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과 비명의 최후의 일전이 임박했다
  • 송종호 서울경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0 10:05
  • 호수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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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박빙 결과’ 기다려 반격 나선 친명계 vs 4월 원내대표 경선 노리며 재반격 예고하는 비명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초박빙 부결’ 후폭풍이 당내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민주당 이탈표가 37표나 나오자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 의원 30~40명을 겨냥해 총선 낙천·낙선 살생부를 돌리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명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6월 체제 전환론’을 내세워 이 대표 거취를 압박하는 등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에 당내 내분이 거칠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당초 169석의 민주당은 압도적인 부결을 자신했다. 비명계 의원조차도 체포동의안 상정 직전 “대선에서 진 사람은 수사하고, 이긴 사람과 그 관련자는 수사도 안 한다”며 “이 대표가 불공정한 수사 대상이 돼있으니 부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만큼 정치 탄압 프레임에 힘을 싣고 있어 국민의힘 기대와 달리 큰 표 차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과는 ‘139대 138’. 무효표와 기권표가 많이 나와 찬성이 전체 재석(297명)의 과반(149명)을 넘기지 않아 가결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해석은 사실상의 가결이라는 인식이 크다. 이처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정점에 오른 상황에서 민주당의 앞날은 향후 3가지 변수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제1 변수] 역습에 반격, 반격에 재반격              

2월27일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올랐을 때만 해도 민주당은 결속에 무게를 두고 여권과의 일전을 각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탈표가 확인되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됐다. 부결된 바로 다음 날 김남국 민주당 부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표결은 당원들과 국민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대표를 실력 행사를 통해 끌어내리겠다는 선언이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비명계를 겨냥해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며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기로 ‘공천권 보장’을 거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탈표에 대한 공세는 예상됐지만 김 부총장의 반격은 빠르고 정교했다. 민주당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명계의 조직적 움직임이 친명계에 보고됐던 것으로 안다”며 “표 계산까지 정확하게 일치한 결과에 ‘딱 걸렸다’는 인식이 컸다”고 지적했다. 즉 이번 표결 과정에서 이탈할 비명계의 움직임을 친명계가 일찌감치 포착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듯 이 대표를 향해 경고성 표결로 역습에 나선 비명계를 향해 친명계가 다시 반격에 나섰다. 미묘한 시점에 한 언론에 민주당 혁신위원회의의 내부 문건을 인용한 보도까지 나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당무 감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당무 감사는 국회의원 등 지역위원장을 상대로 다음 총선에서 누구를 공천하고 누구를 솎아낼지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다. 권리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이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대목이다. 라디오에 출연한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아예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분들을 심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공식화했다. 

그러자 비명계도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방탄 정당’으로 묻힌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김종민 의원은 3월9일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전체적으로 의원들이나 당 내부가 좀 여러 가지 고민이 많다”며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정당’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국민들의 시선에 대해 고민하고, 거기에 호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해결책을 내놓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된다고 보는데 결국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단일대오로 가자’(였다)”고 짚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무죄다’ ‘이 사실관계는 틀렸다’ 이런 식으로 뭉치면 과연 국민들한테 그게 좋은 단결이 되겠느냐”며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이 대표가) 고민을 해야 한다”며 거취를 직접 물었다. 그는 “이 대표한테 아직은 시간이 있지만 얼마 안 남았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안 되면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정당’ 또는 ‘이재명 사당’이라는 인식이 중도층에 심어지게 되고, 그러면 총선까지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6월 체제 전환론을 강조했다.

 

[제2 변수] 점점 멀어지는 중도층 민심               

검찰과 여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당의 부담은 커지고 이재명 대표를 향한 정치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 또한 덩달아 커질 것이라는 게 비명계의 논리다. 이른바 방탄 피로감이다. 친명계가 공천 칼날을 들어 비명계를 위협하더라도 중도·무당층이 당을 지지하지 않게 되면 이 대표의 ‘결단의 순간’이 온다는 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에도 임시국회를 열어 계속 방탄을 이어가게 된다면 국민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반도체특별법의 조세특례 개정을 정부안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민주당의 전향적인 입장도 연이어 국회를 소집해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 대다수가 의원 불체포특권에 부정적이라서 직접 나가서 소명하라는 여론이 커질 것”이라며 “수도권 중도층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민주당 내부에서 당대표 책임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제3 변수] 최후의 결전 원내대표 선거               

검찰과 여권의 압박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렬 교수는 “(이 대표에 대한) 기소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이후 검찰의 수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게 되면 검찰의 보복 수사 프레임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도 “기소를 계기로 당대표 사퇴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체포동의안이 성남FC 후원금과 대장·위례동 개발 특혜 의혹에 한정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검찰은 대북 송금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 계속 체포동의안을 보낼 수 있다. 그때마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방탄 프레임 이미지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검찰과 여당도 민생 없이 오직 정적 제거에 빠져있다는 비판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시기에 맞춰 진행될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친명계 재결집의 반전 기회로 볼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말 동반 퇴진을 검토하고 있다. 새 원내사령탑을 동반 선출해 여야 협상 공백을 막자는 취지에서지만,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새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하자는 요구가 물밑에서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의 임기는 당헌·당규상 5월 둘째 주까지다. 다시 말해 친명 원내대표를 통해 이 대표 재신임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친명계와 비명 원내대표를 통해 이 대표 거취를 더욱 압박하겠다는 비명계 간의 결전인 셈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은 “친명과 비명 간 경선에서 친명 원내대표가 승리하면 당 내부에는 일단 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중도·무당층과 특히 호남·수도권 민심이 방탄 피로감에 이탈하기 시작하면 친명 원내대표가 선출되더라도 이 대표의 정치적 책임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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