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삐삐선’에 묶인 손목들…6·25 민간인 학살 추정 유해 수십 구 발견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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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충남 아산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서 집단 유해터 발견
‘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 희생자로 추정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28일 오전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들을 공개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28일 오전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들을 공개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충남 아산에서 6·25 전쟁 당시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학살당한 민간인들로 추정되는 유해 수십 구가 쏟아져 나왔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8일 “진실화해위의 첫 유해 발굴지인 충남 아산 부역 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73년 전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온전한 형태의 유해(유골)와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면서 “최소 4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이란, 1950년 9∼11월 아산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와 백암리(새지기) 일대에서 인근 주민들이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했거나 부역자의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경찰과 치안대 등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사건이다. 희생 추정자 800여 명 중 신원이 확인된 건 77명 뿐이다. 진실화해위는 “뚜렷한 혐의나 기준없는 무차별적인 살해”라면서 “대부분 가족이 희생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유해들은 폭 3m에 길이 14m 방공호에 거의 붙어있는 상태로 집단 매장된 모습이다. 상당 수 유해는 무릎이 굽혀진 상태였으며, 대부분 20~40대 남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머리 위에는 파랗게 녹슨 탄피가 얹혀져 있었고 손목에는 군용 전화선인 ‘삐삐선’이 감긴 채 발견됐다”면서 “다른 유해들은 집단으로 손목뼈에 삐삐선이 감긴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양 손이 결박된 채 총살당한 직후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들이다.

이외에도 학살 도구로 추정되는 A1 소총 탄피 57개, 소총탄구 3개, 카빈 탄피 15개,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 소총이던 99식 소통 탄피 등이 다량 출토됐다.

2018년 당시 아산시 자체 유해발굴로 208구의 유해가 수습된 바 있다. 다만 진실화해위의 이번 유해 발굴의 경우 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첫 유해발굴이란 의미를 지닌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희생자들은 가족 단위로 살해돼 유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유해 수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부역혐의 사건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 자손들이 공동체 내에 어울려 사는 경우가 많아 유해 발굴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진실화해위는 오는 4월 중순쯤까지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일대 유해 발굴 및 수습을 마친 뒤 백암리 일대 발굴 작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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