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사퇴’ 갑론을박…野 “해명하라” 與 “갈등설 사실 아냐”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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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블랙핑크 때문에 교체? 웃음거리…불화설 원인일 듯”
이철규 “확실한 이유 몰라”…김기현 “읍참마속의 심정일 듯”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목전에 두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한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각종 설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야권 일각에서 ‘블랙핑크·레이디가가 공연 요청 누락 문제’, ‘김성한-김태효 불화설’ 등이 거론되자 국민의힘 측이 “사실 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안보실장의 사퇴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 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의 불화설이 원인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한편에선 미국 측의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 공연’ 요청을 외교라인에서 누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블랙핑크·레이디가가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는 건 전 세계의 웃음거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행사의 성립 여부에 대한 보고를 안 했다고 일국의 안보실장과 외교·의전비서관을 다 날렸다는 걸 믿나”라며 “왜 안보실장과 외교·의전비서관이 책임질 일인가”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김성한-김태효 불화설’에 더 힘을 실었다. 그는 “갑자기 안보 실장급 되시는 분이 그만둘 때는, 저런 경우는 보통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보실장) 그 밑에 외교비서관 등도 그만뒀지 않았나”라며 “정통 외교관 라인들이 비외교관 라인들에게 졌다 이렇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노선 갈등도 김 안보실장 사퇴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도 라인들을 교체할 때는 적어도 저는 노선 갈등이 없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제가 볼 때는 제가 전해 듣기로는 이건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보여진다”며 “외교관 생활을 오래 했던 직업적 외교 라인들은 한·일 정상회담을 저렇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를 많이 표시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가안보실장, 외교비서관, 의전비서관이 모두 경질됐다”며 “잇따른 외교참사에도 모르쇠로 버티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경질됐다. 국민은 대통령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수석대변인은 “누구의 심기를 건드렸기에 줄줄이 쫓겨나고 있는 것인지, 또 누가 이들의 경질을 주도한 것인지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한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사무총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규 국민의힘사무총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에선 대통령실 비호에 나선 모양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안보실장 사퇴의) 확실하게 이유를 확인하지 못 했다”면서도 일부 인사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블랙핑크·레이디가가 공연 요청’ 누락 문제에 대해서도 “단순히 그런 것 가지고 사임하셨겠나”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갈등설이니 뭐니 하는데 그렇지가 않고, 김 안보실장은 2021년 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온 분”이라며 “안보실장을 맡을 때부터 정부가 안정되고 한·미 협력체계가 구축되면 학계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는 계속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이유를 아직까지 확인을 못 했다”면서도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안보실장 교체가 당과 교감을 통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갑작스런 교체이긴 하지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대통령실에서) 그런 인사를 결정한 게 아닌가 나름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을 수행하면서 오직 공무수행에만 전념하는 모습으로 당과 정부가 운영됐으면 하고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안보실장은 29일 오후 언론 공지문을 통해 “저로 인한 논란이 더는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의를 전했다. 후임으론 조태용 주미대사가 내정됐다. 앞서 한·일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지난 10일엔 대통령 의전과 통역을 맡았던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또 최근엔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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