대 청소년 성병 환자 수는 5년 전에 비해 약 38.5% 증가했으며, 역시 데이팅앱을 중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남자보다 여자의 증가율이 가팔랐다. 필자가 참여한 지난해 대한성학회에서도 무증상 HPV와 클라미디아에 감염된 남녀 환자 수의 높은 증가율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실제로 데이팅앱은 전통적인 사람들의 만남과 성관계 방식을 흔들어, 잘 모르는 사람을 너무 쉽게 만나고 성관계에까지 이르게 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앱 이용자가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지고 있으며, 성생활이 활발하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이렇게 데이팅앱으로 인한 성병 증가가 문제로 제기되자 각국에서는 데이팅앱이나 사이트에 성병 예방이나 검진에 대한 광고문구와 콘돔 홍보, 자가검진 테스트 등의 노력을 요구했다. 세계적인 온라인 데이팅앱인 ‘틴더’는 사이트에 ‘온라인 데이팅 안전수칙’을 게재하기도 했다. 거기엔 ‘개인정보 노출 금지, 만나기 전에 전화나 영상통화를 통해 확인하고, 공공장소에서 만날 것. 가족과 친구에게 일정을 알리고 약이나 술에 대한 자신의 한계를 알 것. 음료는 반드시 바텐더나 서빙하는 직원을 통해 받고, 마음이 불편하면 즉시 헤어질 것. 성행위를 하게 되면 반드시 콘돔이나 백신 같은 성병 대책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성병검사를 하고, 성행위를 하기 전에 성병검사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할 것. 또 반드시 상대와 자신의 동의를 확인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나섰다. 영국에서는 성병검사 키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프랑스에서는 올해 2월부터 18~25세 청년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본은 무료와 익명의 검사소를 도쿄 시 내 여러 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데이팅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온라인 데이팅앱은 ‘가벼운 만남’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어려워지고 누군가로부터 사람들을 소개받거나 대면할 기회가 봉쇄되자, 새로운 만남과 성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 더없는 대안이 된 것이다. 

 

결혼·연애 구속 싫어하는 MZ세대 선호

무엇보다 데이팅 앱은 한 번의 만남을 갖는데 수십만원의 비용을 요구하는 기존의 결혼 중매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저렴한 방식으로, 놀랍도록 다양한 이용자 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맥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인연을 만날 수도 있으며 마음에 드는 상대를 직접 고를 수 있다. 또 익명의 온라인 소통은 더 솔직하고 애정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실제로 요즘은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커플도 적지 않다. 

온라인 데이팅앱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만남을 가진다는 것이다. 상대의 신원이 불분명한 데다 직업과 나이, 심지어 결혼 여부도 온라인상 정보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성매매’나 ‘조건만남’ 등 불건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가 여전히 많다. 또 조금만 상대가 귀찮고 마음에 안 들어도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등 쉽게 만나는 만큼 쉽게 끊을 수도 있어 인연이나 만남 자체를 가볍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외로움 때문에 사랑이 없는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다음 날의 후회와 불안한 감정으로 이어지고, 성병과 원치 않는 임신뿐 아니라 불법 촬영 등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반복되는 일시적인 만남에서 잠깐의 쾌락을 느낄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관계에서 오는 친밀감과 결속감, 신뢰와 사랑의 경험에까지는 이르지 못해 허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게 될 수 있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또 짧고 일회적이며 책임 없는 만남에 중독돼 파트너가 생긴 후에도 데이팅앱을 지우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럼에도 데이팅앱은 점점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지금 한창 연애와 결혼을 위한 만남 활동을 하는 M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해 온라인상에서 맺는 관계에 기성세대보다 거부감이 적으며, 만남의 장으로 데이팅앱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또 연애나 결혼처럼 부담스러운 깊은 관계를 싫어하는 특성과도 잘 맞는다. 어쩌면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상대에게 목소리나 표정을 보이고 또 그것을 읽어야 하는 것이 힘들어 문자로 소통하기’를 선호하던 젊은 세대에게는 더없이 알맞춤한 ‘만남의 방식’이어서 데이팅앱은 더 빠르게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이란 이유 외에도 ‘취업이 어려워 연애 상대를 구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고, 조금이나마 빠르고 편리하게 연애감정을 느끼고 싶어’ 이용한다거나 ‘그냥 성적 욕구를 해소할 상대’를 찾기 위해 데이팅앱을 사용한다는 이도 적지 않다. 스트레스가 높고 감정이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 연애보다는 원나잇스탠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부담 없이 짧게 만나는 데이팅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인생에는 나와 깊고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특별한 누군가의 위로와 응원도 많이 필요한데도 그렇다. 

결국 데이팅 앱도 양날의 칼이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만남이 가벼운 쾌락으로 갈지, 진중한 만남으로 갈지는 사용자의 의지와 주도성에 달렸다.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 미래 연애의 관건이라 해야 할까?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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